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사택 방위도(이는 땅의방위이기도 하지만 하늘의 운행을 가르키기도 한다.)

집을 사람과 마찬가지로 소우주로 여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이 지지(地氣)를 받는 혈 자리에 서서 하늘을 살피면, 천지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여기에 나침반을 놓고 나침을 북극성에 맞추면 (나침은 정북을 꺼리기 때문에 약 반침 7°정도 동쪽으로 틀어진다. 이것은 지구 자기장의 축이 정북에 놓이지 않고 동쪽으로 약간 틀어졌으며, 매년 계속 움직이고 있음을 파악한 것이다.) 별자리가 하루 24시간, 1년 12달, 24절기에 따라, 매일같이 천지가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땅에 4계절이 있듯 하늘에도 동지와 하지, 춘추분이 있고, 지구의 공전 궤적이 타원형이기 때문에 속도도 같지 않으며 별자리 모습도 일정치 않아서 28수(숙(宿) 별자리는 수로 읽는다)의 크기는 각기 다르게 정해졌다.(24절기는 황도 상의 태양 위치에 따라 1년의 시간적 길이를 24등분한 것으로서, 동지로부터 15.218415일씩 더해 간다. 따라서 24절기의 시간적 길이는 모두 같다. 반면 28수는 적도대를 28구역으로 나눈 것으로서 달의 항성에 대한 공전 주기가 27.32일이라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와 달 그리고 5성이 머무는 곳으로 여기므로, 별자리를 분별하기 쉬운 유명 짐승 모양에 따라 각도를 정해 둔 것이다. 따라서 각기 크기가 다른데 이는 별 뜻이 있는 것은 아니라 별자리를 구분하기 쉽게 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곢次分野之圖, 문화재청)

따라서 천지운행의 중심이 되는 집의 중심(이를 천지(天池)라 한다)을 어디로 볼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여기에 나침반을 놓고 나침을 항성인 북극성에 맞추면, 동서남북의 방위에 따라 천지운행이 됨을 알 수 있고 이것에 맞추어서 집의 간잡이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예전에는 집이 한 채밖에 없었음으로 당연히 집의 복판인, 마루의 가운데 혹은 대들보의 중앙에 나침반을 놓고 천지 운행을 살핀다.(이 방법은 아직도 일본이나 마당이 없는 홍콩 같은 데서 쓰이는 방법이다. 이들은 ㄱ자로 튀어나온 부분은 가감을 해서 네모꼴로 보고 중심을 찾는 세심함을 보이는데 이를 상택(相宅)이라고 한다) 예전 한옥의 표준은 4칸 집이었고 사대부들은 6칸 대청을 가지고 있었음으로 대들보의 중심 혹은 대청의 복판이 집의 중심이 되었음직하다. 실제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옥은 담장으로 둘러싼 공간이 집안으로 되고, 햇볕이 드는 마당이 대단히 중요한 공간으로 된다. 이렇게 되면 집의 중심은 집의 앞 기둥 혹은 지붕 앞 처마의 빗물이 떨어지는 지시랑청의 중앙이 중심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조선말 우리나라 주요한 양택서인 택보요전에서 주장하는 방법이다. 집이 마당을 중심으로 튼ㅁ자로 앉히더라도 여전히 안채가 주된 건물이고 곁채나 아래채는 종속적인 공간으로 보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상기기둥이라고 해서 부엌과 대청 사이의 주요 기둥(고주) 자리에 나침반을 놓고 집의 좌향을 본다. 초석 위에 열십자를 그으면 집의 좌향이 명확하게 지시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바람이 많아서 이 상기기둥을 땅에 묻는 박이기둥 집이 많다) 그러나 택보요전의 주장은 나침반을 옮겨서 판단하라고 되어 있다. 사랑채는 별도로 사랑채 앞 지시랑청 중심에 나침반을 놓으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별자리에 맞추어서 간살을 고려한다.

▲ 택보요전의 안채 간잡이 방법(중소규모-좌, 대규모-우) :4칸 집이 표준이며 3칸 집은 축소된 집이다.

간잡이가 별자리와 유사하다. 24절기에 맞춰 달과 해, 5행성의 자리인 28수의 별자리에 맞춰 간살이 놓여진다. 따라서 5칸에서 7칸까지의 한일자 집이 ㅁ자로 둘러앉을 수가 있게 된다.

그러나 영남지방의 정침은 문제가 복잡해진다. 봉당이라고 불리는 안마당을 중심으로 ㅁ자 안채가 있고 그 앞 바깥에 사랑마당이 있으며, 행랑채 밖에는 별달리 바깥마당이라고 불릴만한 마당은 마련되지 않는다. 이 봉당에는 비가 떨어지고 햇볕이 들지만, 마당처럼 쓰지 않고 완전히 내부공간처럼 쓴다. 말하자면 세마루 집 (들보 3개가 겹으로 걸쳐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 우물 정(井)자 모양의 바른 네모꼴 형이라고 해서 사방집이라고도 부른다)의 가운데 공간인 바당과 기능이 유사하게 쓰인다. 이 공간을 중부지방에서는 뜰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이런 곳에서는 당연히 봉당 복판에 나침반을 두고 천지운행을 살피는 것이 옳을 듯싶다. 나침반을 북극성에 맞추고 집주인 대주의 운세(四柱)에 맞추어 별자리를 보고 이것에 맞춰 간잡이하는 것은 마땅한 논리의 전개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행랑채는, 앞서 설명했던 체상용(體相用)의 이론에서, 용에 해당하므로 사랑채 앞에 나침반을 놓고 가볍게 살피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같은 사랑채 앞의 높은 기단을 ‘뜨럭’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랑마당의 중심이라는 의미이다.(경기도에서는 이곳을 봉당이라고도 한다)

▲ 화성 정용래(박희석)가옥 사랑채 전면과 평면도(문화재대관 중요민속자료편, 문화재관리국, 1985)
▲ 여주 김영구 가옥 사랑채 전면과 평면도(문화재대관 중요민속자료편, 문화재관리국, 1985)
▲ 하회동 하동고택 사랑채 전면과 평면도(문화재대관 중요민속자료편, 문화재관리국, 1985)

19세기 말 이런 집이 규모가 커지면, 안채가 있는 안마당에서 한번 나침반을 놓고 천지운행을 살핀다. 다시 사랑채가 있는 사랑마당에서 두 번째 나침반을 놓고 판단하는, 중국의 양택론 이론이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대 유행을 하게 된다. 사랑채 공간도 안채처럼 독립된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손유헌의 민택삼요론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설명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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