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심장은 온돌

한옥은 온돌이 없으면 알맹이 없는 껍데기 김준봉 논설위원l승인2019.11.0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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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봉 논설위원

바야흐로 따끈한 구들방 아랫목이 그리운 계절이 왔다. 한옥은 겨울용 온돌과 여름용마루가 한 공간에 있는 독특한 구조이다. 중국, 일본의 전통 주택과 한옥의 가장 큰 차이는 바닥 난방시설인 온돌(구들)에 있다. 온돌은 건축시설이지만 한옥의 민속문화의 핵심이다. 그래서 한옥의 구조는 그 자체로 구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들 아래의 흙은 장마철 습기를 흡수했다가 날이 건조해지면 이를 방출하는 방식으로 방 안의 습도를 조절한다. 여름철에는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차단하고 겨울철에는 지열을 저장해준다. 이와 같이 온돌은 복사와 전도, 대류의 열전달 3요소를 모두 고려한 독특하면서도 친환경적, 과학적인 난방법이다.

‘온돌(溫突)’은 ‘따뜻함이 바닥에서 돌출하여 배어 나온다’라는 뜻이다. 흔히 온돌을 ‘따뜻한 돌’로 종종 설명하는데 이는 우리 전통 온돌을 오해한 것이다. ‘따뜻한 돌’의 의미라면 아마도 ‘온석溫石’ 이나 ‘난석暖石’으로 썼을 것이기 때문이다. 순 우리말인 ‘구들’을 한자로 표시할 때 굳이 ‘돌(突, 堗)’ 혹은 ‘온돌溫突’, ‘난돌煖堗’이라 쓴 것은 우리의 전통 온돌이 ‘돌’을 다루는 기술보다는 ‘불’을 다루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즉 불을 이기는 것은 ‘돌’이 아니고 ‘흙’이기에 온돌을 만드는 장인을 ‘토수(土手)’ 혹은 ‘구들편수’, ‘니장泥匠’이라고 불렀다. 전통온돌인 구들은 흙을 이용하여 불을 다루고 가두는 한국 고유의 전통난방기술로 따뜻한 기운을 바닥에서 발생시키는 자연스런 난방법이다.

겨울을 나는 방식으로 곰은 잠을 자고, 호랑이는 먹잇감이 부족한 한겨울에는 더욱 더 열심히 사냥을 하면서 겨울을 난다.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할까? 우리가 전에는 ‘약육강식’, ‘적자생존’,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고 배워왔다. 그 때에는 서양의 문물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삶이 최고선이었다. 그러나 최근 서구에서 들어오는 첨단 생태건축 이론은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다. 직역하면 ‘수동형 주택’이지만, ‘자연형주택’ 혹은 ‘자연친화(순응)형 주택’이 더 적절한 번역이라 할 수 있다. 우리 한옥은 호랑이와 같은 삶이라기보다는 곰 같은 삶으로 겨울을 지냈다고 볼 수 있다.

한옥의 키워드는 건강건축

이와 같이 우리 한옥의 키워드는 상극이 아니고 상생이다. 즉 ‘너를 죽여야 내가 사는 것이 아니고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이다. 한겨울에는 마당과 마루는 버리고 오로지 방안에서 겨울을 보냈다. 그 방도 다 사용하기 보다는 윗목은 요강의 물이 얼 정도로 춥게 되어 아랫목만으로 한겨울을 났으니 그야말로 최소면적을 데워서 아랫목 이불 속에서 가작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구조이다. 실내외 기온차가 적을 수로 에너지의 부하가 줄어 에너지를 절약하게 된다. 지금 현대의 주택은 방안의 온도를 따스하게 유지시키는 단열 벽체가 주택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한옥 온돌방의 단열재는 벽체가 아니고 아랫목에 깔아놓은 ‘이불’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한옥의 특징은 실내온도를 낮추면서도 이불 속 온도를 높여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원리에 입각한 두한족열(頭寒足熱)로 쾌적도를 유지하는 에너지 절약형 시스템이다.

▲ 발굴 결과 고려시기의 석렬과 2m가 넘는 아궁이 자리가 드러났다.

