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화 건축사
이인화 건축사

코로나19(이하 코로나)가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강제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시각을 통해 무심코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하던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고 있다. 공간을 창조하는 건축사의 입장에서 사람들의 행동양식의 변화와 시각에 의한 인지변화는 더 나은 공간활용 방안을 고민하게 한다. 코로나의 발생은 가정 내 외부시스템의 도입을 강제하였다. 주거공간 중 제일 큰 변화가 거실에서 먼저 일어나고 있다. 어떤 변화가 있는가? 학교는 산업이 발달하면서 좀 더 많은 노동인력을 확보하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학교의 역할이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으로 가정에 다시 들어오게 되었다. 코로나가 홈스쿨링의 개념을 학생과 학부모 전반에 강제 적용시키게 된 것이다.

이러한 교육시스템의 강제적용은 일부 가족을 더 많은 시간 동안 방에서 거실로 나와 지내게 하고 일부 가족에게는 주로 잠자리로 할애했던 개인 공간을 학업의 장으로써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는 회사업무에서도 사람 간 비대면을 강제하고 재택근무를 확장시키고 있다. 재택근무는 기업의 업무효율을 위한 혁신적 실험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고 있다. 아이돌이나 K-POP 등에 대한 인기가 고조되면서 실내체육관 등에서 거대한 문화행사가 열려 왔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실내 대공간에서의 문화행사가 자제되고 줌 등의 인터넷매체를 활용한 문화공연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가족을 모이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고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의 추가로 이어졌다. 이처럼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증가되면서 거실 등 이용하는 공간성격에 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거실을 전 가족이 텔레비전 시청이나 닌텐도 등의 오락을 함께하는 공적 공간,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학업 등으로 일부 가족이 필요에 따라 공유할 수 있는 준 공적 공간의 개념을 구분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거실의 다양성과 공간구성의 확장 필요성이 더 크게 요구되고 있다.

주거공간 내 또 하나의 공간변화는 자연환경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실내로 끌어들이는 변화이다.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밖에 나가기를 자제하고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부 공간에 대한 욕구가 늘었다. 이러한 욕구는 주거형태 중 테라스하우스나 단독주택의 장점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 주거에서 외부공간에 대한 욕구는 즉시 채워지기 힘든 현실이다. 따라서 아파트에 사는 세대가 누릴 수 있는 외기조건은 매우 소극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발코니의 다양한 자연환경 디자인이나 실내 인테리어의 자연환경 도입방안 등이 더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실내공간에서 자연환경의 도입은 설계에 있어서도 다양한 아이디어의 도출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는 주거에서 외부인과의 접촉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로써 현관구조의 변화가 요구된다. 인터넷쇼핑의 증가와 배달물품의 크기가 증가하고 횟수가 늘면서 1층이나 대문 현관에 그치던 물품 전달 시스템이 변화되고 있다. 음식배달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비대면으로 전달 받을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이는 현관구조의 변화와 공간의 할애를 요구한다.

위와 같은 주거공간에 대한 변화 욕구는 일반 건축물의 설계에서도 자연스럽게 요구될 것이다. 기능에 맞춰진 환경보다 자연환경을 더 가깝게 더 많이 느끼도록 하는 업무환경이 빠른 시간 안에 몸에 체득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건축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환경변화를 주도하는 일선이 되어 공간을 창출해 주는 소임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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