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계약 시 제기되는 불공정 관행 개선 ‘속도’

정부, 국가계약법 개정 통해 부당 특약 등을 무효로 규정 박관희 기자l승인2019.12.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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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있어 부당한 계약요구나 특약 등 불공정 관행이 일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계약금액의 적정성 확보 수단이 강구돼 적정 설계비 등에 대한 논쟁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1월 26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을 일부 개정하고 이를 공포했다. 개정된 법률은 현행 제도의 운영상에서 나타났던 미비점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개정 법률에는 ▲부당특약의 금지 및 사법적 효력 부인규정 ▲덤핑입찰 방지를 위한 낙찰자 결정 규정 ▲예정가격 작성 및 준수 의무 규정 ▲계약금액의 조정 사유로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 사유 인정 등이 포함됐다.

부당한 특약 등은 앞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계약의 원칙을 다루는 제5조 3항에서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 이른바 부당한 특약 등을 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이에 따른 부당한 특약은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신설된 3항과 4항을 통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이나 조건을 정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시행령 수준의 부당특약 금지 규정이 법률로 격상됐고, ‘부당한 특약은 무효로 한다’는 효력 부인 규정을 법률에 명문화 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또 부당한 특약 등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경우 그 행위를 취소하거나 시정하기 위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중앙관서 장과의 심사에서도 이의가 받아지지 않을 경우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위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국가계약분쟁조정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데, 법학·재정학·무역학 등의 부교수 이상의 직에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거나 변호사로 5년 이상 재직한 자들로 구성된다.

그간 공공발주에 대한 피해에서 건축사들 역시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으로 불공정계약 관행이 크게 개선될 지 주목된다. 일례로 한 공공기관이 공고한 나라장터 설계용역 과업지시서에는 ‘대가없는 무한AS 이행’ 강요 등이 버젓이 등장하는 등 불공정 계약 관행이 있어왔다. 발주처의 황당한 요구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행법상 사후설계관리업무의 대가는 실비정액가산방식에 따라 지급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특정 발주처의 경우 설계 납품 후라도 사후설계 관리업무를 ‘공짜로 하겠다’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예정가격 작성으로 적정 설계비나 공사비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계약에 대한 적정한 예정가격의 작성을 담은 8조에서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미리 해당 규격서 및 설계서 등에 따라 예정가격을 작성하도록 규정했다. 법률에는 입찰 또는 수의계약 등에 부칠 사항에 대해 낙찰자와 계약금액의 결정기준으로 삼기 위함이라고 밝혀져 있다. 예정가격을 작성할 경우 계약수량, 이행기간, 수급상황, 계약조건 등을 고려해 계약목적물의 품질과 안전 등이 확보되도록 하고, 적정한 금액 반영이 이뤄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부당특약 금지 규정과 마찬가지로 시행령으로 규정되던 사항이었으나 법으로 명문화되어 불공정한 예정가격 산정 관행과 예정가격 미준수 문제 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입찰 참가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입찰에 참여하는 이른바 덤핑입찰을 방지하는 대책도 제시됐다. 신설된 10조 3항에는 공사에 대한 경쟁입찰의 예정가격이 100억원 미만인 공사의 경우 재료비와 노무비, 경비 등 이른 바 직접공사비 비용의 합계액의 100분의 98미만으로 입찰한 자를 낙찰자로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법제처는 “100억원 미만의 경쟁입찰에 관한 신설된 10조 3항의 경우 계약금액이 실제 공사에 소요되는 순공사원가에 상응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담긴 제19조(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도 일부 개정됐다. 기존 물가변동, 설계변경 외 추가적으로 천재지변, 전쟁 등 불가항력적 사유에 따른 경우를 포함해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했다. 불가항력으로 인한 공기 연장 등으로 증가한 공사비용을 발주기관이 부담한다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관련해 아쉬움을 제기한 전문가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전영준 부연구위원은 “이번 개정 공포 사안에도 예정가격 작성이 면제되거나 생략되는 경우 및 예정가격 작성시기, 결정방법, 결정기준 등의 내용은 하위 법령으로 위임하고 있다”면서 “향후 부당한 예정가격 결정 근절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구체적인 이를테면 제비율 하한 규정 마련 등 예정가격 작성 규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개정 된 법률 중 19조는 2020년 2월 27일 시행이고, 부당한 특약 등을 정해서는 안 된다고 제시한 5조 3항 등 나머지 개정 법률은 2020년 5월 27일 시행된다.

박관희 기자  look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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