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대한건축사협회의 정기총회는 새해 예산안과 더불어 향후 2년간 협회를 이끌어가야 할 새로운 회장과 집행부를 선임하게 된다.

회장은 어느 단체나 그 단체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회장의 철학과 운영 능력 그리고 언행은 대 내외적으로 바로 협회의 위상과 회원들의 명예를 가늠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따라서 대의원들은 총회를 앞두고 어떤 회장후보가 가장 적절한지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이는 20여명의 대표로서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협회의 발전과 스스로를 위한 중차대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회장직에 나서는 후보자가 예년의 2-3명 보다 두 세 배를 넘어 6명에 이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협회를 위해 봉사와 희생을 하겠다는 분이 많으니 경사란 생각이 앞서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이들이 모두 자신의 영달과 명예 보다 헌신에 뜻이 있는지, 또는 준비 없이 회장직을 너무 가볍게 보지는 않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또한 대의원들로 하여금 선택에 어려움을 가져와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런 때, 대의원들은 과연 어떤 후보를 선택하여야 할까?

우리는 두 번 세 번 각 후보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과연 어느 후보가 이 어려운 시기에 회장으로써 가장 적합한가를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 필자는 일찍이 23대 회장을 역임한바 있고 협회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걱정한다고 자부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기에, 감히 “이런 후보를 뽑자!”고 단언할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원고 청탁을 받고, 짧은 소견이나마 감히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

첫째, 자신은 회장이 되기 위하여 태어난 사람인 양, 형편없는 표차로 낙선하고도 또 출마하거나, 선거 중독증에 걸려 몇 번씩 낙선하고도 선거 때마다 기웃거리는 후보, “우선 되고 보자”는 욕심에서 실현가능성 없는 무지개 빛깔의 공허한 공약을 남발하고, 포퓰리즘에 편승하며 상대방을 무차별 공격하고 나가서 자기 능력과 비젼은 뒤로한 채 우리나라 고질적인 선거 병폐인 학연과 지연을 앞세워 한표를 호소하고 삼류정치인 같은 후보는 선택에서 배제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나라 최고의 기술자 전문인 단체인 대한건축사협회 총회이기 때문이다.

둘째, 자기 사무실 운영은 고사하고 경제적 기반도 전혀 없이, 회장 판공비 등 협회 돈으로 자기위상을 유지하려는 후보. 한 발 짝 더 나가서 핑계될 사안만 있으면 사건을 수습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협회 공금을 회원들의 존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마구 써버리는 사람. 크게 중요하지도 않은 해외행사에 회장의 권위를 지킨답시고 일행은 이코노미석으로 하고 혼자만 프레스티지석에 앉아 허세나 부리는 그야말로 인격과 도덕성이 수준이하인 사람. 이런 회장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지만 이런 소리가 안 들리도록 한번쯤은 염두에 두고 지켜볼 일이다. 또한 이러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골라내는 것은 후보의 과거 행적과 현재를 조금만 상세히 더듬어 보면 능히 가려낼 수 있다.

어떤 단체나 협회의 훌륭하고 특출한 회장이라도 모든 회원들의 사무실을 활성화 시켜주고 경제적 · 사회적 위상을 담보하여 준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회원들도 이러한 점을 명심하여 무리한 요구나, 공약(空約)이 될 장밋빛 선동에 속아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는 공자의 수신제가 이후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수 없이 들어왔고, 다산(茶山)선생도 목민(牧民)의 기본이 율기(律己)· 봉공(奉公) · 애민(愛民)에 있다고 하였다. 자기도 다스리지 못하고, 사무실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설 자리가 아니다. 오직 모든 일에 투명하며, 떳떳하고 당당하게, 헌신적인 봉사로 회원들의 단합을 유도하고, 회원들로 하여금 건축사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며 협회를 자랑스럽게 느끼게끔 할 수 있는 리더를 고를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모든 회원의 추앙 속에 임기를 마친다면, 우리 모든 건축사들의 마음속에 기쁨이요 평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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