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나무보다 잘 할 수 있는 것은고작 나무를 옮길 수 있다는 것 뿐우리 인간이 함부로 할 대상은 아닌 것 같다 라일락 향기 그윽한 4월이다.산수유, 백목련이 서둘러 봄을 알리더니 어느새 벚꽃마저 가뭇없이 졌다. 낮은 구릉의 경사진 밭에는 하얀 배꽃, 연분홍 복숭아꽃이 한창이고 산에는 연록 빛깔의 새 잎이 황홀하다. 겨우내 죽은 듯이 있다가 때가 되면 일시에 꽃을 피우고 새 잎을 밀어 올리는 나무를 보면 신기하다. 나무는 저절로 자라기도 하지만 사람이 심어서 키우기도 한다. 그래서 1946년 미 군정시절 정해 놓은
연재
정익현 건축사
2016.04.16 14:43
-
귀머거리에게 소리는 가난하게 들려온다나는 오랫동안 태어나고 있다살을 섞고 삶을 나누던 기억당신을 잊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망각까지 잊을 수는 없다누드는 벗은 몸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벗은 몸을 보는 시선을 그리는 일이다당신이 물결치면 내가 흔들린다어떤 말은 이해하지 못해도 그 말이 나를이해한다내가 이해 받는다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진다은자는 함께 숨을 한 사람을기다리고 있다- 『인간이 버린 사랑』이이체 시집 중에서/문학과 지성사/ 2016 모든 ‘비자기’는 ‘자기’에게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내부 이미지’로 다 알고 있었던 것
연재
함성호 시인
2016.04.16 14:41
-
지난 호 창호#2에 이어... 과거 창호지의 사용으로 불편했던 유지관리 문제는 재료의 개발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 예로 아크릴한지, 한지시트지, 복합섬유한지, 아크릴코팅한지, 부직포코팅한지 등이 있다. 또한 방범, 방음, 방수, 기밀과 단열을 위해 유리사용은 일반화되었다. 예로 강화유리, 복층유리를 주로 사용해 왔지만 하중으로 인한 내구성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최근에는 폴리카보네이트 복층판과 같은 경량화 소재를 접목하는 사례까지 등장한다. 필자의 경우 전통방식을 최대한 고수하고자 하여 기본적으로 2중창 구성에 유리를 끼운 창호는 내
연재
천국천 편집위원
2016.04.16 14:38
-
정부 향해 목소리 높여야 할 신문사설에 허위로 시도회장과 이사 모욕감사보고서를 소설책에 비유허위사실 유포 책임 누가 질 것인가?“협회의 하늘은 회원이다”손바닥으로 하늘 가릴 수 없어 “건축사”지가 있음에도 막대한 예산으로 신문을 발행하는 이유는 우리의 주장을 정부나 국회에 관철시키기 위한 홍보때문이다. 그렇기에 신문은 협회의 부정적 기사를 배제하고, 대외적으로 우리의 주장이 관철될 수 있는 이론과 주장 그리고 협회의 자부심에 관계된 기사를 크게 취급하였다. 이는 필자가 초대편집국장 역임한 이후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3
연재
장양순 건축사
2016.04.01 12:29
-
이빨이 흰 늑대가 울부짖었다소리가 없었다없는 소리는 구름을 데려왔다구름에서 코끼리 목이 쏟아졌다늑대 눈에 코끼리 목을 한 정물이나를 스케치했다 -『P』권기덕 시집 중에서/문예중앙 시선/ 2015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초현실주의 시인 폴 엘뤼아르의 초상을 그리며 그의 부인 갈라와 가까워졌고, 급기야는 친구의 아내를 취한다. 달리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은 갈라다. 마리아도 갈라고, 심지어는 빵바구니 같은 사물도 갈라다. 그는 갈라와 같이 있을 때만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갈라가 죽자 달리는 그림 한 점 그리지 않고 7년
연재
함성호 시인
2016.04.01 12:28
-
넷째, 표준화·BIM 프로세스(순서·규칙 화) 교육은 BIM을 활용하기 위해 제외할 수 없는 요소다.BIM을 조직에서 활용해 업무효과나 생산성을 개선해 가기 위해서는 사내의 설계자가 제각기 하고 싶은 대로 BIM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그래서 조직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3요소로 ‘표준화’, ‘BIM프로세스화’, ‘교육’을 꼽을 수 있다. ‘표준화’란, BIM모델로부터 도면작성을 시행하기 위한 템플릿이나 라이브러리 등의 표준시방서 혹은 매뉴얼을 사내에서 구축하는 것이다. ‘BIM프로세스화’는 BIM데이터를 작성하기
연재
김명근 편집위원
2016.04.01 11:54
-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 할 수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인류가 머리를 맞대고노력 할 때다.인공지능이 축복이냐 재앙이냐는우리 인간의 손에 달렸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어린 나이에 바둑을 배웠다. 아버지께서 같은 마을에 사는 친구에게 바둑을 배우려고 다리가 달린 바둑판을 목공소에서 만드셨는데 내 기억으로는 아버지께서 바둑은 배우지 않고 친구와 술만 드신 것 같다. 주인을 잃은 바둑판은 자연스럽게 우리 형제들 차지가 되었고 나는 형들의 어깨 너머로 바둑을 접하게 되었다. 바로 윗집에 나보다 20여살 많은 4촌 형님이 계셨는데
