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낮의 성숙한 하늘에 부조되는 장엄한 무늬를 / 보았다. 나의 것인 뜨거운 꿈 하나가 / 그 근처에 벌써 앉아 있었다.” : “나는 벌거벗은 하늘을 흐르는 / 빈 강물을 보았다. / 산수유 숲의 새 한 마리가 / 숲 바람 따라 하늘 한 모서리에 / 앉아 있었다.” // “삶을 준비하는 자가 새를 날려 보냈다. 어둠 속으로 / 새는 젖혀진 밤의 골목으로 날아갔다.” : “연습하는 자가 산을 / 일으켜 세웠다. 새는 별빛 먼 숲을 위해 / 지상의 막다른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 ‘살아있는 풍경’이란 후자가 ‘풍경의 꿈’이라는 전자를 표절했다는 시의 첫 연들이다. 25 단어로 이루어진 두 문장 중 같은 것은 ‘나는’ ‘보았다’ ‘앉아있었다’ ‘새’ ‘날아갔다’ 등 6개로 약 25%이다. ▲ 이문열의 히트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중편소설인데 황석영의 단편 ‘아우를 위하여’와 주인공, 주변 환경, 갈등 관계, 갈등 해소, 주제 의식이 같다하여 표절시비에 걸려들었다. 마광수 교수는 제자의 시를 그대로 발표한 책이 문제되자 모두 폐기처분하였다. ▲ 미술계는 사진작품을 회화로 만든 것이 표절이 되고, 음악은 4/4박자에서 첫 모티브 2소절이 같거나 장조를 단조로 바꾸거나 박자만 변경한 경우도 표절로 본다. 이렇게 순수예술분야의 표절은 엄격하다. 건축으로 말한다면 모티브가 같다면 크기나 용도, 색상이나 재료와 관계없이 표절이라 봐야한다는 것이다. ▲ 건축계는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 법주사 팔상전 등을 합성한 경복궁 내의 민속박물관이 정부의 현상지침과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임마뉴엘교회, 택형이네 등이 ‘포아’지에서, 전진삼은 한길사를 표절의 도마 위에 올렸다. 최근에도 해안건축의 세빛둥둥섬이 김영섭의 선양 어린이 궁전과 ‘장미’라는 모티브로 말썽이 되었다. 최근 ‘건축사랑’에 담양기후변화체험교육관 현상설계 당선작의 투시도가 실렸는데, 첫눈에 미국의 바스켓빌딩과 쌍둥이다. 담양이 대나무(竹)제품의 명산지라 발상 자체가 틀리다 할 수 있겠으나, 아직까지 당선작처럼 손잡이가 두 개인 국내산 바구니는 본적이 없다. ▲ 우리는 매일 표절 시비를 벌인다 / 네 하루가 왜 나와 비슷하냐 / 내 인생이 / 네 사랑은 / 그렇고 그런 얘기들 // 밤 전철에서 열 사람이 연이어 옆 사람 / 하품을 / 표절한다. 김경미 시인은 우리 모두가 표절인생이라는데,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가장 정도를 걸어야 할 학자나 순수해야 할 학생이 표절 시비에 휩싸이고,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에 너도 나도 궤변을 정의인 냥 나대고 있다. 사기(史記)에 서절구투(鼠竊狗偸)란 말이 있는데, 쥐새끼 (鼠)가 훔쳐 먹는 것(竊)이, 표절(剽竊)이란 단어의 끝자인 절(竊)이다. 이것을 보고도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을 표절과 도용의 방패막이로 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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