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와 함께하는 ‘2020 남북교류협력 토론회’ 개최
최근 북한건축 동향 살피고, 이해의 시간 마련

북한의 현대 건축을 살펴보고, 남북건축협력 방안과 전략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현재 북한의 건축은 설계의 현대화와 과학화를 이루고 있으며, 녹색건축이 조명 받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교류협력위원회는 지난 11월 19일 코엑스 317호에서 북한 건축의 이해와 동향이라는 주제로 건축사와 함께하는 2020 남북교류협력 토론회를 개최했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금년도 남북교류협력 토론회를 개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협회 남북교류협력위원회는 2013년 개성공단 방문을 시작으로 건축전문가로서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남북 교류 협력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여 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남북관계는 정치적인 이유로 가깝게 다가섰다가 한발 물러서는 등 여건이 수시로 변화하지만 항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런 면에서 건축 교류협력 토론회를 통해 서로 간에 더 깊이 이해하고 건축전문가로서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19일 코엑스 317호에서 2020 남북교류협력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지난 11월 19일 코엑스 317호에서 2020 남북교류협력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 북한의 주체건축, 녹색건축과 BIM 등장

본격적인 주제발표에서 서명수 한경대학교 건축학전공 교수는 북한 건축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을 환기했다. 이른바 북한 건축의 뿌리가 되는 주체건축이다. 김정일의 건축예술론을 언급하며 ‘주체건축의 내용은 사회주의적인 것이며, 형식은 민족적인 것이다’라고 전제했다. 이어 건축예술론에서 “‘민족적 형식에 사회주의적 내용을 완벽하게 담을 때 자기 민족이 좋아하고 인민대중이 좋아하는 건축을 창조 할 수 있으며, 건축을 주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양 도시계획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도시 계획적 측면에서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평양의 도시 건축은 수령(당)중심이어야 한다 ▲공간을 ‘대칭적’으로 형성해 ‘정중성’과 ‘숭엄성’을 부여해야 한다 ▲수직적 및 수평적 계획의 조화를 통해 상승하고 전진하는 북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도시에서 건축물 간의 조화를 강조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밝혔다.

계속해서 대한건축학회의 학회지 ‘건축’과 유사한 형태의 북한의 ‘조선건축’에 실린 북한의 건축동향을 소개했다.

조선건축에는 2010년 이후 건축의 현대화, 과학화와 함께 ‘록색건축’, ‘민족성’, ‘BIM’ 등의 키워드가 등장한다. 서 교수는 “설계의 현대화, 과학화 등 과학기술로 건축을 발전시키자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면서, “특히 2016년부터 녹색건축이 등장하지만 개론적인 성격이고, 구체적인 공법 등은 소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에 BIM도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김 교수는 “김정은이 추구하는 ‘새세기산업혁명전략’의 큰 틀에서 중요한 방향으로 녹색건축과 BIM 등이 새로운 주체건축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를 건축사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 다섯 가지 키워드로 설명되는 도시로서의 평양

박원호 하우ENG 부사장은 ‘평양의 변신, 평등의 도시에서 욕망의 도시로’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그는 북한의 평양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우선 평양은 ‘공원의 도시’라고 밝혔다. 1953년 김일성 수령은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인 김정희 건축사에게 평양 복구 마스터플랜 미션을 준다. 이때 탄생한 마스터플랜이 바로 주택 소구역이다. 박원호 부사장은 “북한의 주택 소구역은 흐루쇼프 시기 소련에서 개발된 마이크로 디스트릭트(Micro District)라는 주거 계획 방식을 현지화 시킨 것이다”면서 “직주근접의 원칙으로 설계됐고. 사회주의적 평등 개념의 도시 모습이다”고 밝혔다.

이후 김정일의 건축론이 건축실무에 반영되면서 평양 건축계에는 조형주의라는 새로운 사조가 풍미하기 시작한다. 이른 바 ‘상징의 도시’이다. 김정일은 1970년대부터 평양 건설에 참여해왔는데 민족적 전통주의 양식을 사회주의 우월성에 창조적으로 접목했다는 평가를 얻은 평양 개선문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세 번째로는 ‘운하의 도시’이다. 북한의 대동강에는 서해갑문부터 4개 갑문을 갖추고 있는데 서해갑문의 건설목적은 수자원의 확보였다. 덤으로 늘어난 수량을 활용해 전력생산에 이바지하고, 통항능력 확대도 큰 성과중 하나이다. 다만 오폐수의 유입으로 악취가 발생하는 등 역기능 또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네 번째 키워드는 ‘초고층의 도시’이다. 박 부사장은 “김정은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여명거리 등 초고층화가 진행되는데 상하수도 기능마비, 연약지반 위의 과중한 욕망 등의 부작용이 존재하고, 세월의 검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끝으로 ‘관광의 도시’이다. 이른 바 위락시설의 도시 개념이다. 2000년부터 운행 중인 대동강 유람선 등이 대표적인데 이는 조선시대 이후부터 지속된 것이다. 이외 문수물놀이장이 있고, 동평양 미림비행장에 가면 경비행기로 평양상공을 여행할 수 있다.

박 부사장은 평양의 변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평등의 도시에서 욕망의 도시로 변하는 중이고, 그 욕망이 통제 가능하다면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말로 기대감을 밝혔다.

초고층빌딩들이 즐비한 평양 여명거리 (사진=shutterstock)
초고층빌딩들이 즐비한 평양 여명거리 (사진=shutterstock)

◆남북건축협력 활성화 시 30조 원 시장, 북한에 건축 설계 기술 전수도...

변상욱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은 ‘남북건축협력 현황과 미래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맡았다. 그는 그동안 남북건축협력사업 현황은 남북경협사업과 함께 시작됐다고 전제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남북교류가 본격화되면서 남북 건축사업도 함께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우남포공단, 금강산 샘물공장, 류경정주영체육관, 금강산이산가족면회소 등 주요 남북건축협력 프로젝트를 소개해나가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정상화 될 경우 더욱 활발한 건축협력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남북건축협력 프로젝트가 다시 활성화 될 경우 북한의 건축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건축사사무소(설계실)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북한의 설계실은 건축설계실에 표준설계보완을 하는 표준실, 김일성 등 기념시설을 설계하는 사적실이 있고, 지질과 측량실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설계실에 포함돼 있다고 소개했다.

개성공업지구 경과와 효과도 밝혔다. 변상욱 부장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이후 건축허가는 318건이 이뤄졌고, 준공은 168건이 이뤄졌다. 허가와 준공의 차이가 이처럼 크게 나는 이유는 지난 2010년 이후 추가 투자가 금지돼 공사가 중단된 건물이 다수 있기 때문이다.

변상욱 부장은 “남북건축협력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연간 30조원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면서 “다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법제도와 인력양성, 건설자재 생산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건축설계 부문에서는 “그동안은 남쪽 건축사사무소가 주로 진행했는데 현지 건축사사무소를 활성화하면서도 국내 설계도 수행해 북한에 기술 전수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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