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 영동지방에는 100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이라는 1m의 눈이 하루에 내려 삼척시장의 장옥이 무너졌다. 그런가하면 올 겨울 전국은 삼한사온이 실종된 채 지속된 한파로 몸살을 알았다. 영영 헤어나지 못할 것 같던 추위였지만 3월로 넘어가는 2월의 중순 길목은 예년보다 따뜻했다.

2월에서 /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 해외로 나간 친구의 / 체온이 느껴진다 // 참으로 /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 골목길에는 /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 동서남북으로 / 틔어 있는 골목마다 / 수국 색 공기가 술렁거리고 /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 다음 골목에서 / 만날 것만 같다 // 나도 모르게 약간 /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 어디서나 / 분홍 빛 발을 아장 거리며 / 내 앞을 걸어가는 /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 - 무슨 일을 하고 싶다 / -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 2월에서 /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단발머리 소녀가 / 웃으며 건네 준 / 한 장의 꽃봉투 / 새 봄의 봉투를 열면 // 그 애의 눈빛처럼 / 가슴으로 쏟아져 오는 / 소망의 씨앗들 / 가을에 만날 /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 따뜻한 두 손으로 / 흙을 만지는 3월 /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 새벽바람이고 싶다 // 시들지 않는 언어를 / 그의 가슴에 꽂는 /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3월에 : 이해인>

두 분의 시인은 남성과 여성답게 3월을 노래한다. 그런가하면 피천득 선생은 수필 ‘봄’을 통하여 노년에 맞는 봄을 예찬한다.

“봄이 오면 무겁고 두꺼운 옷을 벗어버리는 것만 해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주름살 잡힌 얼굴이 따스한 햇볕 속에 미소를 띠우고 하늘을 바라다보면 날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봄이 올 때면 젊음이 다시 오는 것 같다. <중략> 녹 슬은 심장도 피가 용소음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건을 못사는 사람에게도 찬란한 쇼윈도는 기쁨을 주나니, 나는 비록 청춘을 잃어버렸다하여도 비잔틴 왕궁에 유폐되어 있는 금으로 만든 새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아 아, 봄이 오고 있다. 순간마다 가까워오는 봄!

역대 최다후보가 나선 사협회의 선거전이 끝났다. 큰 날개 돋아 꿈을 이루고, 나 아닌 협회를 위해 연두색 바람이 되며, 녹슬은 심장에도 피가 용솟음치게 하는 새 집행부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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