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시개발 및 건축 수요 급증 예상, 2019년 남북교류협력 토론회서 건축으로 북한을 이해하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인한 북한 개발 기대가 증가하고 있지만, 건축 등 실제 개발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양한 제약요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북한 개발을 위해서는 시장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북한 도시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개별 건축에 초점을 두기보다 도시 차원에서 시도하는 방법이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고, 육로를 통한 철도 연결 등 교류 확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었다.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교류협력위원회는 11월 29일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2019 남북교류협력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건축사 남북교류시대 건축으로 북한을 이해하다’라는 주제로 진행됐으며,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이정희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장, 백정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 변상욱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김준봉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자문위원, 박찬정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초대위원장, 오헌근 남북교류협력위원회 부위원장, 이종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황진하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 토론회 좌장으로 신규철 대한건축학회 통일건축산업위원회 위원이 참석했다.

◆ 석정훈 회장,
  “남북한 하나의 건축 정책으로
   모아질 것으로 기대”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은 “남북관계는 정치적인 상황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소통과 신뢰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면서 “특히 건축 분야는 협회를 비롯 관련 기관 모두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 하나의 건축 정책으로 모아질 것이라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장도 “통일을 대비해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의 실상을 이해하고, 통일 후 국토개발의 올바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건축전문가로서의 역할과 의무”라고 밝히며 “북한의 상황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건축사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토론회에서는 북한의 주택정책, 시장화 등 북한 도시의 현황이 소개됐으며, 남북 건축문화와 건축시장의 발전을 위한 제언이 쏟아졌다. 특히 북한 도시 개발에 대한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백정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주택정책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국가에 의해 계획을 하고 국가에 의해 공급되는 시스템이다. 때문에 자본주의 국가처럼 개인이나 민간 계획 설계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또 하나는 개인이 애써서 집을 구할 필요가 없다. 국가가 살림집 문제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살림집 이용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원칙적으로 무기한 거주할 수 있고, 주택사용료 역시 인민위원회에 한화로 1,000원 수준만 납부해 사실상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북한 내부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주택보급률이 99.8%로 나타났지만 실제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주택보급률은 70~8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 연구원은 “북한은 60~70년대 건설산업이 발전해 우리보다 기술 등이 앞선 상태였다”면서 “다만 80년대 중반 이후 쇠퇴하기 시작해 90년대에는 주택공급 중단됐고, 이를 토대로 볼 때 현재 북한은 70~80% 주택 보급이 이뤄진 상황이다”고 밝혔다.

◆ 북한, 부동산 시장화 점입가경

놀라운 것은 북한의 살림집이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시장화되고 있고 부동산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난의 행군으로 배급제가 붕괴되고, 이때 농민 시장의 상설화가 허락됐다. 주택거래가 암암리에 활성화 됐고, 재일교포 등 부를 축적한 돈주들이 등장하며 살림집 매매를 넘어 건설에 직접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각종 불법과 부패도 난무하고 있다. 탈북자 A씨에 따르면 건축허가 단계를 거치는 7개 기관 승인 때마다 뇌물 등 상납이 이뤄지고 보통 4층짜리 아파트를 건축하는데 최고 1,000달러의 뇌물이 상납된다. 백 연구원은 “고착화 된 부패로 인한 자재의 성능과 품질에 대한 관리도 미흡해 장기적으로 건축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이어 “김정은의 집권 이후 시장 기능을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제도와 현실간 괴리에서 오는 많은 부작용이 있다”면서 “시장화에 대한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 본격적인 북한 개발 시
   건축·건설 시장 250조원 이상 될 것

이처럼 북한의 시장화와 개발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남북 경협에서 시작된 남북 건설 협력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남북상생의 새로운 경협 모델이 된 개성공업지구의 성과를 기반으로 남북협의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변상욱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은 “개성공업지구는 2001년 이후 시장경제에 의한 도시개발 논의였다”는 점을 밝히고 “북측과 8번의 개발계획 협의를 통해 건축인허가 등을 국내의 국토계획법, 건축법, 시행령 등의 일부를 건축준칙으로 제정해 적용했고, 소방법, 승강기 등 안전관련 법규도 국내법을 인용해 건축인허가시 적용했다”고 성과를 소개했다.

변 부장은 “최근 북한은 경제제재 등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대외여건이 개선되면 북한 스스로 투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면서 “독일 통일과정에서 250조원의 건설투자가 일어났는데 북한 개발, 건축·건설 시장이 열리면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개성공업지구처럼 남한 주도는 어렵고 공동개발을 고려해야 하고, 지식전수프로그램을 운영해 도시계획제도, 건축인허가 등 건축 제도를 공동으로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싱가포르 등과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역시 “우리는 북한의 계획경제를 공부했는데, 북한은 도시구조도 시장화 경쟁구도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면서 “서울과 평양은 200km 밖에 안 되는데 새로 도입되는 고속철이 500km의 속도라면 서울평양은 30분 거리이다”면서 “하나의 광역경제권, 메가시티로 기능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민 교수는 북한 고속철 설치 등 국제 협력을 통한 북한 인프라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북한 경제 개발 구상안을 소개했다.
계속해서 경제제재가 완화된다면 세계 자본과 기술이 북한에 집중될 텐데 우리나라가 도시구축, 경제개발구역 사업 등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고, 철도와 도로 등은 도입 이후 표준으로 자리할 개연성이 높아 본격적인 남북교류 시대를 맞이할 경우 반드시 선점해야 할 분야로 지적되기도 했다.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배울 상대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도 있다”고 소개하고, “개방방법과 기술 및 자본종속 등 남측에 대한 두려움 등을 완화하는 가운데 전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젊은 엘리트는 체제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므로 우리의 비전, 기술과 생각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방안을 심사숙고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부적 변수가 다양하고, 현재 미국 등 주변국의 영향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이지만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발전된 미래를 담보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70년 이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분단된 채 살아오며 서로 다른 건축, 도시공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좁히는 것이 상호간 교류만큼 빠른 해법은 없기 때문이다.
한편 협회 차원의 남북한 협업체계 논의, 정보교류와 공동연구, 포럼 등의 업무 추진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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