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관리소, ‘대한제국 황궁의 건축’ 기획전시

전통건축과 서양건축이 교차하는 덕수궁을 모델로 하는 대한제국 황궁의 건축을 소재로 전시회가 개최되고, 최초로 덕수궁 정전의 도면이 공개된다.

화재 이전의 중층 중화전 사진엽서 (사진=문화재청)
화재 이전의 중층 중화전 사진엽서 (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9월 22일부터 다음 갤러리(카카오 갤러리)를 통해 ‘대한제국 황제의 궁궐’ 특별전, ‘대한제국 황궁의 건축’을 온라인으로 개막하고, 10월 중순에는 덕수궁관리소 홈페이지와 문화재청 유튜브에서 2차 개막한다고 밝혔다. 경운궁에서 덕수궁으로 영역 변화와 전통건축과 서양식 건축이 함께 세워진 궁궐건축의 변화를 통해 대한제국이 겪은 근대 역사의 부침,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내세운 구본신참(옛 것을 유지하며 새것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임)의 실체를 조명한다.

전통건축과 서양건축이 교차한 덕수궁에는 특이하게도 전통 건축물인 중화전과 서양식 건축물인 석조전, 이렇게 두 개의 정전이 있다. 2층 지붕을 가진 중화전은 1902년에 덕수궁의 정전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이후 1904년 대화재로 불에 탔지만 석조전 공사를 중단하면서까지 시급히 재건해 1905년 지금 모습으로 중건됐다. 그런가 하면 1897년 건축계획을 수립해 1900년 공사를 시작한 석조전은 결국 1910년 완공됐다.

평양자혜의원신영설계도_재래건물배치도 (사진=문화재청)
평양자혜의원신영설계도_재래건물배치도 (사진=문화재청)

이번 전시에서는 정전인 중화전의 어좌와 석조전의 황제 서재와 침실, 황후의 거실과 침실 등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석조전 황제의 서재와 침실, 황후의 거실과 침실은 일제가 개입하기 전의 대한제국 황궁의 서양식 생활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현존하는 유일의 유산이다. 실내 장식은 2014년 석조전을 복원할 때 설치한 것이지만, 당시 도면과 사진을 기반으로 고증해 재현한 것이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병원으로 개조되었던 도면들도 소개된다. 이 중 정전인 태극전 도면은 일반에 최초로 소개되는 자료이다. 태극전은 단층건물이지만 건물 앞에 높은 기단인 월대가 있고, 내부에는 사면으로 오르는 당가(어좌를 장엄하는 조형물)를 설치해 현재 덕수궁 중화전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고종과 순종이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고종의 어진과 순종의 예진을 봉안해 황궁으로서의 위엄과 격식을 갖춘 당당한 궁궐이었다.

고종이 2개의 수도를 건설해 황제국으로서의 위엄을 확고히 하고, 북방외교를 통해 자주독립의 꿈을 실현시키려 건설했지만, 이후 일제강점기에 ‘평양 자혜의원’으로 바뀌었다. 일제가 설계한 ‘평양 자혜의원 신영공사설계도’에 따르면 황제의 어좌가 있던 태극전은 병원의 회의실과 연구실, 도서실 등으로 사용됐고, 태극전 뒤편에 위치한 지덕적은 전염병실로, 중화전은 환자 대기실과 이비인후과로 사용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 관리소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대한제국 황국의 건축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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