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석 건축사
변기석 건축사

내가 언제부터 한옥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중학교 때 학교 근처의 사찰에 소풍을 다녀온 후였던 것 같다. 항아리처럼 생긴 배가 불룩한 기둥, 하늘을 향해 휘어있는 지붕, 건물 전체를 알록달록하게 색칠한 단청이 아직까지 생각나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때 즈음인 것 같다. 한옥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어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건축과로 진학했고 졸업 후 한옥을 접할 수 있는 문화재 실측설계사무소에 입사했다. 십여 년 동안 문화재 실측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옥의 양식과 구조를 배우는 것은 물론, 그 안에 담겨 있는 선조들의 지혜까지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건축사 취득 후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대한건축사협회에서 주관하는 ‘한옥설계 전문인력 양성과정’ 공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한옥을 설계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 지원하고 교육을 듣게 됐다.

한옥설계 전문인력 양성과정은 한옥설계를 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된 교육이었다. 한옥의 정의와 그에 깃든 정신에 대한 강의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한옥에 대한 정책, 관련 법규, 문제점, 개선 방향까지 강의를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옥의 원형이 잘 남아있는 건물을 선정해 한옥의 다양한 조형 원리를 분석해 보면서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또한, 한옥을 실측한 후에 도면화하는 과정을 통해 한옥 도면을 그려 볼 수 있었다. 

교육은 이론과 더불어 시공도 참여해 볼 수 있었다. 충청북도의 한 대목장이 운영하는 치목장을 방문하여 기둥, 도리, 보가 결구되는 부분을 치목과 조립해보면서 완성된 한옥에서는 보기 어려운 한옥의 결구 부분까지 알 수 있었다.
교육의 마지막 과정은 한옥을 직접 설계해보는 것이었다. 강의를 들으며 차곡차곡 쌓인 지식을 모두 활용해 한옥을 설계해 봄으로써 실무에 대한 자신감을 쌓았다.

교육을 다 듣고 난 후 한옥설계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마땅하나 대한건축사협회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만들어 주신 선배 건축사님들과 좋은 강의를 해주신 강사님, 열심히 교육을 들어준 동료 건축사분들에게 지면을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한다.

한옥설계 전문인력 양성과정이 끝나고 두 계절이 지나갔다. 교육을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운이 좋게도 첫 번째 한옥 수선공사 설계 의뢰가 들어왔다. 건축주는 종로구 숭인동 좁은 골목길 안쪽에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않아 낡고 퇴락된 한옥을 매수해 사무실로 사용하고자 했다. 한옥설계 전문인력 양성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계획안을 설계해 기존 한옥이 가지고 있던 모습을 찾아가는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 중에도 한옥에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시작점을 찾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한옥설계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들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많은 건축사분들이 교육을 통하여 한옥설계를 자신있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주변에 한옥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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