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호 건축사
임현호 건축사

초등학교 시절부터 건축일, 정확하게는 현장에서 일하시는 삼촌을 보면서 건축에 대한 꿈을 키웠다. 당시 장래희망에 관한 글짓기를 할 땐 어려운 사람이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멋진 집을 지어주겠다고 다짐하면서 마지막 페이지 여백에 팔짝 지붕의 한옥을 그려넣는 것으로 과제를 마무리하곤 했다. 건축사사무소, 대형 건설사를 경험하고 건축사사무소 운영 2년차를 맞이하면서 그때 그 생각이 참 어려운 것이었구나 느끼는 한편, 순수했던 그 시절에 간직했던 따뜻한 마음의 건축사를 여전히 꿈꾸곤 한다.

올해 4월 첫 허가권자 지정감리를 배정받았다. 처음이 주는 설렘과 그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업무라는 생각에 대한 걱정으로 첫 감리업무를 시작했다. 공사가 시작되는 날, 시공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공사, 안전, 품질 등 공사 진행에 챙겨야 될 주요사항을 정리해서 건축주와 현장소장에게 설명하고, 특별히 건축주에겐 좋은 품질로 안전하게 마무리되도록 힘쓰겠노라고 전달했다. 그것이 감리자와 시공자의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규모 현장의 특성상 공사는 빠르게 진행됐다. 현장을 찾는 횟수도 많아졌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의문들과 현장소장에게 하게 되는 질문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시공 시 발생되는 자재인양구의 보강, 콘크리트 타설 시 이음철근의 보양조치, 개구부 오프닝에 따른 단부 보강, 우천 시 타설기준 등. 돌아오는 답은 “큰 현장에서는 하는데 여기서는 못해요” 또는 “그렇게 하면 우린 굶어 죽어요”였다.

수백 명의 근로자가 일하는 큰 현장에서는 되고 왜 30여명도 되지 않는 작은 현장에서는 안 될까? 도면이나 시방서에 나온 기준대로 시공하라고 요청했을 뿐인데. 굶어 죽는다니……. 그뿐만이 아니다. 관리감독자나 작업자 본인의 안전을 위해 안전보호구, 안전모를 착용하라고 하면 불평을 늘어놓거나 심지어 면전에서 욕을 한다. 날이 더워질수록 안전모를 착용하는 것이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추락, 낙하, 전도 사고로 인한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안전모 착용이 필수다. 본인의 안전을 위해 현장 진입 시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요청했는데 욕을 하다니. 이런 반응들을 마주할 때마다 소규모 현장에서 감리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함을 느낀다.

대규모 현장에선 감리가 상주하고 있고 안전, 품질, 공사, 공무, 설계, 관리 등에서 각 파트 책임자들이 관리한다. 또 회사 내부적으로 수시 점검을 하기 때문에 관리가 잘 된다. 반면 소규모 현장은 소수로 배치된 인원이 많은 분야의 파트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가 쉽지 않다. 손발이 척척 맞고 도면대로 알아서 잘해주는 협력사를 만나면 좋겠지만 저가경쟁으로 선정된 업체에게 그런 기대를 하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현장에 상주하는 현장소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많은 것들을 챙겨야하는 만큼 쉽지 않은 자리임에 틀림없다. 

현장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감리자와 시공자는 가끔 충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전하게 양질의 건축물을 만들어 내고자하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좋은 파트너로 인식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미 대규모 현장에서 본인이 경험했기에 더욱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부디 안전하게, 더 나은 품질의 결과물을 목표로 한 좋은 파트너로 인식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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