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인재 추천을 천거(薦擧) 또는 거천(擧薦)이라 하고, 추천한 사람을 거주(擧主) 또는 천주(薦主)라 했다. 『맹자(孟子)』등문공(謄文公)조에 “천하를 위해 인재를 얻는 것을 인이라 이른다(爲天下得人 者謂之仁)”는 구절이 있는 것처럼 올바른 인재 발탁은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인(仁)이다.

성호 이익(李瀷)은 『성호사설(星湖僿說)』의 ‘자격과 전형(資格銓衡)’조에서 “사람을 쓰는 도(道)는 자격(資格:신분)을 위주로 하면 재덕(才德:인품과 능력)있는 자가 펴지 못하고, 전형(銓衡:시험)을 위주로 하면 엄체(淹滯)의 근심이 있다”고 말했다. 엄체란 능력은 있지만 발탁되지 못하는 사람을 뜻한다. 역사상 최고의 영웅으로 손꼽히는 이순신의 경우 무과에 오른 지 10여 년이 되도록 승진되지 못한 상황에서 서애 유성룡(柳成龍)의 천거가 없었다면 엄체된 채 인생을 마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재 추천은 종종 낙하산 시비에 휘말리기도 하고 세습제로 변질되리라는 우려도 많다. 그래서 과거에는 적임자가 아닌 사람을 추천했을 경우 추천자를 함께 처벌하는 ‘거주연좌제(擧主連坐制)’가 있었다. 이렇듯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인재를 쓰는데 있어 고민은 지속되어 왔으며 그릇된 인재 등용에 따른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기종인(舍己從人), 이황의 『퇴계집(退溪集)』에 수록된 이 말은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만을 내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의 뜻을 따른다”는 뜻으로 타인의 말과 행동을 본받아 자신의 언행을 바로잡는다는 말이다. 내 말과 내 행동만 옳다고 고집하다보면 보이지 않는 내 울타리에 갇혀 사려분별을 잃기 쉽다.

지난 대한건축사협회 총회에서 새로운 집행부 구성의 권한을 위임받은 신임회장 역시 인재 등용의 고민 속에 대한민국 건축사들을 향후 2년 간 이끌게 될 집행부를 구성했다. 사기종인(舍己從人)의 심정으로 집행부의 일원들을 선발했을 것으로 믿으며 이러한 회장의 심정을 신임 집행부 구성원들은 십분 이해해야 할 것이고 다른 이들의 말과 행동이 때로 내게 귀한 가르침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입은 되도록 적게 열고 눈과 귀는 크게 열기를 대한건축사협회의 새로운 집행부에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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