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 권혁소

  산중에도
  봄꽃 몇몇
  연애처럼 오신다

  와야 할 아이들은
  아직 소식없는데
  소식보다 먼저
  수선水仙이 오셨다

  땅속에서 솟아날까
  매화는 고개를 숙였고
  하늘에서 내려올까
  참꽃은 목을 세웠다

  얘들아
  곤줄박이도 굴뚝새도 분주한 봄
  너희들은 어느 바다에서
  이 계절을 느끼고 있는 거니

  다시 그 해의 봄이다

 

-「우리가 너무 가엾다」권혁소 시집
   삶창 / 2019

경자년(庚子年)에는 모든 의혹들이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밝혀지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가려지고 꾸며진 모든 일들이 환한 빛에 드러나서 모든 이들이 일일이 그 전모를 알고, 정확한 죄과가 그것을 받을 사람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 ‘다시 그 해의 봄’이 아니라 새로운 봄이 되어서 봄꽃들과 곤줄박이 굴뚝새도 새로운 노래로 맞이하는 봄이 되길 바란다. 다시 한 갑자가 시작되는 하얀 쥐의 해이다. 평화와 생기가 넘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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