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제도와 행정에는 건축사의 참여가 필수적
건축행정 서비스를 계획․관리․보존 중심의 행정으로 확대해야
건축행정의 일관성 및 통일성 위해 국회차원의 입법통제 강화되야"

'건축행정'이라고 하면, 건축을 공부하다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정부부처에서 일하게 되는 영역을 막연히 일컬었고, 이러한 관념과 편견이 지금까지도 내재해 있다. 이와 같이 건축행정공무원을 중심으로, 건축설계에서부터 각종 토지의 문제와 조건, 건축법과 다수의 하위법령, 건축허가와 준공 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의미하는 ‘협의의 건축행정’에 대한 소극적 견해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지식정보화시대가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건축설계는 중요한 의제 중에 하나로서, 실질적인 서비스시장의 개방화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건축시장도 예외가 아니어서 국제적인 기준이 적용되게 되었다.

우리의 건축행정에 대한 현주소와 그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일까?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그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 우리의 건설행정 전반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로 건축법규의 원칙과 일관성 부재를 들 수 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전반은 토지공개념의 시기였고, 90년대 후반은 IMF 구제금융 이후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회복하기 위하여 토지공개념 제도들이 후퇴하고 정책전반에 규제완화가 이루어졌으며, 지난 참여정부 시절은 건축법규 전반에 걸쳐 공적 규제가 다시 부활된 시기라고 지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정부는 건설경기 활성화와 인력창출이라는 대명제하에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으며, 규제완화를 앞두고 서민과 시장의 반응 또한 엇갈리고 있다. 건축의 안전, 주거환경 등 양보할 수 없는 건축의 이념과 원칙에 대해서는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할 필요가 있으나, 우리의 경우 동일한 건축제도에 대해 규제강화와 완화의 반복이 건축법률 집행의 신뢰성 확립에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둘째, 현행 지방 건축행정은 인․허가 중심의 개발행정에 치우치고 있어 과거 대도시들에서와 같은 난개발의 전철을 밟고 있다. 건축물은 도시환경을 구성하는 중요한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건축물의 계획, 관리, 보존 중심의 행정으로 건축행정 서비스를 확대하여 환경의 질을 높이고 효용성을 키우며 문화적 요소로서 건축행정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건축은 필지단위로 이루어지는 미시적인 것이며, 도시계획은 용도지역지구, 도시계획시설, 도시계획사업을 다루는 광역적이며 거시적인 행정이다. 지금까지 건축이 건축의 외생변수인 도시계획이나 도시설계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나 연계된 행정을 하였는지에 대한 겸허한 반성도 요구된다.

넷째, 중앙정부에서만 보더라도 건축직은 소수에 불과하고 건축이 건설과 깊은 관련이 있으니 이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건축 관련부서는 국토해양부의 건축과이다. 하나의 과가 건축 전체의 제도와 행정을 관장하는 것을 볼 때, 고명한 건축가들이 선망하는 건축행정직도 그다지 많은 편이 못된다. 그리고 실제 건축공무원들은 업무의 반 이상은 민원처리에, 보고에 매여 있다.

다섯째, 건축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문화로 인정하게 된다면 국가가 바라보는 건축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외형적인 가치가 높은 건설위주의 정책보다는 한정된 외형가치를 무한한 가치로 높일 수 있는 종합적인 건축정책이 되어야 한다. 훌륭한 건축가의 탄생과 더불어 그 작품들이 세계화될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도 전무하다.

마지막으로, SOC분야에 대한 민간투자의 확대는 사회적 기반시설의 조기 공급과 민간의 창의성 및 효율성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으나, 과다한 수요 예측, 장래의 재정부담, 재정운영의 경직성 심화, 그 밖에 민간사업자의 도덕적 해이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의 도로, 철도, 공항 등 주요 SOC투자사업을 보면, 분산투자로 인해 개통편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공사기간이 연장되어 지가상승 등 공사비가 대폭 증가되는 등 비효율성이 발생되고 있다고 지적되어 왔다.

앞에서 언급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건축공무원과 건축가, 건축과 도시계획으로 분화되었던 도시건축 업무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

먼저, 건축물이 사유재산이며 설계의 자율성이 아무리 강조된다고 하더라도 건축이 도시의 기본요소로서 갖는 공공적인 성질은 지켜져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건축제도는 건축사만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에서 필요로 하는 필수적인 조건이다. 반드시 건축제도가 건축공무원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건축제도와 행정에는 건축가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적극적으로 건축행정에 참여하는 부분적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한국만의 건축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도시건축에 대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할 때라고 본다.

현대국가에서 입법의 일정부분에 대한 정부에게로의 위임은 수시로 변하는 행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다소 불가피한 점은 있으나, 건축․주택․건설 등의 분야는 국민의 재산권 보장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갖는 영역으로서 국민의 체감도가 민감하기 때문에 의회법률주의가 가장 강하게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 엄격한 심사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일관된 건축행정과 법규의 안정성, 건축행정에 대한 통일된 이념과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국회차원에서 보다 전문적인 입법통제가 필요하며,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독자 분들의 소신 있고 진실 된 목소리가 국회에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한 SOC 건설사업에 대해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제 순수하게 건축만 하는 시대를 끝났다. 모든 것이 통합되고 개방되는 시대에 건축인들은 업무영역을 넓히고 우리의 할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일선의 건축공무원도 예전처럼 자리에 앉아 건축허가 신청된 도면을 놓고 건축법규를 보며 허가도면의 오류를 지적하고 검토만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이제는 시야를 좀 더 크게 하고 공공분야에서 도시건축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할 때이며, 도시건축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해내고 실현해야 할 시기이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