전통온돌을 시공하는 주택은
단열규정을 완화해야

우리 전통온돌을 현대과학으로 연구한 최초의 학자는 세브란스병원의 의사를 지낸 현규환 박사다. 그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만주의과대학시절에 보건의학교실의 주요 연구 ‘온돌과 캉(炕)의 위생학적 연구’에서 조선인, 만주인, 중국인에 따른 종류별 온돌의 구조와 원리 지역별분포 등을 아주 상세히 조사하고, 침상 내 이불속 온도에 따른 쾌적감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한민족의 온돌은 우리 주거문화의 핵심이고 건강건축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건축법에 따른 벽체의 단열규정으로 말미암아 건강건축으로서의 한옥의 정체성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 주택은 휴식을 위한 침실의 환기와 쾌적한 산소공급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통 온돌이 설치된 주택의 경우에는 침실만이라도 건축법상 과도한 단열조건을 완화 시켜야 이불 속 온도를 쾌적의 조건으로 하는 우리 민족의 온돌전통이 유지될 수 있다.

온돌문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서둘러야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온돌기술을 현대건축으로 잘 이용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니고 독일 일본 등이다. 그들이 우리의 온돌기술을 기초로 하여 현대적 난방으로 온수온돌과 전기온돌 등으로 산업화하였기 때문에 우리의 온돌제품이 질과 가격 면에서 충분이 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에서 국가브랜드가치의 열세로 말미암아 중국, 미국 등이 바닥난방의 수요가 급증하는 지역의 시장을 대부분 점령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우리 고유의 온돌 기술을 지속적으로 교육하여 보급하고. 보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조속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를 서둘러야할 이유이다.

온돌-우리의 빛나는 문화유산

우리의 빛나는 문화유산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 가장 세계에 내어 놓을 만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한글과 금속활자 그리고 온돌이다. 온돌은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도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건강건축이기 때문이다. 서양은 벽난로처럼 ‘서있는 불’을 사용하지만 우리는 불을 깔고 앉을 수 있게 ‘누운 불’을 사용한다.

전통은 편하고 익숙한 것

사실 전통은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다. 편하고 익숙하면서 나름의 품격을 갖춘 것이다. 한옥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 지금 이 시대에 편하고 익숙한 한옥이 요구되는 당연한 이유이다. 편리하고 아름다운 한옥에 살고 싶지 않은 한국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한옥이 아닌 양옥에 살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삶의 질의 향상과 우리의 정체성 회복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 불편한 한옥은 과거 시절의 한옥이지 지금의 한옥은 아니다. 그래서 그리 비싸지 않으면서 편리하고 따뜻한 그러면서도 전통의 품격이 있는 한옥의 출현은 이 시대의 요구이다. 서양의 건축사들이 주장하는 친환경(ECO-environment)성은 우리 한옥의 핵심이다. 이런 한옥이 과거처럼 편리하고 품격이 있으면서 가격도 저렴하게 만들어야 할 책임에서 한국의 건축사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 구들장을 해체하여 밑의 고래둑 고임돌의 모습이 보인다.

지리산 칠불사
아자방 국제학술대회 열려

지난 9월에 열린 국제온돌학회와 하동군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18차 국제학술대회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온돌인 칠불사 아자방을 주제로 그간의 아자방의 발굴과 재현한 성과를 공개했다. 아자방의 놀라운 비밀을 현대 기술로 밝히고 반만년을 이어온 온돌난방의 원천기술을 현대에 접목해 인류의 위대한 발명인 바닥 난방문화를 한층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행사였다. 칠불사의 아자방은 실내 모습이 한자의 아(亞) 자와 같은 형태로 지어진 곳이라 하여 아자방이라 이름 지어졌으며, 스님들이 수도를 하는 좌선처와 경행처를 두고 있는 독특한 구조이다. 아궁이는 장정이 지게를 지고 들어갈 만큼 거대하고, 한 번 불을 때면 긴 겨울 동안 수행을 하던 스님들을 위해 49일간이나 따뜻하고 100일간 온기를 간직했다는 놀라운 기록이 남아있는 우리 온돌 역사의 자부심이다.

