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업무대행건축사에게 허가오류 시정’ 요구…업무대행 범위 어떻게?

2011년 신설된 건축사법 징계조항에 따른 부작용 커지고 있어
“건축사협회 내 중앙위 만들어 징계권 환수하고 법리문제 있는 건축사법 제30조4(건축사징계위원회) ‘공무원 참여’는 삭제돼야”

A건축사는 얼마 전 1년 반의 연립주택 공사를 끝내고 사용승인 검사를 신청했다가 다 지어진 건물을 뜯고 뜯기를 거듭한 끝에 사용승인을 받은 아픈 기억이 있다.
업무대행건축사가 허가 시 오류가 있으니 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어떻게 고쳐야한다고 명확히 지적한 것도 아니다.

◆ 잘못된 허가로 사고 땐
   업무대행건축사만 홀로 책임져…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
   제도가 잘못됐다”

자의적 해석으로 “법규에 맞지 않으니 다시 생각해보라”는 식이었다. 시간은 지체됐고, 이 일로 A건축사와 시공사는 예정된 준공기일을 훌쩍 넘겨버리는 바람에 엄청난 손해를 입고 말았다.
A건축사는 “당시 업무대행건축사의 말에 따르면 지자체가 현장 확인뿐만 아니라 허가 시 오류에 대한 책임까지도 지게 한다는 거였다. 그러다보니 주관적 해석으로 이처럼 월권도 행해진 셈인데, 큰 칼을 부여받았으니 크게 휘두르는 격”이라며, “잘못된 허가로 인해 화재 시 피난 등 문제라도 생기면 허가권자인 공무원이나 설계, 감리, 시공, 건축주 어느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는데 반해 쥐꼬리만한 대가를 받고 일한 업무대행건축사만 홀로 책임을 떠안는 게 현실이다. 지자체가 최종 허가를 내줬음에도 업무대행건축사가 허가 때와 다른 자신만의 잣대로 사용승인을 막고 심지어 다 지어진 건물을 뜯어 고치게 한 것은 사람의 잘못이 아닌 제도의 잘못이 원인이다”고 꼬집었다.
B건축사도 “현장 두 곳에서 허가권자인 공무원과 업무대행건축사 의견이 달라 제대로 허가 받고 공사를 했지만, 일정이 3개월 이상 지체된 적이 있다. 현장에선 해석의 다름으로 혼선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업무대행건축사는 어디까지나 건축물의 사용검사 과정에서 허가도서와의 일치 여부만을 판단해야 한다. 현장조사해 발견된 위반사항은 그 내용만을 기재해 허가권자에게 제출하고, 위반사항에 대한 보완요구로 시간을 지체한다든지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대표변호사는 “최종적인 사용승인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오직 허가권자만이 가진다. 대행자는 현장에 나가 건축물이 허가된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었는지, 기타 위법사항이 없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 사실조사만 하고 그에 대해 보고하는 권한만 가질 뿐이다”고 했다.
A건축사도 “업무대행건축사의 지적에 대해 국토부에 질의를 했더니, ‘허가권자의 판단에 따른다’는 회신이 왔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업무대행건축사가 권한을 벗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건축허가 오류까지 체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C건축사는 “일부 업무대행건축사의 오지랖·자질문제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공무원들이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허가를 내준 후 문제가 나중 발견되면, 준공 시점에서는 수정이 안 되지 않나. 건축주는 허가 받았음을 이유로 소송을 거는데 공무원들이 책임을 모면하려는 안전장치로 업무대행건축사에게 허가오류 책임을 떠넘기는 면피행정을 하는 것”이라며 “현장에서는 관행으로 이뤄진 지 오래다. 업무대행건축사가 허가된 대로 판단해 서명한 후 그게 나중에 잘못되면 업무대행건축사에게 업무정지 등 징계를 가한다”고 했다.

◆ 전국 각 지자체의 일정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행하는 건축사
   징계처분 막으려면
  “건축사협회 의무가입,
   징계위원회는 건축사중심으로
   건축사협회 중앙차원에 있어야”

건축사들은 공무원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징계권’이 악용,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와 같은 다른 전문직업인에 비해 건축사는 유독 행정청에 의한 징계(자격등록 취소, 2년 이하의 업무정지, 견책)가 비교적 많이 행해지는 편이다. 건축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12년도 한 해에만 무려 1,026건에 달하는 건축사에 대한 행정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현재 자격취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징계권한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고 있다.
C건축사는 “지금처럼 허가 오류를 체크 못했다고 건축사를 징계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업무대행 범위는 허가도서와의 일치여부만을 체크하도록 관련 기준 등에 명시돼야 하며, 징계위원회 구성에서도 공무원이 참여하는 것은 징계권 악용·남발의 길을 터주는 것이다”고 의견을 전했다.

김주덕 변호사도 “장기적으로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마찬가지로 모든 건축사는 건축사업을 하기 위해서 협회에 가입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다음 건축사에 대한 1차적 징계권한을 대한건축사협회에서 가지도록 해야 한다. 객관성을 확보하고 지역 밀착 및 비리를 막기 위해서 본협회 차원의 중앙징계위원회가 별도로 조직돼야 한다. 그렇게 해야 건축사에 대한 지도감독을 사전에 협회에서 철저하게 함으로써 건축사의 불법·비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지금과 같이 전국적으로 각 지자체에서 일정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건축사에 대해 징계처분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참조=월간 건축사 ’18년 2월호 '건축사징계의 본질과 문제점'>

◆ 대한건축사협회 ‘협회
   회원권익·공공의 이익’ 관련
   회원 소송지원

한편 대한건축사협회는 협회 회원권익·공공의 이익과 관련해 회원 ‘소송지원제도’를 가동하기로 했다. 회원이 공공의 이익 및 회원권익을 위한 대표성 있는 소송을 진행할 경우 회원권익위원회 협의를 거쳐 소송비용 일부와 법률적 자문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와 불합리한 사항에 대한 근본적인 대처를 꾀해 제도개선을 해나간다는 취지다. 또 건축 인허가 관련하여 17개 시·도건축사회를 통한 발주청과 인허가기관의 부당행위 및 불합리한 법규와 관련된 피해를 사례조사·수집해 공공성·회원권익을 위한 대표성이 인정되면 관련 소송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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