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학회 ‘물류창고 화재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
사회변화에 발맞춘 합리적 제도 개선 필수
최근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용형태가 점차 변화하고 있는 물류창고의 화재 예방을 위해 설계단계부터 알맞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건축학회 주최, 건축학회 건축성능기준원이 주관한 ‘물류창고 화재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가 6월 17일 건축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먼저 민정기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선임연구원이 ‘물류창고의 특성 및 화재사례 분석’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에 나섰다. 민정기 연구원은 물류창고의 개념과 분류, 구조적 특징 등과 더불어 2000년 이후 주요 냉동 물류창고 화재 케이스를 설명하고 “화재설계와 같은 제도의 뒷받침으로 좀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다양한 건축구조 시스템이 물류창고에 적용되고 있으나 화재 발생 시 내부 가연물의 높은 화재하중으로 건물의 조기 붕괴나 소방관 및 작업자에 대한 인명피해 예방 방안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넓은 작업 공간의 필요로 국내 방화구역 기준의 예외조항 등에 관해 “화재안전을 확보하면서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건설에서 안전·보건을 총괄하는 김진 상무가 ‘건설현장 화재사고 예방대책’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에 나섰다. 김진 상무는 롯데건설 진행 케이스를 중심으로 제도와 시공 측면에서의 개선 및 관리 방안 등을 제시했다.
◆ 물류창고, 단순 보관창고에서
사용형태 변화…
이에 따른 제도 보완·합리화 필수
이어 토론자들의 토의가 이어졌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는 “물류창고는 과거의 단순 보관 창고개념이 아니라 보관 및 물품분류, 포장 등이 동시에 이뤄지는 등 사용형태가 변화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히고, 또 창고화재와 공사동 화재를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기능을 모두 충족하며 불에 타지 않는 재료를 모두 사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하며 “최근 공사현장 화재 등과 관련해 정부에서 재료 등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는 다양한 규제가 과연 합리적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단열과 화재안전성 등, 건축설계 환경 등의 영향도 들여다보고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수환 차건축사사무소 건축사는 “최근 창고의 트렌드는 ‘대형화’와 ‘저온창고’”라면서 “이에 따라 법적인 기준만으로 부족한 사항들이 발생하고 있고, 저온창고에서 사용하는 건축자재로 각종 안전문제가 노출됐다. 건축설계 측면에서 피난거리와 방화구획, 소방설비 적용에 있어 기존보다 깊은 성찰과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이에 걸맞는 설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기관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명식 동국대 교수 역시 “기술적 부분보다 먼저 주변 여건에서 제도 개선이 되어야 한다”면서 ▲높은 층고를 가지는 거대한 용적 공간에서의 창고시설과 일반 건물의 기준 분리 ▲재료 선정에 성능만 명시하고 있는 현행 설계 방식 개선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설계에서 적절한 자재를 선택해 안전하고 실용성 있는 물류창고를 건축할 수 있도록 관련된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 적정 공사비 책정,
기술·작업자 대우 등 여건 개선돼야
설계자의 공사 참여 등도
대안으로 제시돼
이영도 경동대 교수는 “최저가에 상품을 계약하고, 최단기간에 좋은 품질의 상품을 바라는 이치에 맞지 않는 입찰제도를 혁신해야 한다”면서 사고책임을 면하기 위한 감독권한대행 건설사업관리,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품질의식 등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 안홍섭 군산대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기술자와 작업자를 지킬 수 있는 장치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핵심이다. 건설자나 기술자를 대하는 여건을 바꾸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적정 공사비 책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정광량 (주)동양구조안전기술 대표도 마찬가지다. 정광량 대표는 또 “현행 감리제도는 공정성이 안전보다 우위에 있어 설계자가 감리에 배제되고, 계약직 기술자에 의한 관리 중심으로 수행돼 똑같은 유형의 기술적 무지에서 오는 사고가 계속된다”며 사고의 가능성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설계자의 공사 참여를 제시하고, 내화구조의 개선 등 향후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상욱 고려개발 상무는 저온창고의 화재는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며 물류창고 화재 원인으로 누전, 용접, 산소절단기·컷팅기 등에서 나오는 불티, 발주처의 공기 단축을 집으면서 적절한 공기 확보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홍성준 국토부 건설안전과장은 “이번 이천 물류창고 화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내단열재에 관한 별도 기준이 없어 이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며 “현재 내화구조에 적용하고 있는 품질인정제도를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부성 건축학회장은 “앞으로 물류창고가 점점 더 많이 지어지고, 더 대형화 될거라 예측한다. 토론을 보니 물류시설의 변화에 따라 설계단계부터 사회변화에 맞춘 다양한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오늘 언급된 내용을 중심으로 몇 차례 더 준비하는 등 법제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