지리산자락에 위치한 이 아자방은 신라 효공왕(재위 897~912년) 때 구들도사로 불리던 담공 선사가 칠불사에 축조한 아자형의 온돌방으로, 네 모퉁이를 바닥보다 35㎝ 높게 잡아 스님들이 면벽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아자방은 만든 이래 1000년을 지내는 동안 한 번도 고친 일이 없다는 기록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순조 30년(1830)에 화재로 소실되어 개축했으나, 다시 1949년에 여수 순천 십일구 사건(여순반란사건)으로 국군에 의해 작전상 이유로 소실됐다. 1982∼83년에 복원 사업을 벌이면서 당시 시굴 조사 결과 1미터 이상의 구들과 10센티미터 두께의 방바닥장판, 구들장의 두께는 20센티미터 이상 되는 것이 많이 조사됐으나 서둘러 공사를 마치는 바람에 원형이 많이 훼손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자방, 천년의 비밀을 풀리다

최근 경남건축문화재연구원이 하동군의 의뢰를 받아 아자방 터를 2016년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발굴 조사한 결과 고려 시대 건물터가 확인되고, 그동안 묻혀 있던 아래쪽에서 네모반듯한 모양의 ‘확돌’도 처음으로 발굴됐다. 이는 오랜 기간 온기를 간직하기 위해 장작을 한꺼번에 쌓을 수 있는 가마 형태의 대형 아궁이가 존재했음을 추측할 수 있는 귀중한 단서로 장작이 한꺼번에 적재 가능한 길이가 2미터가 넘는 대형 주 아궁이, 좌우 양쪽에 보조 아궁이와 건물터, 청자편 등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 구조물과 유물을 발굴했다. 이는 아자방 구들이 이미 고려 시대에도 존재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2015년부터 4년간 이뤄진 아자방 해체·발굴조사 결과 고래(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 둑은 8조가 설치돼 있었으며, 축열 기능을 높이기 위해 기와를 쌓아 만든 것으로 확인되어 체험방의 재현으로 겨우내 한 번 불을 때면 100일간 따뜻했다는 기록이 전해 오는 칠불사 아자방(亞字房)의 천년 비밀의 일부가 풀렸다.

그리고 사찰 방문객을 위해 실제로 아자방 온돌을 동일한 형태와 크기로 재현하였고 학술대회 기간 동안 임시개관을 했다. 아자방 해체복원 사업의 자문단장인 고영훈 경상대학교 명예교수가 ‘지리산 칠불사 아자방 구들의 해체와 복원’, 그리고 아자방의 재현을 위한 체험관을 직접 설계하고 시공한 필자가 ‘아자방 구들 체험관의 구조와 설계시공’를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 이후 아자방지 발굴조사 현장을 견학하고 새로 재현된 아자방체험관을 통해 온돌장인들의 숨결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 해체복원공사중인 지리산 칠불사 아자방 전경

온돌문화
세계문화유산등재의 시동을 건다

아자방은 우리 민족이 불을 다루는 솜씨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 주는 걸작 중에 걸작이며 우리나라 전통 온돌문화의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번 발굴과 복원을 위해 부엌 바닥과 아궁이, 구들과 고래 등을 모두 해체한 결과 아자방 구들의 천년 비밀을 어느 정도 밝혀낼 수 있었다. 하동군은 발굴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에 아자방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을 준비 중에 있다. 또한 칠불사 경내에 아자방 온돌 체험관을 별도로 재현해서 우리 선조들의 온돌 기술과 문화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체험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아자방 온돌 체험관은 발굴 결과를 토대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오는 12월 말 완공될 예정이다. 온돌문화는 이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천년 고찰 산사건축, 양동마을 하회마을 외암리민속마을 등 민가건축, 경복궁 창경궁 등 궁궐건축에 이르기까지 온돌이 핵심 요소이다. 온돌은 한민족의 고유전통 생활 양식으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고대 기술의 고유성을 간직하고 있어서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한글과 더불어 온돌문화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나타내는데 손색이 없다. 이미 작년 5월에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되어 유네스코 등재신청요건을 갖추었다.

보온밥통이 없던 시절 누구나 늦게 귀가하는 아버지를 위한 보온 중인 밥그릇을 차는 실수를 경험한 것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지금 현대인의 삶은 아랫목을 잃어버린 각 방 세대이다. 한번 다투거나 토라지면 회복이 요원하다. 말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고 며칠이고 말도 안하고 서로 부딪히지도 않고 충분히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 필자의 가족은 5형제가 한 방에서 살았다. 아무리 다투고 서로 화가 나도 겨울밤 어김없이 아랫목 이불 속에 두발과 시린 손을 녹여야 했다. 살을 매일밤 부대끼고 사는 어찌 형제우애가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현대 가정 파괴범은 아마 온돌을 실종시키는 서구의 난방법의 도입이라고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추운 겨울 밤 오순도순 따근한 아랫목에 둘어 앉아 군고구마를 먹던 시절이 생각난다.

김준봉 논설위원  한건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중국 심양건축대학교 교수, 공학.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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