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물량 2배 늘고, 지자체와 교육청은 관련 전담 조직 구성

▲ 16일부터 설계공모방식 우선 적용대상이 1억 원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발주기관들도 대응책을내놓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정부청사 전경 (사진=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새해 1월 16일부터 시행되는 설계공모 대상 확대에 대한 건축사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설계공모 확대를 두고 주요 발주기관의 움직임도 바쁘다. 조달청 등 발주기관들은 늘어날 업무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건축 디자인 개선 작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일례로 설계공모 대상을 기존 2억 원, 공사비 규모 50억 원 이상에서 올해부터 설계비 1억 원, 공사비는 23억 원으로 확대했다. 매년 5,000동 이상 건립되는 공공건축물이 폐쇄적이고 획일화된 디자인으로 지어진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왔고, 설계공모 역시 보다 전문화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 창의적인 설계, 투명한 심사 기대

정부의 의지는 기회의 균등과 좋은 설계자를 뽑아 제대로 짓겠다는 것이고, 그래서 새해 건축사업계에서도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신년 본지와 전화통화를 가진 A 건축사는 “설계공모가 확대돼 창의적인 디자인과 좋은 품질의 설계안이 당선된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닌가”라면서 “한편으로 나눠먹기, 또는 인맥 등으로 당선된다는 의혹이 있었던 설계공모가 투명해지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건축사업계에 기대감과 더불어 설계공모를 앞둔 주요 발주기관들 역시 준비에 여념이 없다. 물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달청은 이미 지난해 11월 임기 1년의 기술자문위원회 위원 318명을 선정했다. 공모간 공정하고 전문적인 평가를 위해 심사위원이 평가사유서 작성시 100자 이상의 최소분량 작성을 의무화하고, 위원별 평가사유서, 평가점수 등은 실명으로 공개한다.

◆ 조달청, 물량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

조달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대상이 늘어나면서 자체적으로는 현재에 비해 2배 이상의 설계공모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200에서 최대 300건 가량이 되고, 설계공모 대상 확대가 예상되면서 건축계획분야 심사위원을 기존 162명에서 228명으로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다. 조달청은 건축계획 분야 228명 외에도 ▲건축구조 ▲건축시공에 각각 20명 ▲기계설비 ▲전기설비 ▲통신설비 ▲토목시공에 각각 10명, 조경과 환경에 각각 5명의 기술자문위원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의 경우 발주기관에 지침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세부기준을 반영해 운영토록 하는 범부처 설계공모 원칙의 통합이 이뤄져 발주기관별 재량권이 축소되고, 공모방식은 간소화 되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조달청의 경우 제출도서의 경우 일반공모는 5억 원 미만일 경우 10쪽 이내, 제안공모의 경우 업무에 대한 이해도는 1쪽, 과제에 대한 제안도 1쪽, 수행계획 역시 1쪽으로 분량이 축소됐고, 5억 원 이상의 경우도 이해도, 제안, 수행계획 모두 2쪽으로 간소화됐다.
지난 달 26일에는 대형공사의 설계심의를 담당하는 제10기 설계심의분과위원의 선정을 마무리했다. 10개 전문분야에 공무원 등 내부위원 28명, 대학교수 등 외부위원 28명을 포함한 56명으로 구성됐고, 스마트건설기술 적용 확산을 위해 BIM(건설정보모델링)분야도 신설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공모지침과 공모방식의 간소화 등은 지난 해 개선이 이뤄진 바 있어 당분간은 현행대로 유지하게 될 것이다”면서도 “다만 매년 제도개선 방안은 연구 중에 있고, 국토부의 운영지침에 대한 개정여지가 충분하다”고 전했다. 그는 “소규모 설계공모에 한해서는 상당부분 간소화가 이뤄진 측면이 있다”면서 “10억 원 미만으로 확대한 온라인 심사에 대해서도 시간 절약 등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돼 정부의 별도의 지침이 마련되거나 필요시 업계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쳐 현재 이상의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주기관인 LH는 의외로 설계공모 건수가 예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공공주택사업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잠정적이라는 단서를 달고 “지난해 정체물량의 소진이 대거 이뤄진 측면이 있다”면서 “내년 설계비 1억 원 이상 프로젝트가 설계공모로 이뤄지는 등 제도변화가 있더라도 LH에서 처리하게 될 물량은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게 현재의 입장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모방식과 관련한 운영계획 등은 2월에서 3월 경 확정이 되는 데 그때 일반 공모와 특별 공모 등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따라서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는 입장을 전했다.

