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동경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몇 해 전 보았다. 영화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통해 우리 땅에서 가꾼 식재료를 사용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허기진 배를 채운다. 젊은이들에게 잠시 쉬어가도, 달라도, 평범해도 괜찮다며 허기진 마음도 채워주는 영화다. 최근에 한국판보다 먼저 나온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가 있어 다시 보게 되었다. 영화의 소재는 역시 지역의 대지, 산, 개울에서 재배하고 수확할 수 있는 식재료를 갖고 음식을 만들고 사계절을 생활하는 내용이다. 인상 깊은 것은 일본도 우리가 자주 먹는 양배추, 곶감, 콩, 양파, 찹쌀, 무 심지어 두릅, 고사리 등을 갖고 다양한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료를 사용하여 음식을 다루는 과정은 우리와 많이 달랐다. 분명 맛의 차이가 존재할 것이고 그것은 그들의 고유한 음식으로 우리의 음식과 더불어 지역적인 가치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리틀 포레스트에서 보여준 자급자족적인 생활과 음식을 우리의 지역적 건축에 투영해 보고자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고유한 환경은 수십 년간 삶의 재료들이 겹겹이 쌓여 이루어진 모습이다. 필자가 살고 일하고 있는 인천 동구만 해도 주변에 개항로,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재래시장, 노후된 밀집주거 등 다양한 지역적 재료들이 있다. 하지만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우리 동네의 지역성을 찾지 못했다. 과거 지향적인 동네의 모습에서 미래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아직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다루는 건강한 음식처럼 우리 인천에서 생산되는 재료와 전통을 현대화한 공법으로 건물을 짓고 도시를 이루었다면 고유한 지역적 환경이 조성되었을 것이다. 비단 건축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 예술, 등 더 큰 카테고리 영역에서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발현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낭만일 뿐 우리의 역사와 산업화 과정을 보면 매우 어지럽고 복잡해서 고유한 지역성은 그 사이에 파괴되고 기억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가 뿌리 내리고 있는 지역은 우리의 관계가 형성되고 우리의 안정을 찾는 장소이기 때문에 사라진 지역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만드는 것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역성은 프리츠커 상을 받은 스타 건축사가 만드는 것도 아니고 랜드마크라고 콧등을 세우는 건축물이 여러 개 있다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다만 지역 건축사들을 비롯하여 주민들이 장소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지역성은 발견될 것 같다. 그리고 함께 지역의 재료, 형태, 흐름, 자연환경 등이 조화로운 마을 공간을 이루려고 할 때 개별 건물을 뛰어넘어 마을 고유한 분위기와 가치를 만들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 때 그 안에 사는 우리는 위로받고 즐거울 것이다.
김장철이 돌아온다. 올해는 필자가 작년 추석에 직접 심은 마늘과 아버지가 가꾼 배추로 직접 김장김치를 담글까 한다. ‘리틀 포레스트’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