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부동산 대책은 언제까지 우리 정치와 정책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을까? 철들면서 펼쳐든 신문에 난 건축 관련 기사를 보면 대부분 부동산 이야기다. 특히 그것도 가격이야기다. 얼마나 올랐는지? 상승으로 인한 가격 차익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항상 중심이 됐다. 수십 년 동안 전개된 주택정책은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이었다.

그리고 내용은 항상 유사하고, 비슷했다. 전 국민의 주택 보유율을 주장하면서 펼쳐지는 공급의 논리는 자극적 타이틀을 달면서 본질적인 주거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었다. 민간의 영역이던 공공의 영역이던 내용의 핵심은 가격이었다. 물론 가격은 중요하다. 하지만, 가격 때문에 내용이 부실해지는 것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11월 2019대한민국건축사대회와 함께한 건축 대토론회는 우리 도시에서 부족한 건축의 가치를 언급했다. 특히 도시 주거 분야에 대한 것을 타깃으로 했고, 자연스럽게 부동산을 언급했다. 지나치게 부동산 가격과 공급을 중심으로 전개된 지난 수십 년의 국가 정책에서 소외된 것은 바로 건축의 가치였기 때문이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어떤 이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건축의 가치를 건축사들의 작품의지와 연결시켜 말했지만 건축의 가치는 작가로서의 가치가 아니다. 건축의 가치는 건축을 이용하는 사람에 대한 상호관계에서 강조되어야 할 본질적인 것이다.

미국에는 스키드 로우 하우징 트러스트(Skid Row Housing Trust)라는 민간 주거 복지 재단이 있다. 이들은 비영리 단체로 각종 기금과 모금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서, 미혼모나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계층, 홈리스나 정신 장애자등 사회적 최약자들을 위해 주거 공간을 안전하고 안정적 생활을 하도록 제공한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단지 주거 공간이 아니라, 뛰어난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점이다. 역사적인 건축물, 오래된 거리의 건축물은 장소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다듬어서 제공한다. 신축의 경우는 이들 공간의 다양한 건축의 가치를 적용하고 표현하는 뛰어난 건축 작품들을 만든다. 이들의 신축 중에 다수가 미국 건축상 AIA 상을 수상한 것도 이런 이유다. 단지 개념이 아니라, 조형적 언어로도 뛰어나고 공법의 혁신도 한몫한다.

유럽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네델란드나 스웨덴,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들은 사회적 안정망으로 주거 복지를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행했다. 심지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근로자 주택까지 제공했다. 이들 사회적 개념의 다양한 주거들은 도시 경관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도시주거의 혁신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 수십 년 간의 이런 노력들의 성과는 어떤 민간 건축보다 뛰어난 예술성과 사회적 문제를 풀어보려는 건축사들의 학습과 성과로 나타났다. 건축의 가치는 곧, 특이한 모양새의 건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형태적 유일성과 창의성은 당연한 것이고, 기능과 공간 프로그램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해석이 반드시 투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은 건축에 거주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제공되고, 학습되고, 체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건축사의 전문가적 노력이고 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정책 위원의 단편적 시각과 발언을 들으면서, 왜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에서 건축의 가치가 빠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고백하건데, 우리나라 건축사들이 건축의 가치를 제대로 시도하고 구현하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이제라도 더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나서야 할 시점이다. 사실 건축의 가치는 설계에 대한 가치 인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