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 박서원

  당신이 내게 남겨준 것은
  아무래도 멀리 있는 축복,
  동서남북 열두 달
  비껴가다 보면
  비껴가던 것들끼리 만나
  사랑이 되지

  당신이 내게 남겨준 것은
  너무나 조용하다고 우는
  내 숨소리
  깊은 밤에도
  나팔꽃 열리는 아침에도
  정오의 태양 속에서
  환히 열리는 길 위에서도
  무서운 내 숨소리

 

- 박서원 시집 ‘아무도 없어요’ 중에서 
  ( )최측의 농간 / 2017년

자신의 숨소리가 무서운 사람은 어떤 생을 살았을까?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잘 느끼지도 못하는 자신의 숨소리가 무섭게 느껴질 때 우리는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걸까? 어디에 있었길래 자신의 숨소리가 무서운 걸까? “당신이 내게 남겨준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당신이 내게 남겨준 것은 축복도 “멀리 있는 축복”이고, 어떻게 그걸 당신이 줄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내 숨소리”다. “환희 열리는 길 위에서도/ 무서운 내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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