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LH공사는 자사의 아파트브랜드인 휴먼시아를 폐기하고 다른 브랜드를 만든다고 발표하였다. 이유는 휴먼시아가 옛 주택공사의 브랜드인데 토지공사와 합쳤으니 당연히 주공 이미지를 벗어나 통합 이미지에 맞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브랜드하나를 이만큼 인지 시키려면 수많은 시간과 엄청난 홍보비가 들어야 하는데, 빚이 125조원에 달해 공사를 취소하는 판에, 정신상태가 틀렸다고 호된 질책을 받았다.
한국의 아파트 이름을 외래어로 어렵게 지은 것이 ‘귀찮은 시골 시어머니가 찾아오지 못하게 하기위한 것’이라는 우스갯말은 벌써 오래된 버전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에 대한 비평도 그간 많이 있어 왔다. 되돌아보면 80년대까지만 하여도 아파트이름은 회사명과 동네이름이 어우러져 지어졌었다. 그러다 현대아파트가 홈타운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한층 격상된 고급아파트의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었다. 2006년도 신문기사를 보면 강서구에 있는 현대아파트가 현대 홈타운으로 이름을 바꾸자, 석 달만에 32평형이 3억8천에서 5억2천으로 뛰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모 의원은 무늬만 홈타운인 짝퉁아파트가 등장하여 부동산가격만 올린다며, 이름을 바꾸지 못하게 하는 법률을 제정하여 법사위에 회부했다는 소식도 전하고 있다.
최초의 등록 브랜드 래미안과 e-편한세상, 어울림, 푸르지오 등 초기의 브랜드들은 이해가 쉬웠다. 그러나 이후 쉐르빌, 아너스빌, 피오레 등 어려운 외래어 브랜드들을 양산되었다. 다행인 것은 건설사들의 피나는 홍보로 그나마 이제는 귀에 익게 된 점이다. 그런데 여러 건설사가 참여한 대단지 재개발아파트는 시공사의 브랜드를 붙일 수가 없다.
근래 잠실 트리지움 아파트로 이사 온 필자는 전화로 주소를 묻는 이들에게 참 미안하다. “뭐라고?” “나무를 영어로 ‘트리’라고 하지? 그 ‘트리’에 ‘지움’이야.” “체육관의 김나지움있지, 아니 지식의 ‘지’와 움막의 ‘움’.” “음악의 음?” “아니 시묘할 때 상제가 기거하던 움막”... . 3단지를 라틴어로 조합한듯한데 참 어렵다. 1단지는 엘스, 2단지는 리센츠인데 어원을 모르겠다. 시영아파트의 파크리오는 사전을 찾아보니 영어의 공원과 ‘강’이란 포르튜갈어의 합성이다. 이곳의 주민들은 필자와 같은 고충을 겪고 있을 것이다. 몇 번의 곤욕 끝에,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지혜를 얻고 나니 후련하다.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이 다시 2만불시대에 진입했다고 한다. 이제 무분별한 외래사조에 편승하거나 국적불명의 이름을 양산하는 저질문화에서 벗어나야할 때이다. 작명가 아들이 장관되고 재벌되는 것 보았는가. 자꾸 부르고 싶을만큼 정겹고 바로 외울 수 있는 이름이 가장 좋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