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고 해도 부동산 문제는 건축에 영향을 준다. 많은 건축사들이 발주된 프로젝트에 매달려 수주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지만, 보다 거시적 출발점은 건축을 발주하는 시장 환경에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런 시장 환경은 부동산 가격 변동과 이에 반응하는 정치와 정책의 영향권 안에 있다. 건축사들의 생계는 바로 부동산 정책과 정치에 좌지우지 된다. 공공건축 발주라고 해도 실제 건축사들의 영업 비중은 크지 않다. 대다수는 주거건축이다. 

2020년 부동산 문제가 정치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정권을 자극하는 상황까지 왔다. 물론 현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수십 년간 우리를 괴롭혀 온 문제다. 그럼에도 현 상황은 도가 지나친 부분이 있다. 낡은 콘크리트 아파트 120제곱미터가 서울에서 최근 40억 원대에 매매됐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수요 공급에 의해 가격이 형성된 것이 문제는 아니겠지만 급격한 변동은 의심할 만하다. 이는 캐피탈 게인(Capital gain) 게임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건축과 무관해 보이는 일이지만 건축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안으로 제시되는 여러 방향들이 또다시 왜곡될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에 언급을 안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수십 년간 캐피탈 게인 게임의 중심은 주택, 정확히 언급하면 단지형 아파트였다. 상품의 속성 자체가 투기화된 건축형식임에도 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안을 내놓는다는 것은 근본적 처방이 아니다. 신도시도, 단지형 아파트도 모두 처방이 아니라는 사실은 수많은 사례에서 입증됐다. 더더욱 우리나라 대도시들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새로운 도시 환경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도시 노후화 역시 미래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것도 확실하다.

완전히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축계는 더 이상 이에 침묵해선 안 된다. 더더욱 20세기 방식의 조닝 구조에 의한 도시 계획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은 사회가 증명하고 있고, 건축 사용 용도 제한 규정화 또는 법제화 역시 시대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 변화로 인해 사용자들이 변경을 하면서 불법과 범법을 양산하는 상황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가 도시 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환할 절호의 타이밍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과 물리적 동선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따라서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 역세권을 중심으로 도시전략을 재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닝 개념으로는 이런 대중교통 역세권의 기능을 업무지역으로 제한하지만, 이제는 복합화 기능의 집적을 요구한다. 역세권의 복합 도시화는 주거와 업무, 생산과 소비 기능의 단거리 내 가능성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자연스럽게 고밀도가 요구되고, 통합과 분리의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다. 주차기능들을 통합하고, 공원을 공유하며, 개별 건축을 활성화하는 전략이다.

이미 이런 도시화 구조는 국지적으로 유럽이나 미국, 가까운 일본 등에서 시도·운영된 사례가 많다. 이는 정치 철학적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인들과 정책 행정가들이 눈으로 보고, 경험해보고, 도전해야 할 과제다.
건축사들은 전문가다. 단지 건물 하나를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역할 이상을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부동산 문제로 촉발된 현재의 상황을 대전환의 계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한번 도전해보고 발언해보자! 그리고 설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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