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건축사를 취득하고, 2019년 12월, 꿈에 그리던 나의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그리고 사무소 운영을 시작한 지 이제 막 6개월, 기대는 두려움으로 변했고, 꿈은 현실과 맞닥트렸으며, 하고 싶은 일은커녕 일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었다. 일하면 걱정되고, 놀면 무서운, 한시도 안심되지 않는 이런 기분은 아마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초보 경영자’들 대다수의 감정일 것이다. 건축사사무소 오픈을 주변에 알리게 되면서 지인들에게 축하와 응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대화는 자연스럽게 건축사가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곤 한다. 대화를 하다 보면, 곧 ‘건축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경우가 많다. 그러면 나는 건축사의 일반적인 업무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곤 한다. “건축사는 건축물의 설계, 감리가 주 업무……. 집을 지을 때 지휘자의 역할을 하고……. 때로는 건축주보다도 더 건물을 생각하는…….” 어디서 들어 본 듯한 그냥 그런 대답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하던 대답이 충분한 설명인가?’, ‘건축사가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 건축사들은 ‘건축사법의 업무영역 외’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첫 번째 생각나는 것은 디자인업무의 확장이다. 의자, 가구, 소품 등 물건을 디자인한다. 또 어떤 건축사들은 호텔, 게스트하우스, 카페, 공유공간 등을 디자인하고 운영하기도 한다. 공공의 영역에서는 도시건축정책의 조정자, 컨설턴트의 역할도 한다. 이 외에도 조금만 찾아보면 정말로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요즘 색다른 일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작가와 건축사가 함께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이다. ‘보통 사람들의 인터뷰’를 잡지로 만드는 일로서 현재는 기획단계이다. 건축사가 진행하는 일이기에 건축적 요소들을 어떻게 프로젝트에 담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진행되어 세상에 나온다면, ‘사람’을 ‘이해’하고 ‘기록’하고자 하는 사진가와 건축사의 작은 결과물로서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건축사들의 다양한 역할과 색다른 시도들은 우리의 업역이 어느 한 분야에 한정될 수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분야들에서 우리의 전문성을 필요로 함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건축사가 더 다양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과 공간에 대한 전문성’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뜻이 있는 시민들과 함께, 우리가 사는 지구의 환경, 국가, 도시, 마을, 그리고 골목을 누비며 ‘크고 작은 일들’을 찾고, ‘이슈를 제기’하고, ‘함께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오늘날의 ‘시대적 요구이자, 건축사의 사회적 책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