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컴퓨터, 세기의 바둑 대결
관전자는 승부를 떠나 있기에
바둑판 전체가 보이고 실력도 높아져
남은 아는데 나만 모르는 나 찾을 때
지기(知己)의 정체성이 완성되고
조직사회의 갈등은 해소된다

이세돌 9단과 컴퓨터 알파고가 벌이는 바둑 대결이 세계의 화제 거리다. 컴퓨터의 발달은 이미 10년 전 체스에서 인간을 꺾었다. 그러나 경우의 수가 10의 170제곱으로 우주의 원자수보다 많다는 바둑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제 이세돌이 진다면 두뇌에서 인간 우위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바둑관전의 재미는 프로기사들의 해설로 모르는 것을 배우는데도 있지만, 묘미는 가끔 나의 착점이 맞아 떨어질 때 쾌감이다. 바둑은 직접 대국할 때 보다 관전할 때 3급 정도 실력이 높아지는데 이는 승부욕을 버리면 바둑판 전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내 인간 갈등의 원인 규명에 유용하게 쓰이는 심리분석틀 중에 조 하리(Joe, Hary)가 만든 마음의 창이 있다. 네 개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는 이 창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창은 열린 창으로 나도 알고 남도 아는 공공의 영역이다. 즉 고향이나 학벌, 가문, 경력 등으로 모두가 알고 있으니 문제될 것이 없는 부분이다.
두 번째 창은 숨겨진 창으로 나는 알고 있으나 남은 전혀 모르는 사적영역이다. 어쩌다 드러날 경우 상대를 실망시키거나 놀래게 할 수 있다. 특히 이중적 성격이 강한 자는 늘 조심하는 영역이다.

세 번째 창은 눈 먼 창으로 나는 모르나 남은 아는 맹목(盲目)의 영역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영역이다.
네 번째 영역은 암흑의 창으로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미지영역이다. 이는 신만이 아는 세계일 수도 있으며, 명상이나 참선을 통해 참 나를 찾는 경지에 오를 때나 볼 수 있는 세계일 것이다.
옛말에 지피지기(知彼知己)는 필승이라 하였다. 지피란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번째 창, 즉 남이 아는 나를 파악해야하고, 쓴 소리일수록 고마워해야 한다. 상대를 사랑하지 않고는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남이 하는 쓴 소리에 귀를 기울여 먼눈(盲目)을 뜸으로써, 조직사회에서 갈등의 원인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리더는 자신이 하는 일이 모두 맞는 다고 생각한다. 충고하는 사람은 나보다 모자라고 몰라서 그런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바둑의 관전자는 대국자보다 3급이나 높은 위치에 있으니, 같은 레벨은 물론 1,2급이 모자라더라도 1-2급 위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세돌을 응원한다.
인간승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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