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박물관 편-

•저자 : 이용재

•출판사 : 도미노북스

•쪽수 : 368면

•정가 : 15,000원

 

박물관기행문이라. 더구나 건축평론가가 쓴 기행문이라니. 스치듯 본 박물관 문화기행이라는 제목에 무겁고 딱딱한 부담감이 밀려왔다.

어라?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표지를 가로질러 또 하나의 부제가 있다. 「박물관을 통해 본 우리 문화사」. 뭐야? 박물관을 소개한 건축기행문? 아니면 박물관을 빌미로 한 문화에피소드? 호기심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책 표지를 넘기고 저자 약력을 보면 한층 더한다. 저자의 거침없는 약력소개. ‘이 저자는 숨김없이 하고픈 말은 다 하겠군.’ 그러고 보니 제목도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이다. 저자이름을 걸었으니 평범하진 않겠다.

목차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박물관이 아닌, 특정인의 투자가 많이 들어갔음직한, 의지의 결과물로 건축되었을 것 같은, 대중적이지 못한 이색적인 박물관들로 채워져 있다. 점점 내용이 궁금해진다.

‘쇳대, 허준, 실학, 전쟁, 고인쇄, 술, 석탄, 우표, 화폐, 고인돌, 농경문화, 곤충, 보석, 하멜, 왕인박사, 자전거, 등대, 공룡, 고래, 영화, 테디베어, 자동차, 유리 박물관.’

자칭 유일의 건축평론가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런 박물관들에 대해 건축물의 규모, 공간, 디자인개념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전시주제에 대한 역사적 유래나 문화이야기를 실타래 풀 듯 술술 풀어놓았다.

그리고 건축주의 투척과 건축가의 봉사까지도. 글 중간 중간에 있는 저자의 직관적이고 간결한 반전의 추임새는 읽는이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만화책 보듯 읽을 것 같이 내용이 쏙쏙 들어오는 책이다. 다음은 대전광역시 화폐박물관에 관한 내용의 일부이다.

1391년 한국 최초의 지폐인 저화 발행.

닥나무로 만든 화폐라 저화.

저화 1장으로 쌀 한 되를 사고.

1423년 조선통보(朝鮮通寶)발행.

조선에 통용되는 보물.

--- 중보, 통보는 화폐의 다른 이름이죠.

1446년 한글 창제.

집현전 학사들이 모였다.

“야, 화폐는 중국말이니까 우리말로 바꾸자. 뭘로 할까?”

“돌로 하자”

“왜!

“돌리라고.”

“발음이 좀 거시기한데.”

“그럼 돈이라고 하자.”

--- 근데 왜 사람들은 돈을 돌리지 않고 쟁이는 걸까요.

이 책에 소개된 박물관 중에는 나의 본가 바로 옆 대지에 위치해 있는 곳도 있다. 정문 앞을 수 없이 지나쳤지만, 무심히 외관만 보며 뭐 별개 있겠나 싶어 단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박물관. 다음에 본가에 가면 아이들 데리고 꼭 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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