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국제 도시 설계 컨퍼런스 참관기

국제 도시설계 컨퍼런스

중국건축학회(Architectural Society of China) 주관으로 2018년 9월 18일 ~ 21일까지 허난성 정주에서 제1회 정주 국제 도시설계 컨퍼런스(Zhengzhou International Urban Design Conference)가 개최됐다. ‘Tenet | Methodology | Practice | Education | Mission’ 을 주제로 국제 도시설계 기조연설, 주제발표, 심포지엄이 진행됐다. 컨퍼런스와 토론회뿐만 아니라 부대 행사로 해외단체장 포럼과 전시회, 중국건축학회 회원작품 전시 등도 열렸으며 세계 각지에서 1,500여명의 건축 관련 전문가와 교수들이 모였다. 

대한건축사협회를 비롯하여 12개 단체 25인이 공식 초청을 받았고, 대한건축사협회 공식대표로 석정훈 회장, 김준봉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자문위원, 도규태 국제위원이 중국건축학회의 초청으로 9월 18일부터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참가했다. 석정훈 회장은 공식일정 외에 북한의 조선건축가동맹 심영학 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다방면의 상호교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 1. 기쇼 구로가와(Kisho Kurokawa)의 초기 계획안

컨퍼런스가 열린 정동신도시(Zhendong New District)는 2000년 초에 중국과 해외설계사들이 참여하여 마스터플랜을 시작으로 약 20여 년에 걸쳐 개발된 신도시이다. 이곳에서는 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오피스, 호텔, 주거시설이 잘 어우러지도록 계획됐다.

중국건축학회(Architectural Society of China)는 1953년 10월에 설립되어 올해로 65년이 되며, 학회의 역사와 위상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개막식에는 Song Chunhwa(전 중국건설국차관, 전 ASC회장), Gary Hack(전 University of Pennsylvania 건축과 학장), He Jingtang, Arata Isozaki의 기조연설이 있었다.

이어 열린 해외단체장 포럼에서는 우리를 포함한 미국건축사협회(AIA) Gregory Yager 전 상하이지부회장, 국제건축사연맹(UIA) Thomas Vonier 회장, 아시아건축사협의회(ARCASIA) S.M.Jahangir Khan 회장 등 중국건축학회에서 초청받은 12단체 25인이 모두 참석하여 중국건축학회 사무총장인 Zhong Jishou 주관으로 각국 건축단체들의 현안문제를 발표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19일 저녁 도시설계 컨퍼런스를 마무리하는 만찬인 환영리셉션행사에서는, 정주와 중국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해외에 알리기 위한 공연과 만찬으로 이루어졌다. 간단한 인사말과 축사에 이어 소림사의 쿵푸와 중국의 경극으로 구성된 공연으로 즐거움과 축제의 분위기가 연출됐다. 컨퍼런스 참가자 모두를 초대하여 같이 식사를 하게 하여 참여도를 높인 점은 좋으나, 좀 산만하고 옆 사람과의 대화에 집중하기 어려운 점이 좀 아쉽게 남는다.
 

▲ 2. 정동신도시 Financial District (Zhendong New District)
  3. Arata Isozaki의 Keynote Speech
  4. 환영리셉션행사
  5. 석정훈 회장과 심영학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
  6. 해외사례 전시 부스
  7. 해외 단체장 포럼8. 중국건축학회(ASC) 공식초청 해외 단체장

남북 건축 단체장 회담

이번 정주 국제 도시 설계 컨퍼런스 출장은 컨퍼런스 참관 및 해외단체장 포럼 이외에는 별다른 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운 방문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조선건축가동맹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어 어쩌면 남북한 건축교류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막연한 기대를 안고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도착 첫날인 18일 중국건축학회초청 리셉션 디너에서 조선건축가동맹 심영학 위원장과 김강철 국가설계총국부원과 같은 자리에 배석하게 됐다. 국제회의에서의 첫 만남이었으므로 서로간 조심스런 대화를 이어나갔으나, 곧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지고 서로간의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튿날인 19일 오전 8시 개막식전 사전 간담회 시간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제의 부드러워진 분위기를 이어가듯 남북이 가져온 도서들을 서로 공유하며 남북한 건축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오전 개막식 후부터 해외단체장 포럼 전에는 북한에서 전시한 작품들인 여명의 거리, 과학자들을 위한 주거단지, 노인들의 요양시설, 어린이 보육시설 등을 함께 둘러보았다. 조선건축가동맹에서 관심을 갖고 진행해온 프로젝트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와 더불어 북한건축의 수준이 상당히 발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조선건축가동맹은 1954년 3월 설립됐으며 북한건축계에 건축지식을 보급하고, 건축인의 자질을 높이기 위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전기, 설비, 건설 등의 별도 단체가 없고, 건축과 건설을 전공하는 모든 건설기술자와 건축사들이 모두 조선건축가동맹에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오후 일정인 해외단체장 포럼에서는 석정훈 회장의 북한의 향후 ARCASIA 활동 참여를 적극 지지하는 의사를 현 ARCASIA 회장인 S.M.Jahangir Khan 회장에 전달하고, 여러 국제기구에서도 적극 동참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조선건축가동맹은 UIA에는 가입되어 있지만 21개국 아시아건축사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ARCASIA에는 가입되어 있지 않다.

이후 모든 일정이 끝난 저녁시간, 남북 대표단은 향후 교류방안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북간의 교류를 계속하기 위하여 귀국 후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를 계속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우리 대한건축사협회가 통일부에 제출한 ‘북한주민접촉계획서’에 대해 설명했으며, 김준봉 남북교류위원회 자문위원은 중국 심양에 있는 북측 대사관과도 긴밀히 협력하여 이 첫 만남이 뜻 깊은 결실을 맺도록 상호 노력하기로 했다.

석정훈 회장은 2019년에 열릴 ‘대한민국 건축사대회’에 조선건축가동맹 심영학위원장을 공식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남북한의 건축작품 전시교류, 건축현안에 대한 논의, 연구 학술분야에 대한 교류 등 상호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공통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시간이 됐다.

짧은 첫 만남이었지만 상호간 교감도 깊었고, 서로간 관심사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도 나누었던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이 교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만남 자체의 의미보다는 더욱더 구체적인 교류방안을 모색하고 상호간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대비해 나아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건축은 그 시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잣대로서 그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한반도 평화무드에 힘입어 공통된 한민족 문화를 공유하는 남북이 좀 더 교류하고 함께 연구하여 지식을 나누어 발전하게 되면 서양인들의 관점으로 평가 받는 한국건축이 아닌, 우리의 건축이 곧 국제적 건축으로 지지를 받게 될 것을 확신하며, 이에 대한 대비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아가야 할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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