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9·11 테러의 주모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 특수부대의 사살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자국 내에서 작전이 펼쳐진 파키스탄을 비롯한 몇몇 이슬람 국가들과 베네수엘라(외교부), 남아프리카공화국(노총) 등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비난과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 같은 외부 여론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자국 내 지지도는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타임스와 CBS 방송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직후 미국 내 성인남녀 532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 지지도는 지난달 46%에서 이번 조사에서는 57%로 올라 무려 11% 포인트가 상승했다. 또한 일간지 ‘USA 투데이’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2일 645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인터뷰 조사결과, 오사마 빈라덴 사살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 93%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반대한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다. 미국 상원은 3일 성공적인 작전을 펼친 미군 및 정보기관에 찬사를 보내는 결의안까지 의결했다. 이날 결의안은 모처럼 민주, 공화 양당이 정파적 입장을 접은 가운데 표결 참석 의원 전원(97명)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통과됐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작전 경과를 국민에게 보고하면서 겸손했다. 공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았다. 9분간의 연설은 겸손과 절제의 힘을 보여준 명문(名文)이다. 그는 흥분하지 않았다. 차분했다. 정치적으로 더할 나위 없는 메가톤급 호재(好材)임에도 그는 공을 아랫사람들에게 돌리는 리더의 성숙함을 보여줬다. 지성과 인격의 힘이다. 그 연설에서의 핵심은 미국적 가치를 언급하며 국민적 단합을 호소한 마지막 부분이다.
그는 9·11테러 직후 미국을 하나로 묶었던 단합된 정신을 상기시키고, 국민적 트라우마와 국가적 비극의 원흉을 처단한 그 순간을 미국적 가치 아래 다시 단결하는 통합의 기회로 활용했다. 미국이라는 국가조직의 힘은 이런 지도자를 보유했기에 가능하고 이는 미국 국민이라는 조직원의 복이다.
어떤 조직이던 간에 그 조직의 수장과 집행부는 조직의 본질과 가치를 냉철하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적절한 시기에 조직의 가치 아래 조직원이 단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대한건축사협회로서는 지금이 그 기회다. 실기(失機)하면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