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39 대 298, 이는 TV 사극에서 전투를 벌이는 병사 수 비교가 아니다.

2011년 4월 기준으로 확인한 전국 건축사사무소와 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이하 구조기술사사무소)의 현황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국내 건축물 내진설계와 관련, 각종 언론의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한 건축계의 움직임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2008년 중국 쓰촨성의 대지진 이후 건축구조계는 국내 모든 건축물의 내진설계 적용을 비롯, 건축구조(이하 구조)설계와 감리를 건축구조기술사(이하 구조기술사)가 담당해야 한다고 지속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항이고 보니 건축물의 규모와 관계없이 구조전문가의 해당 업무수행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건축구조계의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해당 업무를 수행해야할 현업 종사 건축구조기술사의 수는 태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건축구조계의 현실

2011년 3월 22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92차례 치러진 기술사 자격시험을 통해 배출된 구조기술사는 총 893명(구조기술사회원 711명)이다. 이들 가운데 450여명은 구조기술사사무소에 소속돼 있고 전국적으로 298개소의 구조기술사사무소가 소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반적인 건축설계를 담당하는 건축사사무소 수의 32%정도(전국) 밖에 안 된다. 지역적으로는 소재지의 서울특별시 쏠림현상이 심각하다. 특히 경상북도와 제주행정자치도의 경우 구조기술사사무소가 한 곳도 없고 강원도와 전라북도에는 한 곳만이 소재하고 있다. 결국 해당 지역들의 구조관련 업무 대부분이 타 지역에서 수행되고 있고 시간과 거리에 따른 문제를 안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축설계용역을 수행할 경우 용역비용의 5% 이상이 구조분야에 투입되는데 이를 근거로 보면 용역비용 대비 정상적으로 필요한 사무소 수의 62.5%에 불과하다. 특히 현행 내진기준을 강화하고자 하는 소규모건축물의 경우 건축설계용역비용의 5%를 크게 상회, 10%에 가까운 구조관련 용역비용이 발생하는 현실과 특별시, 광역시 등을 제외한 시․도의 경우 대규모건축물의 설계가 수도권에서 진행되고 소규모건축물의 비중이 대부분인 점을 고려한다면 현업에 종사하는 국내 구조기술사 및 구조기술사사무소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허가건수와의 비교를 통한 적정성 확인

특정 시․도의 건축설계업무를 해당 지역에 속해 있는 건축사사무소와 구조기술사사무소가 모두 수행한다고 볼 수는 없고 모든 사무소에 균등하게 용역이 발주되지는 않겠지만 소규모건축물의 경우 대부분의 건축주들이 용역기간이나 소요비용 등을 고려, 일반적으로 소재지 인근 지역에 건축설계업무를 발주하는 형편이므로 해당 지역의 허가건수(동수)와 사무소 수를 평균 추정치로 비교해 사무소 수의 적정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광역시의 경우 구조기술사사무소 1개소 당 500건을 훌쩍 넘고 인천의 경우 2,000건이 넘었다. 일반 시․도의 경우는 충청북도를 제외하면 구조기술사사무소 1개소 당 5,000건을 넘고 강원도와 전라북도는 10,000건이 넘었다. 구조기술사사무소가 소재하지 않는 경상북도와 제주도의 구조설계가 타 시․도에서 진행됐다고 본다면 타 시․도의 구조기술사사무소에는 산정결과 이상의 과부하가 걸렸다.

이런 결과로 미루어볼 때 현재의 상황에서 모든 건축물의 구조계산 및 내진설계를 건축구조기술사가 수행하는 것은 시장경쟁사회에서 엄청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관계 법령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현실에 대한 충분한 인식과 사전 대책마련이 우선되어야 검토 중인 법령의 정착이 순조로울 것이다.

현행 법령에서는 3층 이상의 건축물은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확인 대상이고 6층 이상의 건축물은 건축구조기술사가 구조계산을 수행해야하며 3~5층 건축물은 건축사가 수행하거나 건축구조기술사의 협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2009년 7월 건축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건축사의 관계전문기술자 범위 중 구조안전의 확인전문가를 건축구조기술사로 한정하면서 건축구조기술사와 동등 이상의 기술능력이나 자격을 갖춘 자는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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