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교육부를 주축으로 학교공간혁신 사업이 한창이다. 학교공간혁신은 단순히 오래된 학교의 시설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 교육을 위하여 학교 공간을 조성하고 나아가 학교에 대한 기존의 생각까지도 변화시켜야 할 혁신적인 사업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교육으로 변화되고 개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담아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는 곳이다. 나아가 학교의 교육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가 함께 번영하는 이상까지도 실현해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의 현실은 교육의 본질보다 입시를 위한 교과과정만이 강조되며 전국의 학교가 붕어빵 찍듯 획일적인 교육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보니 그 교육을 물리적으로 표현한 학교공간 역시 마찬가지로 붕어빵이 되었다.
이번 학교공간혁신의 목표는 ‘미래 교육에 대응’, ‘민주시민 교육’, ‘자치공동체 실현’이다. 미래 교육이란 학생이 중심이 된 협동 학술과 창의적 융복합 교육을 말하며, 공간 역시 미래 혁신교육에 필요한 다양하고 유연한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민주시민 교육’을 위해서는 사용자 참여 구축으로 공간을 계획한다. 무엇보다 ‘자치공동체 실현’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형성 및 삶의 중심공간으로서의 학교 역할이 강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지역사회에 학교가 어떻게 개방되고 공유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하지만 최근 학교공간혁신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야기에는 미래교육이나 자치공동체의 실현보다는 교사와 학생들이 공간을 어떻게 멋지고 근사하게 꾸몄는가에 관심이 집중되는 형국이다. 교육철학보다는 교과목만 담은 채 만들어졌던 기존의 학교구축시스템을 재현하는 듯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참여설계란 이름으로 학생과 교사가 주축이 되어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교육이나 자치공동체를 이야기하지 않는 교육철학의 부재는 공간철학의 부재로 이어지며 공간을 다루는 건축사에게 참여 설계란 이유로 ‘받아쓰기’를 시킨다. 학교공간을 설계한다는 것은 학생이 중심이 된 미래교육과 자치공동체 실현을 분석하고 특화전략을 세워 컨셉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참여를 통해 각 학교에서 추구하는 보다 본질적인 교육철학에 가깝도록 공간 디자인을 하고, 더불어 구조, 전기, 통신, 소방 등 기술적 내용과 다양한 법률의 상관관계도 이해하고 적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시공할 수 있는 도서로 작성되어야 하는 긴 프로세스와 섬세한 감성이 바탕이 된 고도로 기술적인 일이다.
학교공간혁신에서 참여설계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일단 학교마다 자신들의 환경에 맞도록 학생이 중심이 된 미래교육의 철학을 세워야 한다. 그동안의 학교 교육이 입시를 위한 교과과정 중심이었다면 전인적 교육을 위한 교육철학 논의가 강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사회에 학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 그 교육철학을 담아 조성한 학교공간이야말로 혁신으로 불릴 수 있으며, 공간자체가 교육의 기본이 되는 교과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철학을 세워야 하는 중요한 핵심가치는 뒤로 한 채 성과가 빠르게 눈에 보이는 예쁜 공간 만들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학교공간혁신사업에서 혁신의 주체는 누구인가. 지금까지의 상명하달이던 시스템을 혁신해서 학생과 교사가 각각 전인적 교육의 주체로서 바로 서야 한다. 그렇다면 학교공간혁신사업에 총괄기획자 혹은 촉진자로 참여하는 건축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첫째, 각 학교에 따라 학생이 중심이 된 미래교육이 무엇이며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 둘째, 학교는 학생의 교육 외에 이웃 시민들과의 관계 및 평생교육 공간으로의 변화도 요구된다. 그래야 우리의 아이들이 사회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체득하고 성장하면서 그에 맞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건축적으로는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나아가 학생 교육으로의 일환이 되기 위해 학교에서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해 물리적인 장기계획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셋째, 참여설계의 확대이다. 교과과정에 건축이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건축전공자들이 교육자로서 결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물론 이에 앞서 총괄기획자 혹은 촉진자로의 역할을 충분하게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또한 학교공간혁신사업의 대가산출 기준들을 법적기준에 맞춰야 하는 것도 시급하다. 공간을 혁신하겠다는 사업에서도 고질적인 계약갑질 문화는 여전하다. 이들은 대가에 산정하지 않은 일들도 당연한 듯 요구하며 창의적인 건축설계와 공짜노동을 동의어로 작동시킨다. 학교공간혁신을 위해서는 그동안 익숙하게 보아온 시설관리 위주의 획일적인 발주시스템에 안녕을 고해야 한다. 우리 건축사들이 학교공간을 혁신하는데 교사, 학생과 더불어 최선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길 바란다.
학교공간혁신이란 즉 교육철학을 담는 학교를 만드는 일이다. 학생들이 건축물이라는 교과서를 통해서도 교육철학을 학습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학교공간혁신사업이 학교라는 공간이 가진 획일적이고 견고한 물리적 관행을 깨뜨리는 그런 계기가 되길 바라며, 학교공간혁신으로 교육혁신이 완성되길 나도 희망한다.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