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연결 디지털 사회를 이제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우리는 꽤 오래전부터 IT강국이라 불리우며 국가차원에서 관련 산업을 육성해왔고 현재 전국 어디서나 스마트폰 하나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고 있다. 사람들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함께 만들고 동시에 공유한다. 유수의 디지털플랫폼은 거대한 세계 커뮤니티·산업망이 되었다. 2009년 카메론감독의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행성 ‘판도라’가 생명체의 연결 플랫폼이었다면 어쩌면 지금 우리의 디지털플랫폼은 판도라의 현실판일지도 모른다. 물론 여전히 4차산업 기술과는 거리가 먼 전통적인 커뮤니티를 선호하며 느리게 살아가는 곳도 있지만, 우리가 몹시 빠르게 움직이는 정보사회를 살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은 그 필요성까지 배가시키고 있다.
기술변화와 더불어 주요한 환경변화 몇 가지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노인인구·1인 가구 수가 증가하고 세계적인 저성장 경제가 지속되고 있다. 유래 없는 이상기후, 감염병도 전 지구적 이슈로 부상했다. 이러한 현상들은 결과적으로 공공의 사회적 역할과 소규모 자본, 안전 및 환경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리고 미래 정책이슈를 만들고 있다.
건축산업도 마찬가지다. 건축생산과 수요공급체계가 바뀔 것이라는 추측은 20년 전 CAD의 상용과 업무방식 변화만 떠올려 봐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건축사업의 종류와 규모, 발주처, 업무 내용과 방식, 공간이용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이제 업계는 시장 현안뿐 아니라 또 다른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이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정보, 통계자료다.
건축서비스산업 통계는 시장현안과 사회·경제·문화 현안을 포괄하는 컨텐츠로서 기초정보이다. 이는 단순히 현행 법제도에 명시된 항목에 국한되지 않는다. 산업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건축서비스와 관계되는 모든 분야와 연결된다. 개인과 공공의 공간환경을 기획·설계·관리하는 건축서비스 활동에서 통계는 선택과 판단, 설득의 근거로 작용한다. 따라서 건축서비스산업 이슈와 추이를 설명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통계자료에 대한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건축서비스산업 통계는 부재하다시피하고 다만 참조 가능한 일부 건축물 통계(건축허가 및 착공), 포괄적인 전국사업체 조사통계가 있을 뿐이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통계가 생산되고 있는 건설분야와 비교하면 미흡하기 그지없다.
한편, 2014년부터 시행된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에는 제7조 규정을 통해 건축서비스산업의 육성 및 진흥을 위한 산업실태조사를 시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와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2014년과 2017년 건축서비스산업 실태조사를 시범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예산 부족, DB 입수 및 가공의 어려움, 건축서비스산업 관련 국가승인 통계의 부재 등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신뢰도 높은 통계를 작성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당시 작성한 통계가 학술적·정책적 참고는 될 수 있지만 공식통계로서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다면 보다 광범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는 없다는 실효성 문제도 거론되었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건축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서 산업통계구축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하고 2019년 ‘건축서비스산업 육성지원사업’을 통해 다음 네 가지 통계구축 전략을 제시하였다.
첫째, 건축서비스산업 통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건축서비스산업에 요구되는 통계항목을 정하고 단계별 추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현행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명시된 정보 규정과 주요 추진 중인 정책기본계획을 연계하여 우선 과제를 도출할 수 있다. 둘째, 건축서비스산업 시장확대와 관련 정보를 생산해야 한다. IT기술의 도입, 새로운 서비스와 접목, 공간기반 컨텐츠, 표준화 및 경제적인 모델상품 개발, 건설 솔루션 제공, 부동산, 도시관리의 영역까지 건축물 조성 및 조성이후 창출가능한 산업적 가치는 무한하다. 따라서 현재 속한 한국표준산업분류의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뿐 아니라 관련 산업을 염두에 둔 법제도의 정의 개정과 산업분류 재편, 관련 통계생산도 발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 세 번째 전략은 기존의 연관 DB를 활용한 가공통계의 생산이다.
현재 국가는 ‘세움터’, ‘전국사업체조사’ 등의 건축 DB를 구축하고 산업 전체 통계를 생산하고 있는데 그 속에는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들 정보가 건축서비스산업 통계로 연결될 경우 신뢰도와 더불어 사회적 관계설정까지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건축서비스산업 국가승인 통계를 늘려가는 것이다.
통계자료의 기본 요건은 곧 신뢰도와 지속성, 활용도일 것이다. 국가통계 작성과 검증 절차를 통해 정확성을 높이고 동일 지표의 통계가 꾸준히 생산된다면 결과적으로 활용성과는 커질 것이다. 건축이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사실은 업계 관계자 모두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그 가치의 내용과 크기를 확인한 후 우리 실정에 맞는 진행 방향을 찾아야 한다. 만약 지금까지 우리의 건축서비스산업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했고 여전히 나아갈 방향이 혼란스럽다면 이유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건축서비스산업 통계 부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