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백과 함께 시성(詩聖)으로 추앙받는 두보는 일시 벼슬도하고 문명도 날렸지만, 희수(稀壽)의 연원이 된 그의 시 ‘곡강(曲江)’을 보면 부귀와는 거리가 먼 고달픈 삶이 배어 있다. “조정에서 돌아와 날이면 날마다 봄옷을 전당 잡혀(朝會日日典春衣) 매일 강머리에서 죽도록 취해 돌아온다(每日江頭盡醉歸) 술 빚은 가는 곳 마다 흔히 있지만(酒債尋常行處所) 인생 70은 옛 부터 드물기만 하구나(人生七十古來稀)” 노래대로였을까, 그는 70은 고사하고 60도 못산 59세에 객사하고 말았다.
2011년 세계의 화두는 스마트시대의 개막과 함께 인간의 수명이 머지않아 100세 이상 120세까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긴 것이 100세를 기준으로 한 인생을 4계절론이다. 즉 25세까지를 성장기인 봄으로 보고, 50세까지를 왕성한 활동기인 여름으로 보며, 75세까지를 수확기인 가을로 보자는 것이다. 76세 이상이 되어야 겨울 즉 은퇴기로 본다는 것이다.
일본같이 노령사회에 진입한 국가들에서 ‘노인세대’란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안 좋다하여 생긴 단어가 실버세대이다. 흰머리를 비유하여 만든 것이다. 그런데 충분한 영양섭취와 의료 혜택으로 신체적 건강이 강화되고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면서, 연금이나 퇴직금 등으로 여가를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령세대가 등장하였다. 주로 1945년 전후세대에서 나타나는 이런 계층을 ‘뉴실버세대’ 또는 ‘황금세대’라 일컫는다. 요즈음 유치원에서는 부모의 직업보다 할아버지가 무엇을 하고, 어디에 사는지를 묻는다고 한다. 부모는 젊기에 벌이가 있어봤자 사는데 급급하니, 할아버지의 지갑이 얼마나 두꺼운가를 재보는 질문이라 한다.
며칠 전 서울시 건축사협회의 통계를 보니, 최고령 현역이 90세이고, 70세 이상도 7%나 되었다. 40세 이하가 1%에 못 미치고 45세 이하가 10% 미만인 것으로 봐, 가입자유화에 기인한 통계이긴 하나 놀랍고 반가운 일이다. 젊은 건축사들도 일거리가 없는 현실에서, 어떤 경우로든 원로들이 현업에 임하고 있다는 것이.
96세에 처녀시집을 낸 시바타 도요 여사는 “있잖아, 불행하다고 / 한숨짓지 마 // 햇살과 산들바람은 / 한쪽편만 들지 않아 // 꿈은 /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 나도 괴로운 일 / 많았지만 / 살아 있어 좋았어 // 너도 약해지지 마”라고 노래한다. 마치 현역 원로들이 젊은 건축사들에게 주는 격려 같다.
모두들 뉴 실버세대, 황금세대가 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울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