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창조적 개성 설계 반영된 카페 건물을 ‘건축저작물’로 인정

지난 4월 29일 대법원 제3부는 ‘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한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사진=대법원)
지난 4월 29일 대법원 제3부는 ‘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한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사진=대법원)

설계자의 개성이 반영된 카페 건물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건축저작물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타인이 설계한 카페 건물을 모방해 B카페 건물을 건축한 이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철퇴를 맞게 됐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이동원)는 지난 4월 29일 진행된 ‘2019도9601 저작권법위반’ 상고심에서 피해자가 설계·건축한 카페 건축물과 유사하게 모방해 설계·건축한 피고인의 카페 건축물이 저작권법에 위반된다는 원심(벌금 500만 원) 판결을 유지하고, 피고인의 상고를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사건은 피해자가 강원도 강릉시에 설계·건축한 테라로사 카페 건물(피해자 건축물)을 피고인이 모방해 경상남도 사천시에 B카페 건물(피고인 건축물)을 설계·건축함으로써 피해자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기소된 사건(2019도9601 저작권법위반)으로 피고인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원심 판결(창원지방법원 2019. 6. 19. 선고 2018노2564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상고심에서의 쟁점은 카페 건물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건축저작물인지 여부와 저작권 침해의 인정 여부이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해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 등).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그 밖의 건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다. 그런데 건축물과 같은 건축저작물은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건축분야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편의성 등에 따라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건축물이 그와 같은 일반적인 표현방법 등에 따라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뿐이라면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는 경우라면 창작성이 인정되고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피해자의 테라로사 카페 건축물은 외벽과 지붕슬래브가 이어져 1층, 2층 사이의 슬래브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선으로 연결된 형상을 하고 있다. 슬래브의 돌출 정도와 마감 각도, 양쪽 외벽의 기울어진 형태와 정도 등 여러 특징이 함께 어우러져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표현방법에 따른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는 탓에 대법원은 테라로사 카페 건축물을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건축저작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고, 같은 취지에서 피해자 건축물의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본 원심 판단에 건축저작물의 창작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서도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원심에서는 피고인이 2013년 8월부터 설계해 시공한 카페의 건축물과 피해자 건축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해 그것을 이용하였어야 하고, 침해자의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다227625 판결 등). 상고심 역시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건축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피해자 건축물과 피고인 건축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돼 저작권법 위반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했고, ‘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한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하면서, 피해자 건축물에 건축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건축사는 “건축물에 대한 저작권 요건을 제시한 사례라 건축사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면서 “창의적인 건축 설계의 저작권과 지식재삭권 문제를 명확히 밝힌 만큼 향후 건축설계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한건축사협회 자문변호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송봉준 변호사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한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한 판결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작권침해를 인정하면서도 1심과 2심의 양형이 벌금 500만 원에 불과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라면서 “다만 판결을 통해 형사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 인정된 것이므로, 이후 피해자(건축사)는 저작권을 침해한 건축사나 건축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피해를 배상받고, 아울러 저작권법 제123조 제2항을 근거로 저작권을 침해한 건축물의 철거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저작권법 이외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서도 건축디자인에 관한 저작권, 건축서비스에 해당하는 신기술 등을 정부가 보호 및 교육·홍보하기 위한 시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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