연재
정익현 건축사
2016.03.16 14:59
-
검은 우산들이 노란 장화를앞지르고 있었다차도에는 강물이 흐르고건너편에는 머리가 지워진 사람과발목이 잘린 아이들이 떠내려간다오후에 떠난 사람과저녁에 떠난 사람이 똑같이이르지 못한 새벽처럼한 점을 향해 가는길고 긴 어둠의 외곽 너머텅 빈 복도에 서서눈먼 노인과죽어가는 아이가 함께 내려다보는마르지 않는 야경 속으로몇 방울의 별이 떨어졌다-『세상의 모든 비밀』이민하 시집 중에서 /문학과 지성사 / 2015원근법은 있는 그대로의 공간을 보다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기 보다는, 공간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합리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만들
연재
함성호 시인
2016.03.16 14:57
-
지난 호 창호#1에 이어... 전통 창호에 대한 각론은 해도 해도 끝이 없어(종류, 용도, 창살, 창호지, 빛 관계, 채광과 환기, 온도와 습도, 방음과 단열, 철물 등) 이것으로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현대한옥 설계 시 창호의 계획방법에 있어 ▶첫 번째로 기둥과 맞붙어 벽체를 이루는 수장재의 폭 결정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수장재는 기둥 굵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내·외부 전체가 동일하다.보통 장여의 폭과 같이 사용하며 일반적으로 2∼4치로 쓰는 것이 전통한옥의 방법이라면, 현대한옥에서는 단열성능 확보를 위해 최
연재
천국천 건축사
2016.03.16 14:54
-
인간과 컴퓨터, 세기의 바둑 대결관전자는 승부를 떠나 있기에바둑판 전체가 보이고 실력도 높아져남은 아는데 나만 모르는 나 찾을 때지기(知己)의 정체성이 완성되고조직사회의 갈등은 해소된다 이세돌 9단과 컴퓨터 알파고가 벌이는 바둑 대결이 세계의 화제 거리다. 컴퓨터의 발달은 이미 10년 전 체스에서 인간을 꺾었다. 그러나 경우의 수가 10의 170제곱으로 우주의 원자수보다 많다는 바둑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제 이세돌이 진다면 두뇌에서 인간 우위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바둑관전의 재미는 프로기사들의
연재
장양순 건축사
2016.03.01 13:13
-
아는 사람과 숲에 갔다 후두둑숲에 비가 오면숲에 들어간 동식물들은 숲에 있거나숲에서 나오거나 한다걸어서 나오거나 뛰어서 나오거나 한다둘이서 들어갔다가혼자서 나오기도 하는데돌아보면 어깨가 없었다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임승유 시집 중에서/문학과 지성사/ 2015 아주 익숙한 대상들이 때로는 낯설게 보일 때가 있다. 사람이 그렇고, 사물이 그렇다.특히 집은 가족들과 같이 있을 때와 홀로 있을 때가 완전히 다르다. 있던 방도 그대로고, 쓰던 사물들도 그대로인데, 그것을 같이 쓰던 사람이 없다는 사실 하나로 집은 낯설어
연재
함성호 시인
2016.03.01 13:11
-
둘째, 수주 프로젝트· 클라이언트와 계약한 설계를 직접 BIM을 사용해 진행해 본다. 모델링이 아무리 잘되어도 도서를 만들어낼 수 없으면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구축된 모델을 바탕으로 납품을 하기위한 도서까지 추출해보고 이에 대한 노하우를 구축해 나간다.한두번은 실패하여 납품기일에 쫓기다보면 급히 2D도면으로 작성하여 프로젝트를 마무리 할 수도 있으나 여러 회 반복된다면 사무소만의 노하우가 쌓일 것이고 이것이 추후 BIM활용 능력이 될 수 있다.셋째, 템플릿을 구축한다. 프로젝트를 여러 회 수행하다보면 회사마다 많이
연재
김명근 편집위원
2016.03.01 13:08
-
내가 생각하는 ‘나’와타인이 생각하는 ‘나’사이에서 갈등하지 않고,있는 그대로의내 모습으로 살고 싶다.내 앞모습이 나의 일부이듯내 뒷모습 또한 나의 일부이다. 이제 양력으로나 음력으로나 명실상부한 원숭이 해 2016년이다.사람들은 해가 바뀌면 연하장을 보내거나 덕담을 주고받으며 한 해를 시작한다. 그러나 요즘은 연하장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SNS(Social Network Service) 상에서 덕담을 주고받는 세상이 되었다.나도 스마트폰으로 바꾼 몇 년 전부터 새해나 추석에 스마트폰의 전자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인사말
연재
정익현 건축사
2016.02.16 11:51
-
삐걱거리는 의자 위에서유리관을 교체했다.아르곤 가스를 채운 시간이하얗게 빛나고 있었다.골목마다 팡팡 깨트려진,서른은 장난감 같다. ―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기혁 시집 중에서 / 민음사 / 2014우리가 열 일곱, 열 여섯 살이었을 때 서른은 어마어마한 나이였다. 20대의 청년들을 형이라고 생각했다면 서른은 아마도 어른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게 어른이라고 생각한 나이가 되고 나서, 감회가 없을 리 없다. 많은 시인들이 서른을 노래했다. 잉게보르크 바흐만도 서른을 노래했고, 최영미도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썼다. 그러
