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건축학과를 졸업한 영화감독이 만든 ‘건축학개론’이라는 영화가 많은 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건축사사무소에 다녔던 경험이 있던 감독이 영화를 만든지라 건축사사무소의 에피소드를 사실감 있게 표현하였다. 밤샘 작업 끝에 책상위에서 잠자고 있는 주인공이라던지, 건축주의 무리한 요구를 비굴한(?) 웃음을 지으면서 수용하는 건축사의 모습 등이 영화에서 감초처럼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제주도에 지은 바다가 바라보이는 커다란 창문이 있는 집은 관객들에게 건축과 이를 설계한 건축사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자아낸다.

요즈음은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장동건이 40대의 낭만적인 건축사로 나오면서 건축사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더더욱 높아지고 있다. 물론 40대의 건축사가 주로 연애와 여유롭고 낭만적인 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묘사되어 현실감은 없지만,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보면서 건축사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전에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로 의사와 검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빈도가 높았던 반면에 최근에는 건축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의 빈도가 많이 높아졌다. 또한 건축사가 주인공인 드라마 및 영화가 관객의 많은 공감을 얻고 흥행에 성공하는 예가 최근 빈번한데, 이는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문화적으로 성숙하고 선진화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먹고살기 어려울 때, 권위적이고 물질적인 강자로서의 이미지인 법조계나 의료계의 소재가 많이 다루어진 반면에, 최근에는 문화적인 소재를 다룬 건축사가 주인공인 드라마에 국민들이 더 큰 관심을 표해가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관심이 비문화적인 아이콘의 직업군에서 문화적인 아이콘의 직업군으로 그 관심과 동경이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적인 아이콘을 유지하면서도 단지 예술가의 이미지가 아닌 첨단의 기술적인 이미지를 함께 갖춘 건축사야말로 앞으로의 국민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군으로 부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즈음 건축시장 전반이 많이 위축되어 회원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Maslow의 인간 욕구의 7단계에서 보면 경제적인 욕구와 함께 건축사가 인정받고 존경받는 상황 또한 자아실현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협회가 모든 회원들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는 없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건축사가 인정받고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협회의 중요한 임무이다.

올해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4회를 맞이한다. 이제는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제법 잘 알려진 영화제가 되었고, 그 기획이나 내용면에서 독창적이고 모범적인 영화제로 평가받고 있다. 매 영화제마다 공중파를 포함한 매스컴에서 100회 이상 소개되어지고 예매율도 무척 높은 대한건축사협회를 홍보하는 알찬 행사로 자리메김하고 있다. 비록 어렵고 힘든 길을 걷고 있지만, 협회 회원들에게 국민으로부터의 관심과 성원을 이끌어내려 노력하는 것이 이 영화제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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