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박사
이동흡 박사

집은 짓고 돈은 번다고 한다. 공을 많이 들여야 福이 들어오기 때문에 집에 복이 들어오라고 ‘짓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집에서 복도 짓고, 사고팔면서 재화(財貨)도 벌어들이는 두 가지 이익을 한꺼번에 챙기려고 한다. 집이 돈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말로 지어야 할 진짜 알맹이, 행복이 집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돈의 노예가 되면 될수록 행복을 짓는 영혼도 상대적으로 많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UN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에 의한 우리나라의 국가행복지수는 50위권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고 있지만 행복지수가 뒤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왜 경제적 풍요와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없을까, 그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나오는지 나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건물이 집이다.

집에 대한 주인은 인간인 생물이고, 집의 기본적 목적은 인간생활을 외계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쉘터(shelter)의 역할이다. 즉 비와 바람, 더위와 추위 등 자연의 힘으로부터 안전하게 생활을 할 수 있는 쉼터다. 이 안에서 모든 인간생활, 즉 생명 유지의 기본적인 수면이나 휴식을 취하고, 씻고 먹고 배설하며,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육아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이 생물의 일원으로 연결되는 고리, 즉 삶의 본질이 이곳에서 만들어 진다.

바로 행복을 짓는 시원점이 집이다. 집이 재테크의 수단인 돈으로 보이는 순간부터 인간의 삶에 대한 본질은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삶의 본질을 연결하는 고리도 끊어지고 있다. 집에서 복도 짓고, 돈도 번다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놓치지 않겠다는 사고에서부터 행복지수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삶의 따스함이 그 안에 녹아 있는 보금자리를 강탈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택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70년대 이후다. 당시는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주거 수준도 매우 열악한 상태였다.

부족한 주택의 양을 급하게 메우기 위해서는 단지 개념의 아파트가 필요했다. 건축 재료는 당연히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강도가 강하고 화재에 안전해야 했다. 인간이 주인이라는 주거의 기본을 망각하고, 삶의 질을 돌아볼 정신적인 배려가 결여되었다. 당연히 생물에게 유리한 방향의 삶을 반영할 수 없었다. 철저하게 공학적 잣대에서 소재는 성능위주로 선별되었다. 이때부터 건축법에서 목조건축은 건물 규모에서도, 건물 용도에서도 제한이 가해졌다. 목조로 건축할 수 있는 범위도 구체적으로 정해졌다.

목재는 환경과 조화하고 환경에도 부담이 없는 친환경적 성능을 갖고 있지만 화재 위험성 때문에 철저하게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바닥과 지붕틀 및 주 계단을 제외한 주요 구조부가 목구조인 건축물은 지붕높이 18m 이하, 처마높이 15m 이하 및 연면적 3,000㎡ 이하로 콘크리트나 강구조 건축물과 차별화되었다. 최근 차별화되었던 목조건축의 규모제한이 드디어 없어진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8월 20일자로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하, 구조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있다. 이와 연관된 건축구조기준(KDS)도 같이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건축물의 규모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구조규칙 제9조의3(건축물의 규모제한)에서 목조건축의 제한이 해제된다. 그 배경에는 구조용집성판(CLT)이나 집성재 등과 같은 고성능의 공학목재 개발로 안전 확보가 가능함이 성능시험을 통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또 목재가 흡수하고 있는 탄소를 건축물에 오랫동안 저장하기 위한 기후변화대응의 수단으로 유도하기 위한 정책일 수도 있다.

목조건축은 공학적인 잣대에서 구조기준을 만족했다. 여기에 생물학적으로도 인간의 감성을 가장 만족하는 가장 이상적인 건축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제 지구 공생의 목조 중심인 건강건축의 문이 열리고 있다. 이 기회에 목조건축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다른 건축과 비교하여 생물학적으로 목조 우위의 자리를 굳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목조건축에 대한 생물학적 잣대 마련이 시급하다. 이제까지는 목조건축이 노약자들의 생활환경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건축물의 규모제한 규제 때문에 지을 수 없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출입하는 특수 건축물인 극장, 영화관, 집회장, 병원, 호텔도 높이가 18m 이상이 되면 목조로 지을 수 없었다.

학교, 체육관도 마찬가지다. 또 백화점이나 전시장의 규모가 3000㎡ 이상의 경우에는 목조로 지을 수 없었다. 그동안 어린이의 신체발달과 정서에 목조가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도 유치원 2층에 놀이방이 있으면 목조로 건립할 수 없었던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런 특수 건축물이라도 내화 성능을 충족시키면 목조로 건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선 노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요양원과 복지시설의 용도에 목조건축이 우선되었으면 좋겠다. 목조건축을 통해 행복을 짓는 영혼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아울러 목조건축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불만을 감소시켜 우리나라가 핀란드나 북유럽 국가처럼 경제도 풍요롭고 행복지수도 높은 모든 나라가 꿈꾸는 나라가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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