학교의 공간혁신 및 교육환경에 대한 변화의 당위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항일 것이다. 학교공간은 가정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머무르며 삶을 영위해가는 중요한 공간이기에 교육 외 휴식·커뮤니티 공간, 활동 공간을 더한 다양성이 복합된 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 우리나라 교실은 필자가 학교에 다녔던 80년대의 50∼60명씩 수용했던 크기와 동일하다. 2000년 이후 학령인구감소와 저출산으로 교실에 수용되는 인원은 해마다 달라졌으며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따라 보다 융통성 있는 다변화가 가능한 공간으로 구성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형태의 답보상태인 폐쇄적인 공간 명맥을 유지하며 느린 속도로 변화 중이다.
한정된 학교 건축 시설비와 건축 기간 압박으로 공기 일정 등이 제한된 탓에 이용자의 참여 및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채 당연시 진행되는 학교 건축의 풍토가 한계를 드러낸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본다.
2015년 개정된 교육 과정은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 유아교육과 연계를 강화하고 지식 학습보다 창의 체험 위주의 교육을 패러다임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교육이 가능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건축사들은 고민해야 한다. 시설비와 한정된 시간을 핑계로 어제의 교육 공간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현실과, 창의적인 정서 발달을 저해하는 폐쇄된 공간을 담보로 하는 설계는 지양해야 한다.
교육 선진국인 덴마크 등 북유럽 학교의 모든 교실은 탁 트인 개방적인 공간을 기본으로 한다. 건축사가 벽, 기둥, 바닥 등 건축구조에 관계되는 사항들을 설계한 후 사용자들이 내부공간에 참여하도록 하고 이에 요구되는 공간을 교육환경과 연계해 디테일한 공간으로 조성한다.
2018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학교 공간혁신은 ‘이용자 참여형 공간이 미래를 바꾼다’는 공감대가 좋은 사례들로 귀결되며 현재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해외 교육 선진국에 비해 다소 유연하지 못하다고 평가받는 우리 학교 건축은 코로나19 시대에 각광받는 온라인플랫폼을 접목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용자가 참여하는 실용성 중심의 공간혁신 사업과 더해지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다양한 스마트 교육공간 모델들이 탄생하리라 여겨진다.
매순간 공간을 스터디하는 건축사들로서 지역의 학교공간에 관심을 더욱 가져야 할 때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는 지역과 학교 각각의 특성을 외면한, 비슷한 형태의 단순한 공간 개선에만 국한되지 않았으면 한다. 학교 내·외부 공간을 충분히 학습하고, 피드백해 이용자가 공감하고 학습에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특색 있고 유연한 공간을 구상하고, 행복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다양한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건축사는 사명감을 가져야한다. 그 몫이 건축전문가인 건축사의 역할이다.
건축전문가들이 더 이상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공간이 아니라 미래학교와 공감하고 삶과 연결된 조화로운 공간을 구상해, 교육 현장의 촉진자이자 혁신가로서 준비된 역량을 발휘하길 바란다. 미래학교가 지역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려면 그 지역의 고유함이 담겨 있어야 한다. 개개인의 성격과 개성이 다르듯 학교도 지역과 학교의 특성을 닮은, 생김새가 각기 다른 공간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