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공공주택, 설계 혁신으로 기피에서 선호 건축물로 ‘인식 변화’

SH공사, 대한건축학회와 세미나 통해 노후 공공주택 재정비 방향 정립 박관희 기자l승인2020.01.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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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밀개발, 주거복합단지는 곧 사회적 교류 확대가 목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건축 디자인은 결국 건축사의 몫

▲ 12월 19일 서울 중구 소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노후 공공주택의 재정비 방향에 대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노후 공공주택 재정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특히 노후 된 공공주택의 재정비를 위해 건축사의 역량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공주택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는 설계가 이뤄져야 하고, 생활SOC 등 복합 지역 거점을 조성하는 등 지역과 상생하는 노후 공공주택 재정비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 공공주택 건축 30년 도래,
   노후화로 거주의 질 저하

12월 19일 서울 정동에 소재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SH공사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세미나가 개최됐다. SH공사(이하 SH)와 대한건축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는 ‘노후 공공주택 재정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3시간 동안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최근 부동산 대책이 정점을 찍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는 노후 공공주택 재정비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법 마련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과 올해 4월 포용적 주거복지를 기반으로 하는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했고, 서울시도 임대주택 8만호 추가 공급,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을 통해 노후 공공주택 재정비 방향에 대한 기반을 마련했다. SH 역시 이날 노후 공공주택을 활용한 추가 공급방안과 기피, 비선호시설이던 공공주택을 선호시설로의 전환을 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동안 공공주택은 편중된 입주민층과 폐쇄적 단지구조로 사회적 소외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빈민촌이라는 사회적 시선, 노후화로 거주의 질 역시 저하 돼 자살률이 높은 등 사회적 병리현상이 집중되고 있었다. SH는 현재 34개 공공주택 단지 중 10년 후 30년 도래 단지가 28개 단지에 달하는 등 지속적으로 수선비가 증가돼 재정비 필요성이 높고, 재정비를 통해 전자에서 제시된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도 접근하겠다는 의지를 세웠다.

◆ 블록별 다른 설계,
   건축사의 역할 강화로 디자인 혁신

SH는 노후 공공주택 재정비 시 주요 현안을 해결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역발전과 함께하는 도심 주거 복합단지를 지향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고밀개발을 통한 도심형주택을 공급하고, 연령, 소득계층의 완벽한 소셜믹스, 동별·단지별 세대를 혼합 배치해 공유공간을 만들어 사회적 교류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그리고 일자리와 지역 재투자 측면에서 생활SOC 운영 계획도 밝혔다.

이영민 SH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면서 이에 따른 방법으로 “건축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설계비를 현실화하는 것은 물론 블록별로 다른 건축사의 설계가 이뤄지면 창의적인 디자인 혁신으로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입주민들도 현재의 건축물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SH에서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희망하는 정비방식으로 철거 후 신축이 81.8%를 차지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공용공간이 55.6%를 차지했고, 필요한 편의시설은 복지(34.5%), 여가(28.4%), 상업(13.2%) 순으로 나타났다.

이영민 수석연구원은 “재정비 유형으로 철거 및 신축, 리모델링, 별동 증축 등 단지여건에 따라 구분해 적용할 예정이지만 철거 후 신축을 주된 사업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단지 재정비를 위해 자원소모가 불가피하지만 사회적 가치 실현이 더 큰 목적이고 기존 기피시설에서 선호시설로 바꿔나가는 것이 주된 목표가 된다”고 밝혔다.

◆ 의사보다 중요한 건축사,
   공간으로 사회문제 치유

김영욱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는 공공주택에서 흔히 나타나는 층간소음 등 이웃 간의 분쟁 사례를 제시하며, “어찌 보면 콘크리트 두께라는 물리적 문제이지만 실제로는 이웃과의 관계, 사회적 교류의 부재에서 오는 공간적인 문제이다”면서 “OECD에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사회적 갈등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케이스이고, 이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란 말로 건축사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제자들에게 항상 의사보다 중요한 사람이고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면서 “(건축사가) 사회적 문제를 공간으로 치유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대진 아이오와 주립대 교수는 양적공급에서 맞춤형 공급으로 바뀌고 있는 미국 공공주택 개발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시카고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공주택과 도서관 복합화 사업에는 퍼킨스(Perkins)+윌(Will), 솜(SOM), 존 로난(John Ronan) 건축사 등 당대의 유명한 건축사들이 설계 초기단계에서서부터 지역주민과 함께 공청회와 세미나를 진행하며 공공주택이 지역거점, 그리고 문화적·사회적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참여 건축사들은 우리나라와 마차가지로 시카고 주민들의 공공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 주거공간에 대한 식별이 쉽게 될 수 있도록 각각의 공간에 컬러코드를 부여하고, 관리하기 쉬운 마감재를 선택해 효율을 높였다.

◆ 다양한 설계 반영 위한
   제도 뒷받침 필요

이삼수 LH공사 수석연구원은 토론에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면서 “지금 공공주택 재정비는 기존 임대주택에서 새로운 주택 문화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고 중요한 시기이다”고 밝히고 “저층 고밀로 가는 것이 사업비는 적게 들고 사업성에서도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강경호 ANU건축사사무소 전무는 “건축 당시 후미진 외곽에 지어졌던 공공주택이 현재는 도심에 들어선 현실이다”면서 “역세권에 들어선 공공주택 개발은 시사하는 바가 크고, 미래를 내다 봤을 때 좋은 방향의 정책과 건축 계획 등 제도가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테면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복합적인 공간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저층과 상층부 용도가 다르더라도 개발이 가능하도록 하고 토지이용 역시 복합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최근 공모전을 통해 다양한 설계안이 반영되고 있는 만큼 이제 실행의 단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관희 기자  look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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