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가 전혀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방법과 관련해 기존 경영학계에서는 유용한 접근법이 많지 않았다. 다양한 실험을 지속하며 고객의 잠재 욕구를 공략하는 디자인 씽킹이나 애자일 기법 정도가 유용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경영학계에서 전례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로리 맥도널드 하버드대 교수와 캐슬린 아이슨하트 스탠퍼드대 교수는 경영학 학술지 ASQ(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와 실무자를 위한 경영 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아동 발달심리학자가 창안한 병행놀이(parallel play)라는 개념을 경영학에 접목한 새로운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즉, 3~4세 유아의 놀이 과정을 연구한 발달심리학자들이 내놓은 병행놀이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방법이 무척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유아들은 가까운 곳에서 놀지만 함께 어울려 놀지는 않는다. 다른 친구가 노는 방식을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일부 활동을 모방하기도 하지만, 결국 자기 놀이로 다시 돌아온다. 조금 더 조숙한 아이들은 노는 걸 멈추고 스스로 뭘 만들었는지 지켜보다가 약간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한다.
전례 없는 비즈니스 모델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차량 공유 서비스라는 전례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질 당시 여러 스타트업들은 서로 다른 모델로 각자 실험을 실시했다. 예를 들어 우버는 고급 차량을 활용해 고액을 받는 모델로, 짐라이드는 카풀 매칭 서비스를, 사이드카는 일반인이 보유한 자가용을 여러 명이 호출하는 서비스로 하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각자 놀이를 하다가 다른 친구의 방식을 모방해 자기 놀이를 발전시키는 것처럼 이들은 다른 회사의 모델을 모방해 자기 모델을 가다듬었다. 즉, 다른 플레이어와 차별화에 몰두하기보다는 아이디어를 빌려와 자기 사업에 접목한 것이다. 실제 사이드카는 여러 명을 태우기가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고 한 명을 태우는 모델로 사업 구조를 변경했고, 우버는 이런 모델을 모방해 자사 모델을 발전시켰다.
여러 가지 놀이를 하다가 결국은 하나를 정해 계속 몰입하는 것도 병행놀이의 특징 중 하나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스타트업 역시 유사하다. 인스타그램은 근처의 친구를 찾아 만남을 갖고 사진을 공유하는 여러 복잡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결국 사진 공유에 집중해 성공 가도를 달렸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고자 하는 경영자라면 ‘모방’과 ‘선택적 몰입’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하면 불확실성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