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고 시 건축관계자 책임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사고 근본원인 찾아 재발방지책 마련해야

국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안전한 건축물이 건립될 수 있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이를 주된 업무로 관장하는 국토교통부에서는 건축물의 화재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분야 전문가로 TF팀을 꾸리고 안전강화 대책을 수립하여 발표하곤 한다. 안전강화 대책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건축관계자의 책임 강화이다.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공사 뿐만아니라 설계자, 감리자, 건축주 등 모두가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로 인해 설계자, 공사시공자 및 공사감리자의 책임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건축사 역시 법적으로 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를 수행하는 건축전문가로서 많은 부분에 있어 그 권한과 책임이 크다.
그러나 건축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였다면 정부는 건축 관계자들의 책임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례로 건축자재의 품질을 확인할 때, 감리자는 제출된 성적서 외에는 실질적인 성능을 따져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재의 제조, 유통과정상의 문제를 불식시키고, 자재 성능과 동일한 성적서가 발급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불량자재가 유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해소하지 못했으면서도 정작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감리자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경우들이 자주 발생한다.
단열재 양면에 철판을 붙여 만들어지는 샌드위치패널 자재의 경우가 그렇다. 이미 관련 업계에서는 오랫동안 성적서상의 성능보다 떨어지는 불량난연 자재들이 유통되어온 것이 정설이었지만 여전히 관리당국은 이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국정감사에 본 의원이 국토교통부의 건축안전모니터링 결과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건설현장에 쓰이는 샌드위치 패널의 약 60%가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고, 실제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을 무작위로 확보하여 성능시험 절차대로 시험한 결과에서도 모두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
지난 2014년 국토부는 ‘건축물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건축물에 사용하는 모든 샌드위치 패널은 난연성능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량자재가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성능미달의 난연 패널을 사용할 경우,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급격한 화재 확산으로 엄청난 재산,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2008년 1월,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이었던 이천 냉동창고 화재에서는 불과 57초 만에 건물 2층까지 화염이 확산되어 40명의 사상자와 9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제는 제대로 된 기준을 마련하여 불량자재가 유통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여, 국민들이 화재로부터 안전한 건축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문제제기를 계기로 현재 국토부는 건축물 마감재료 기준을 새로 정비하고, 기존의 소규모 샘플시험으로 실시하던 성능평가 방식을 실제 건축현장과 비슷한 환경의 실대형 실험 방식으로 개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화재안전사고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특히 건축물 화재사고는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실질적인 근본대책은 현장에 있는 법이다. 국민 안전을 위해 실질적 방안을 마련을 위한 건축사분들의 전문적인 시각과 목소리가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2020년 한해에도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축사 여러분의 헌신으로 우리나라의 보다 안전한 건축문화가 조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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