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년대에 지어진 소위 2~3층짜리 빨간 벽돌집이 도시 곳곳에 즐비하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어진 건축물들은 시대의 아이콘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때론 동네를 정감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지금은 새롭게 지어진 집들이 그 사이를 메우고 있다. 며칠 전 필자는 청주지역건축사회 주최로 마련된, 건축사들이 재능을 기부하는 무료건축상담에 다녀왔다. 구청 건축부서에 상담 코너를 마련하고 시민들의 고충 처리나 건축에 관한 조언을 하는 시스템이다. 상담자들이 털어놓는 가장 많은 고충은 용도변경 또는 건축가능 여부였다. 기존 상담일지를 검토해 보았다. 바로 그 빨간 벽돌집 1, 2층 등을 용도변경하고자 하는 내용이었다. 한 상담자는 자기가 어릴 때부터 살았던 집의 1층을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해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했다. 필자는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현행 건축법 상 용도변경을 하려면 건축물의 안전을 위해 구조안전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30년 된 기존 건축물의 도면이 필요하다. 그 도면과 현장을 토대로 건축사나 건축구조기술사 등이 구조안전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조적조로 지어진 건축물엔 이 같은 작업들이 거의 불가능하다, 필자는 이렇게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실망하며 상담장을 나가는 젊은 부부. 기대를 하며 찾아왔건만 수많은 시간을 준비해온 사업에 차질이 있는 표정이다. 어떤 상담자는 글씨 하나 바꾸는 일이 너무 어려운 것 아니냐며 고민을 토로하신다. 애초에 건축물을 지을 때 튼튼하게 지으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최근 대한건축사협회는 기존 건축물의 재활용 및 유지관리 측면에서 볼 때 현행법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건의했다. 이에 국무조정실에서 기존 부분에 대해서는 구조물로 증가된 전체 하중을 포함한 소요 강도가 기존 부재 구조 내력의 5% 미만까지 초과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튼 지진 안전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과 건물 소유자들의 고충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 건축 활용도 면에서 보면 매우 불합리하기도 하다.
시대의 변화를 고려해 새로 지어지는 건물에는 규정이 많다고 해도, 그 시절 적법한 절차를 거쳐 건축된 건물에 대해서는 재활용 면에서 깊이 고려해야 할 듯하다.
그 시대의 건축을 사용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다. 규모가 큰 건축물의 용도변경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현재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해도, 소규모 건물 1층을 주택에서 근린생할시설로 용도변경하려고 할 때 아무리 하중이 무거워진다 해도 지면과 맞닿은 1층에 대한 구조안전확인은 불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일에 구조안전확인이라는 절차를 거친다면 시민인 건물주는 너무 큰 시간과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이다.
모든 건축물에 완벽한 내진 구조를 적용하는 일은 미래를 위한 분명한 책무이지만, 부동산 거래나 해마다 늘어나는 공실의 증가를 본다면, 그 시절 적법하게 지어진 건축물에 안전성이 낮다는 색안경을 끼고 규제 대상으로 보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현재는 건축물의 구조와 안전을 위해 건축물만 용도 분류 체계로 구분하고 있기에 여러 충분한 고려가 결여돼 있다. 용도지역제 같은 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대도시와 소도시의 건물에 유입되는 밀도를 고려해 인구 밀도가 촘촘하지 않거나 상권에 있는 동네 건축물의 용도변경 간편화를 시급히 적용해야 할 듯하다. 쉽게 말해 인구 유입이 많은 번화가의 건축물 운동 하중과 소규모 도시의 운동 하중은 다르다. 지역의 세세한 부분까지 데이터를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이를 고려해서 수많은 소규모 건축물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법제를 마련해야 할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