연재
함성호 시인
2016.02.16 11:49
-
흔히 한옥을 이야기 할 때 창호분야는 많은 비중으로 다루는데 본지의 지면이 짧고 격주 연재에 따른 글의 연결성을 고려해 첫 번째로 복습하는 의미에서 기본적인 각론을 다룬 후, 두 번째로 현대한옥에서의 창호설계 방법과 기술들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한옥은 창과 문의 구분을 규정짓기 애매하여 통틀어 ‘창호’ 또는 ‘창문’이라고 부르긴 하나 보통 개폐방향에 따라 창과 문을 구분하는데, 문(출입구)은 안으로 여는 ‘안여닫이’라 하고 창은 밖으로 밀어 여는 ‘밖여닫이’로 구분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한옥건축의 완성은 창호에 있다 해도 과언
연재
천국천 편집위원
2016.02.16 11:46
-
가협회 임원,사협회원 75% 고졸 폄하9%건축사합격률95% 운전면허에 비유“건축사는 건축가이다”그러나 “가협회원이라고 건축가일수 없다” 작년 말 귀하의 “건축가 대 건축사”란 글을 보니 거짓말투성이더군요. 무식한 자의 거짓말은 영향력이 없지만 귀하 같이 명문대 출신에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온 분의 거짓말은 많은 사람들이 진실로 믿게 됩니다. 이에 이를 불식시키고 그간 알고 지낸 정의를 생각하여 몇 자 씁니다. 귀하는 첫째, 고학력자로 이뤄진 한국건축가협회 회원과 달리, 대한건축사협회의 건축사들은 가방 끈이 짧아 무려 75%가 고졸자라
연재
장양순 건축사
2016.02.01 11:45
-
도착할 곳, 가야할 곳은 백지白紙뿐.그 이상과 그 이하도 아니다.그 희디흰 땅덩어리에 말이다. 건축이 가야 할 곳도 결국엔 땅이다. 시가 가야할 곳이 백지라는 희디흰 땅덩어리라면, 건축이야말로 진정 땅위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주에서 홀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드물게도 공간을 땅으로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 시공간은 3차원 공간에 시간의 차원이 더해진 것이다. 장소에서 시간이 배제되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공간이라고 한다. 그 공간에서 이루어진 건축은 왠지 고독하다. 아무도 없고, 아무런 이야기도 없기
연재
함성호 시인
2016.02.01 11:44
-
BIM을 도입해 설계의 품질확보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단순한 도구로서 BIM 소프트웨어를 갖추기만 해서 될 일은 아니다.많은 건축사들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BIM을 배우려면 어느 정도 배워야할까요”다. 공부기간이야 개인차가 있겠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BIM소프트웨어는 기초적인 모델링 능력을 습득하기 위한 초급단계는 1주일정도면 습득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자신의 프로젝트에 활용해 볼 수 있는 단계인 중급단계는 평이하고, 구축된 모델에 정보를 입력하는 등 이를 다루고 활용하여 도서화 시키는 단계인 상급은 매우 어려워
연재
김명근 편집위원
2016.02.01 11:41
-
국가는 냉철해야겠지만국민은 감정이 있다.국민감정은 이성적이기 보다는원초적 본능을 따른다. 혼자 먼 거리를 갈 때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대중교통의 이점은 한 순간에 지나칠 수도 있는 소중한 풍경들을 눈길로 보듬어 온전한 내 것이 되게 한다. 지하철을 오르내리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사람 사는 모습도 볼 수 있어 좋고, 버스 안에서 잠시 사색에 잠기는 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다. 누가 코를 골거나 큰 소리로 전화를 오래 하지 않는다면. 그러나 오늘은 그 기대가 쉽게 깨졌다. 통로 건너편 옆자리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하던
연재
정익현 건축사
2016.01.16 13:38
-
내 몸에서 썩은 내가 나살아 있는 꽃은 안 썩어, 언니바람으로 누가 찻물을 끓이나 봐바람이 활활 끓어 / 생강나무꽃 노란 향을 젓다 손가락을 데었어꾸찌뽕은 비탈에 좋고 찔레꽃은 삐끗에좋대새로 피어난 언니는 어디에 좋아?무덤이 우러난 샘물이 맛이 깊다 하지해골 물 마시고 부처 된 고승도 있고어떤 이는 파묘에서 주운 사과를 먹고 막힌 침샘이 터졌다지새를 날려 마시며 하늘을 흔들어 마시며구름을 비벼 마시며거센 바람이 밀려오네저녁 해가 하얀 거위산 다 우려먹기 전에능선 하나 더 타야 해내가 지나간 후 누군가 잘 우러난 발자국마시면서후루룩
연재
함성호 시인
2016.01.16 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