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허가를 전제로 한 특약이더라도 설계잔금 지급조건 안 돼

최종 건축허가 면적을 기준으로 기성금 산정 어려워 박관희 기자l승인2020.03.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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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가 설계와 감리업무를 진행하다 약정한 설계·감리비를 제때, 또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건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는 경우가 있다. 건축설계에 하자가 없음에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경우는 쉽게는 건축주의 변심이 있을 수 있고, 발주자 대표자 변경 또는 회생절차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서 종전 계약을 부정하면서 벌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무엇보다 건축허가의 위임 등의 업무 추진 간 잘못된 약정이나 구속력 없는 구두 약정이후 분쟁이 생길 경우 소송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설계계약과 관련한 판례를 살펴본다.

▲ 건축 설계업무 간 특약 등 계약의 중요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사진=Sutterstock)

사례 1.
확정되지 않은 건축허가 면적을
기준한 설계계약

회생회사인 피고 A는 원고 B 건축사사무소에게 개발계획의 작성, 각종 영향평가도서의 작성, 심의도서의 작성, 건축계획과 인허가 도서의 작성 등 인허가 업무 일체를 수행하는 내용의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관련해 설계비 지급은 기본단계 4회, 실시단계 4회 등 순차적으로 지급하기로 했고, 설계용역비 산정은 각 용도별 건축물의 건축허가를 득한 면적을 기준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사업 진행 간 피고는 원고에게 100억 원 이상의 4회차 기성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개발사업 과정에서 사업비 조달을 위한 시공사들의 요청에 따라 원고와의 용역계약을 해지하고, C·D 건축사사무소와 새로운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법원은 피고가 미지급한 4회차 기성금과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12. 16. 선고 2010가합75469)했다. 또 피고가 주장하는 최종 건축허가 면적을 기준으로 기성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원고가 작성한 도면이 최종 건축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작성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확정되지 않은 최종 건축허가 면적을 기준으로 기성금을 산정한다면 원고가 지급받게 될 기성금의 액수를 특정할 수 없게 돼 사업 중단으로 원고가 기성금을 청구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최종 건축허가 면적을 기준으로 기성금을 산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사례 2.
건축허가 특약과 설계잔금 지급조건

건축설계계약 시 잔금은 공사착공 시 지급하고, 공사착공이 건축허가일로부터 6개월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허가일로부터 6개월 내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례(대법원 1999. 7. 27. 선고 98다23447)이다. 피고인 주식회사 A는 잔금지급채무에 대해 건축허가를 받을 것으로 한 조건임에도 건축허가를 못 받았으니 원고인 B 건축사사무소가 요구한 잔금지급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계약체결 당시 계약이나 잔금지급채무의 효력을 공사착공 또는 건축허가의 성부에 의존케 할 의사로 약정했다고 볼 수는 없고, 단지 피고의 잔금지급채무를 장래 도래할 시기가 확정되지 아니한 때로 유예 또는 연기한 것으로, 잔금지급채무의 시기에 관해 불확정기한을 정한 것이지, 건축허가를 조건으로 붙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해 상고비용 등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판결했다.
해당 판결에 결정적인 참조가 된 판례(대법원 1989. 6. 27. 선고 88다카10579)는 ‘불확정한 사실이 발생한 때를 이행기한으로 정한 경우 그 사실이 발생한 때는 물론 그 사실의 발생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건축허가를 전제로 한 특약이더라도 이가 설계잔금 지급조건이 아니라는 판결이다.

사례 3.
발주자와 협의 없는 실시설계 후
설계비 지급

앞선 두 사례와는 다른 경우이다. 건축부지 제공이 불분명한 사정을 인지한 원고인 A 건축사사무소는 건축허가를 위한 실시설계를 피고와 별도 협의 없이 속행한 경우이다. 피고인 발주자는 건설사(이하 소외 회사)와 함께 신축공사도급 및 분양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설계비부담을 면할 수 있다는 사정을 기초로 원고 A와 설계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사업은 소외 회사와의 공사도급계약 체결이 결렬됐고, 건축부지 역시 제공 역시 불분명하게 됐다. 피고는 이와 같은 상황을 들어 원고와의 설계계약은 건축계획심의만을 받기 위해 체결됐고, 따라서 기본설계에 대한 보수만을 지급하면 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설계계약이 정부의 오피스텔건축규제를 피하기 위해 조기 체결됐고, 계약 목적 역시 건축심의뿐만 아니라 건축허가를 위한 설계계약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계약의 범위를 계획설계, 기본설계뿐만 아니라 실시설계까지 포함된다(대법원 1993. 9. 24. 선고 93다33272)고 인정했다.
다만 이 경우 건축부지 제공이 불분명한 사실을 원고가 알고 있음에도 피고와 협의로 설계의 속행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강행한 사실을 인정해 설계보수 전액 지급책임을 지우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불합리하다고 판결했다.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고 계약상의 보수액의 30%를 감액하는 원심을 인용, 판결했다.

사례 4.
건축허가·건축물관리대장 납품 후
용역대금 미지급 

원고 A 건축사사무소와 B, C, D, E 등 공동설계단은 F 피고(이후 회사분할로 상호변경)와 G사가 발주한 H 건물건립에 관한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도서 작성 등 설계와 설계심의, 준공도서 작성 등의 용역을 제공하는 설계용역 턴키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A 건축사사무소 등 공동설계단은 이후 발주처로부터 건축심의에 대한 조건부 가결결정을 받은 후 건축허가를 받아 인허가를 완료하고, 공사용 실시설계도서를 피고에게 납품했다. 또 공동설계단은 허가권자인 광역지자체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고, 사용승인을 완료 후 건축물관리대장 도서의 납품도 완료 후 피고에게 용역대금을 청구(서울고등법원 2014. 3. 27. 선고 2013나31696)했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가 청구한 용역대금을 결제하지 않았다. 피고가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고 피고의 관리인으로 소외인이 선임되었다.
피고는 사건 계약이 채무자회생법의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하지 아니해 소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고, 공사대금채권이 가분적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결론적으로 원고는 이 사건 계약에서 약정한 용역제공의무를 완료했는데, 그 대가인 이 사건 용역대금채권 중 실시설계용역계약 부분의 채권은 공익채권인 상황이다. 법원은 원고는 채무자회생법 제180조 제1항에 따라 용역대금 채권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고, 피고는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용역대금채권 중 실시설계용역계약 부분의 채무를 연대해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원고인 공동설계단이 실시설계 납품 등 설계용역 전부를 이행해 피고가 회생, 회사분할 등의 사유가 있더라도 용역대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박관희 기자  look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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