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의 최대 화두는 불확실성이다.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라는 말에 이어 최근에는 TUNA(Turbulent, Uncertain, Novel, Ambiguous)라는 단어가 새로 나올 정도로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고 있다. 이런 경영 환경의 핵심 특징은 예측이 거의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일상생활이 멈출 정도로 전염병이 확산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경영기법은 없을까? 가장 대표적인 기법이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이 기법은 군(軍)에서 개발됐다. 핵무기가 개발되면서 핵전쟁을 잘 수행하거나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었다. 따라서 전통적인 예측 기법으로 핵전쟁을 수행하거나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공군 씽크탱크에서 근무했던 천재 수학자 헤르만 칸은 시뮬레이션 방식의 미래 예측 기법을 개발했다. 이 기법은 석유회사 로열 더치 셸로 전파돼 오일 쇼크를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주요 변화 동인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와 관련한 미래 시나리오를 만든다면 ▲변종 바이러스 확산 속도 ▲치사율 증감 추이 ▲치료제나 백신 개발 여부 ▲보건의료 시스템의 효과적 작동 여부 등이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변화 동인이 될 수 있다.
이런 변화 동인 가운데 토론을 통해 두세 가지 핵심 변화 동인을 선정한다. 예를 들어 치료제 백신 개발 여부와 보건의료 시스템의 효과적 작동 여부를 핵심 변화 동인으로 선정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효과적 백신 개발과 그렇지 못한 상황, 정부 보건의료 시스템의 효과적 작동과 그렇지 못한 상황 등 총 4가지 시나리오가 만들어진다. 각 시나리오별로 이름을 붙이고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고민해본 다음 대응 전략을 마련하면, 개별 시나리오별로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준비가 더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다.
미래를 굳이 예측하려고 하지 말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게 보다 효과적인 시대다. 특히 시나리오 플래닝은 예측하기 힘든 극단적 상황에 대해서도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성이 높다. 상상 가능한 여러 미래에 대해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과정 자체가 조직의 준비 상황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 다양한 조직에서 더 많이 활용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