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간단하고 운반 거리가 짧은 도구가 젓가락이다. 젓가락의 사용 인구는 무려15억 명이나 된다. 젓가락 인구의 80% 이상이 우리나라와 중국 및 일본에 몰려 있으므로 젓가락 문화는 동아시아인의 음식문화에 바탕을 둔 전통문화라고 할 수 있다. 젓가락질에는 손바닥, 손목 등 30개의 관절과 64개의 근육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손의 근육발달은 물론, 음식을 집어서 옮기는 집중력의 향상으로 뇌의 일부분이지만 운동중추와 그 주위에 있는 뇌 부분이 활성화되고 자극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어릴 때부터 젓가락의 사용은 뇌의 발달과 연관되어 학습효과를 높이는데도 기여한다고 한다. 그런데 젓가락을 지식백과에서 검색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는 것보다 쇠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영유아와 청소년 등의 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목재를 갖고 놀 때 건강 또는 정서에 긍정적인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다수의 자료를 접하고 있지만, 과연 금속에서 이러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근거한 내용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나무젓가락 사용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는 식품접객업소, 도·소매업종 등에서 일회용 나무젓가락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산림에서부터 시작된 자연을 손대는 것, 그 자체를 자연 파괴라고 규탄하는 집단의 자만심과 독선적인 환경론이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목재 관계자에게는 이러한 문제 제기는 자칫 가해자적 성격이 있어서 비판 받을 수 있으므로 입을 여는데 매우 조심스럽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을 위하여 국민적 공감의식 형성을 넓힐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목재를 사용하지 말라는 풍조에 대해 목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산림은 손대지 않으면 양치류나 덩굴이 무성하게 자라나 수목의 성장을 막는다, 이러한 생장을 막는 요인이 되는 것을 제거하거나 수목이 생장하기 쉽도록 솎아 내거나 손질을 해야 숲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관계를 중시했기 때문에 자연이나 산림으로부터 꺼낸 것을 생활의 재료로 사용했다. 언제나 자연과 공생하는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재생 가능한 범위에서 목재를 벌채하고 나무를 심고 가꾸어 왔었다. 수목에서 배출되는 광합성에 의한 산소는 어릴 때는 왕성하지만, 나이가 든 성목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목재자원은 OECD 평균보다 1.3배나 많으며 대부분은 1970년대 산림녹화로 이루어진 50년생 이상의 성목이다. 벌채해 건축재 등으로 이용하는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육성전략이 필요하다. 독선적인 도치(倒置)에 빠진 환경론 때문에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누가 되지 말았으면 한다.
나무젓가락 사용 규제도 이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나무젓가락에는 어떤 나무가 사용되고 있을까 알아야 한다. 그 대부분은 20∼30년이면 성목이 되는 지구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는 수종이다. 1차 녹화 역할을 마쳤으므로 베어내고 새로운 나무로 갈아 심어야 한다. 마땅한 용도가 없어 버려지고 있다. 또 나무젓가락 중에는 일부 고급스러운 것을 제외하면 제재 과정에서 나오는 자투리 나무를 이용하고 있다. 건전한 나무를 잘라 나무젓가락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실제로는 대부분 재생이 빠른 나무나 자투리 나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에어로졸 상태로 3시간, 천과 나무에서 1일, 유리에서 2일, 스테인리스와 플라스틱에서 4일, 의료용 마스크 겉면에서 7일까지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나무젓가락은 과거에는 위생 젓가락이라고 불렸다. 일회용이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을 나무 도마와 플라스틱 도마에 묻혀 놓은 뒤 다음날 확인하니 플라스틱 도마에는 균이 번식했으나, 나무 도마에는 어떠한 균도 남아 있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무젓가락이 쇠 젓가락보다 훨씬 위생적이다. 또 열전도율이 낮아 선도 유지가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생선회, 초밥 등에는 나무젓가락이 좋다. 특히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식중독균에 의한 감염을 막아준다. 묵이나 두부, 국수처럼 미끄러지거나 갈라지기 쉬운 음식도 나무젓가락으로 집기 쉽다. 쇠 젓가락은 나무젓가락보다 무겁고 젓가락질이 어렵다. 쇠 젓가락질을 극복하기 위한 반복된 훈련이 뇌 발달과 학습효과를 높여줄지 모르겠으나, 이에 적응하기 위한 스트레스가 영유아의 정서 안정에는 과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나무젓가락 1개 분량은 11㎤다. 티슈 2장의 분량이다. 우리는 매일 생활 속에서 종이를 낭비하고 있다. 코 푼 종이를 두 번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여러 가지 건강에 유익한 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위한답시고 나무젓가락은 서자(庶子)로 남아있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