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은 29개의 용도와 9개의 시설 군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용도가 바뀌면 허가 또는 신고를 통해 새로운 용도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용도변경에 대한 문의가 오면, 변경되는 용도가 해당 지역에서 허용되는지를 먼저 검토한다. 이어 변경되는 용도가 주차대수, 정화조 용량, 장애인 편의시설 등에 적법한지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임차인이 용도 변경 시 관련 비용을 부담한다.
임차인은 본인이 임차한 공간의 시설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납득하는 편이다. 하지만 장애인 경사로나 하수 원인자 확보 등에 따른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인허가를 포기하는 경우가 꽤 많다. 이해관계가 복잡해질뿐더러 구조안전 확인이라는 항목까지 더해져 내진보강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2020년 1월 발생한 ‘동해펜션참사’에 관한 어느 기사에 따르면, 동해펜션 건물주는 지난해 11월 8일 숙박업소로 용도변경을 하기 위해 동해시 허가 부서를 방문했지만 구조안전 확인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자 열흘 뒤 자진 취하 신청을 했다고 한다. 2019년에는 50년이 경과된 조적 건축물을 무단으로 대수선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는데, 해당 임차인은 이렇게 항변했다. “구청에서 현황과 관계없이 무슨 내진설계를 하라고 하고. 여기 내진설계 어떻게 합니까, 말씀해보세요. 여기 50년 된 건물을 어떻게 합니까? 2층짜리 건물에 이런 환경에 좁은 도로에서.”
2017년엔 10층짜리 건물의 1층 일부를 근린생활시설(음식점)에서 판매시설로 변경하는 용도변경 건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법제처에서는 ‘건축법 제19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건축물의 용도변경에 관하여 같은 법 제48조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9조 제7항은 건축물을 용도변경 하는 경우에도 건축물을 건축하거나 대수선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같은 법 제48조 및 그 하위법령에 따른 건축물 구조의 안전 확인에 관한 사항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 바 구조안전 확인서류를 허가권자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소규모 건축물 구조안전확인의 경우 벽체 길이, 보 크기를 비롯하여 전단벽의 가로, 세로 벽체 길이의 합 등 건물 전체에 대한 구조체 실측이 필요해진다.
내진과 관련된 구조안전 확인서류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건물에 대해 안전점검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부담한다. 일반적으로 구조안전진단업무는 구조 계산 외에도 현장 조사가 병행되어야 하므로 신축 설계비용보다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즉, 10층 건물에서 하나 층의 용도변경을 한다면 임대면적의 10배 이상 면적에 대한 구조 검토 비용을 임차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2019년 3월 국토교통부에서 제정한 ‘건축물 내진설계기준’에 따르면 ‘용도변경으로 인해 구조물이 건축물의 중요도 분류에서 더 높은 내진 중요도 그룹에 속하는 경우에 이 구조물은 변경된 그룹에 속하는 구조물에 대한 하중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구조 변경의 경우에도 ‘기존 구조물의 구조변경으로 인하여 이 기준에 따라 산정한 소요강도가 기존 부재의 구조내력을 5% 이상 초과하는 경우에는 해당 부재에 대하여 현재 기준을 만족하도록 구조보강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모든 용도변경 시 구조안전 확인서를 첨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상황에 해당하는 경우 이에 적합한 검토가 수반되면 된다.
2013년 9월 정부는 서민 창업을 지원하고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거쳐 ‘서민 창업 지원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건축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살펴보면, 세부용도 별 면적제한 산정 방식이 건축물 전체 합산에서 소유자별 합산으로 바뀌었다. 후발 창업자가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근린생활시설에서 세부용도를 바꿀 경우 건축물대장 변경 절차를 생략하여 현황도 작성에 드는 연간 150억 원의 비용(50만원×3만건)과 행정 처리 시간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코로나 이후 경제여건 변화와 자영업자 붕괴 등 경기 침체가 예측되는 시기에 표시 변경의 10배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는 구조안전 확인서는 임차인에게 안전을 위한 디딤돌이 아니라 벽으로 느껴질 것이다. 과도한 비용 탓에 임차인이 법의 틈새를 찾거나 우회하지 않도록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법에서 규정된 중요도 증가, 하중 증가, 5%를 초과하는 구조 변경이 수반되지 않는 인허가의 경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당 전문가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식의 ‘슬기로운’ 개선방안을 정부에 요청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