기술심사처의 입장도 비슷하다. 공모방식 간소화 등 설계 심의제도 혁신방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담당자는 “심사제도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바뀔 것이 없다”고 입장을 전하고 “다만 국토부 운영지침이 바뀐다면 그때 LH 역시 바뀐 규정을 적용하게 될 것이다”고 계획을 알려왔다.

◆ 지자체, 지역공공건축지원센터
   설립 등 관련 조직 구성

▲ 서울시는 디지털 방식으로 설계공모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울특별시

각 자치단체에서도 이번 개정안에 대한 대응책으로 여러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3년 이후 수의 계약 건을 제외한 모든 건축물(1억 원 이하 설계공모 포함, 1억 원 미만은 신진 건축사 지명 설계)에 대해 설계공모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미 어느 정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응할 여건을 갖춘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확답하긴 어렵지만 현재 지역공공건축지원센터 설립 안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로 관련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는 공모 방식을 간소화하는 노력도 보다 디테일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달 14일에는 앞으로 공공건축 설계공모 시 종이 도면과 패널이 필요 없는 디지털 공모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돈의문박물관마을에 디지털 심사장을 개설하고 설계공모 전용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응모자들이 홈페이지에 작품을 올리면 심사위원들이 심사장에서 화면으로 작품을 검토하고 바로 투표할 수 있다. 심사 실황은 서울도시공간개선단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다.

부산시에서도 이번 개정안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맞춰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진장환 부산광역시 총괄건축기획과 주무관은 “기존의 공공건축심의위원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팀을 신설할 계획이고 공공건축 관련 센터 개설안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고 밝히면서 “자세한 운영방식은 큰 틀이 먼저 정해진 후에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 2월 부산시 설계공모의 주체를 총괄건축기획과로 일원화하고 건축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설계공모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또한 설계공모 참여자격 확대, 공모안 제출 도서 간소화, 공공건축 공모사업 전용 홈페이지 구축 등으로 공공건축 설계공모 운영의 내실화를 꾀했으며, 공개토론을 통해 당선작을 선정하는 방식을 채택해 공모 심사의 투명성을 확보했다.

◆ 경기도교육청은
   설계공모 전담팀 구성,
   물량 확대 전망

각 시도 교육청에서도 공모 확대에 따른 별도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설계공모 전담팀 구성을 추진한다. 12월 26일 본지와 통화에 나선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2019년에는 총 61건의 설계공모를 진행했으며, 설계공모 대상이 확대되는 내년(2020년)에는 약 30건 정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에 대응해 경기도교육청은 1월부터 설계공모 전탐팀을 구성해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담팀은 팀장 1명과 3명의 팀원으로 구성되고, 설계공모 업무에 주력할 방침이다.

타 시도교육청 역시 설계공모가 기존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도교육청 관계자는 “대상이 확대되면서 내년 설계공모가 두 배 이상 증가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른 도교육청 관계자 역시 “(설계공모가) 기존보다 확실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추가 업무를 조달청으로 보내거나 인력풀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 등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이미 기존부터 설계공모 대상을 자체적으로 확대해 적용해오고 있는 곳도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지난 2016년 10월 ‘학교건축설계 설계공모 확대 방안’을 마련해 설계공모 법적의무대상인 설계비 2억 원 이상 외에 5,000만 원 이상 용역규모 신축 및 증개축사업 등에 설계공모를 집행해 왔다. 연도별로 ▲2016년 11건 ▲2017년 33건 ▲2018년 36건 ▲2019년 약 20건이다. 관련해 서울특별시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20~30건 정도의 설계공모가 집행돼 왔으며, 기존에도 설계비 5,000만 원 이상의 경우 설계공모 방식을 함께 적용해 왔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취재 결과 충청북도교육청 등에서도 다목적설계비 5,000만 원 이상 등에 일부 공모방식을 적용한 적이 있고, 해당 경험을 통해 공모방식 간소화 등을 시도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단, 서울·경기 등을 제외한 시도교육청의 경우 대부분 설계공모가 연 10건 미만으로 수요가 많지 않아 확대가 되더라도 기존 대비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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