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I 제2차 경관포럼 ‘경관을 보고 읽는 다양한 시선’ / 조경학·지리학 등 다양한 전문가 시선에서 바라본 경관 개념 논의

▲ 사진=건축도시공간연구소

9월 26일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이하 AURI)가 개최한 제2차 경관포럼이 마포구 히부르스 코워킹센터에서 개최됐다. AURI는 그간 국토경관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고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올해 총 4번의 경관 포럼을 개최 예정이며, 이번 2차 포럼은 ‘경관을 보고 읽는 다양한 시선’을 주제로 열렸다.

박소현 AURI 소장은 “AURI는 올해 국토경관관리체계 구축 지원을 위해 경관센터를 설치하고 경관 관리를 위한 제도운영지원, 경관행정 및 관련 주체 역량강화, 기관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경관은 우리 생활터전을 보다 가치있게 하는 삶의 중요한 요소다. 이제껏 경관관리를 위해 정책을 수립하거나 법제도의 틀을 마련하고 추진하는데 집중했다면, 이번 포럼은 경관의 개념과 가치를 좀 더 확장된 시각에서 논의해보고자 마련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번 포럼은 기존의 형식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좌석 배치부터 진행까지 편안한 형식으로 개최됐다. 먼저 진종헌 공주대 지리학과 교수가 ‘문화지리학의 경관이론과 사례:경관의 물질성 회복’을 주제로, 이어 강영조 동아대 조경학과 교수가 ‘몸으로 보는 경관’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진종헌 교수는 Carl Sauer로부터 비롯된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형태의 전통적 경관연구부터 시작해 경관의 해석적·상징적 측면을 강조하는 신문화지리학의 재현적 경관론, 그로부터 약 30년 이후 등장해 경관을 일종의 고정된 재현, 즉 결과물이 아니라 인간 행동의 과정 속에 있는 실천으로 간주하는 비재현적 지리학의 비재현적 경관론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문화지리학 경관 개념의 변화를 중심으로 강연을 펼쳤다.

강영조 교수는 Jacob von Uexküll에 의해 제기된 ‘환경세계’라는 용어를 시작으로 경관의 가능적 의미 등 환경과 공간의 의미와 정의를 설명하고, 공간의 체험에 관한 내용을 주로 발표를 이었다. 강 교수는 사람이 사물을 공간을 점유한 물체가 아니라 ‘사물의 성능으로 바라본다’면서 환경은 주체가 요구하는 성능에 따라, 즉 주체가 생활하기 위해 사용하는 행동이나 의사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 경관 및 조경 측면에서의
   이원론에 관한 전문가 담론
   자연유산 관리,
   보존의 필요성 대두

장내 정리 후 이상민 AURI 연구위원의 진행 하에 김아연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와 배정한 서울대 조경·시스템공학부 교수, 주제발표를 했던 강영조·진종헌 교수가 열띤 토론을 펼쳤다.
“현대 조경설계의 흐름은 신문화지리학에서 비재현적 경관론으로의 흐름과 유사하다”면서 “비재현적 경관론의 실천적 분야로 그것이 강조하는 프랙티스나 퍼포먼스가 신문화지리학을 비판해왔던 이원론을 또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배정한 교수의 질문에 진종헌 교수는 “조경의 관점에서 다양한 경험이나 감각이 만드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시각이 절대적이고 지배적인 신문화지리학의 경관론은 제한적인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그런 측면에서 비재현적 방법이 조경의 경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제주 주상절리대와 제주공원 재설계 감독을 맡고 있다는 김아연 교수는 “제주도가 이국적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관광객의 욕망으로 제주 전역에 야자수가 심어지고 소위 사진스팟을 위한 조형물을 주상절리 위에 설치하는 등의 일들이 벌어지면서, 다시 이원론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 풍경이 경질화되고 인간화된 풍경보다, 때에 따라서는 인간적인 개념의 원시적인 풍경 등 훼손되지 않은 것에 대한 관계성에 대한 관계성이나 긴장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인지적인 이원론이 아닐지언정 실천적으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을 사람의 힘으로 복구하는 새로운 이원론의 실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외지인이기에 더 잘 볼 수 있고 외지인의 시선이 있어야만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을 좀 더 정밀하게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진종헌 교수는 내부에서 볼 수 없는 매력이나 가치를 외부에서 볼 수 있다는 측면에 동의하면서 “자연유산을 관리·보존하고 지키는데 일종의 커뮤니티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국가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에 의해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지역 문화 속에서 제도를 관리하고 가치를 확장시키는 자생적 제도가 만들어져야 지속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현재 ‘획일적’ 도시경관,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 가능
   SNS로 비롯된
   시각적 풍경 소비 문화,
   걱정 없어

배정한 교수는 “최근 OO길, O로수길, 쉽플레이스 등 핫플레이스가 나름대로 계속 특성을 앞세우며 일반적으로 관심을 끌고, 때로 그게 자본과 결합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것이 최근 도시경관의 특징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밝히고 “국내 도시뿐 아니라 브루클린, 리스본 등 다 비슷한 경관으로 조성되는 것이 현재 도시공간의 흔적”이라며 이같은 ‘획일성’에 관한 패널 의견을 구했다.
이에 진종한 교수는 “다양성이란 측면에서는 세계가 수평적인 네트워크화 돼가는 과정으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수직적 측면에서 경리단길, 황리단길 등의 사례를 볼 때 대부분 새로운 트렌드가 서울, 그중에서도 어떤 특정장소 등에서 발생해 타 지역으로 복제되는 현상을 보인다. 이 현상 자체가 사회적, 공간적 권력이 여전히 서울에 집중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를 정책적으로 지양하기 위한 여러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신문화지리학적 관점에서는 그런 현상이 어떤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고 재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NS의 영향 등으로 사진 공유 등 이미지로서만 풍경을 감상하는, ‘시각적’으로 소비되는 문화에 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이 같은 김아연 교수의 의견에 강영조 교수는 “오히려 지금처럼 사람들이 풍경에 관심을 둔 시대는 없었던 것 같다. 풍경을 경험한다는 건 풍경과 나 사이 거리감이 필요한 것인데, 거리를 두고 보기 가장 좋은 매체는 ‘사진’이다. 지금은 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장소를 풍경화하는데 익숙하다”고 언급했다.
강영조 교수는 또 “사실 우리가 느끼는 풍경은 연속된 다양한 시퀀스가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라면서 “사람은 늘 움직이기에 우리가 보는 풍경은 앞에 보이는 것을 사실적으로 보는 개념에 의한 풍경과는 다르다”고도 말했다.

이밖에 다양한 전문적 관점에서의 담론이 이어졌으며, 경직되지 않은 토론 분위기로 청중의 호응을 얻었다. 이상민 AURI 연구위원은 “다음번에 더 심도있는 논의가 펼쳐질 수 있도록 시간을 길게 잡고 기획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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