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 기준 ‘2억→1억‘ 하향해 참여폭 확대, 2025년 노후 공공건축물 40%까지 증가…활용 계획 수립 의무화

5개 부처 시범사업으로 성공사례 마련…
공공건축 특별법 제정
선발 공정성 시비·전문가 역할 제한 등
선결 과제 지적도

정부가 공공건축물 설립 과정에 민간 건축전문가를 지정하는 방안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4월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5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도시재생뉴딜 사업에 공공건축가 지정을 의무화해 건축물의 건축계획 수립과 설계지침 작성 등에 전문가가 참여토록 하는 ‘공공건축 디자인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매년 5천 동 이상 건립되는 공공건축물은 그 동안 획일화된 외관과 권위적인 디자인으로 주민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주민센터나 국·공립 어린이집, 작은도서관 등 소규모 생활SOC도 건축계획 사전검토 등에 따른 디자인 개선 절차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건축계획 사전검토’ 방안은 발주기관이 건축계획을 작성하면 공공건축지원센터가 사전검토하는 제도를 말한다.

◆ 공공건축 디자인에 건축 전문가 손 빌린다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
   설계공모 기준 ‘2억 이상→ 1억 이상’ 하향

공공건축 디자인 개선방안의 핵심은 민간의 전문성을 공적 영역에 도입하는 데 있다. 정부는 총괄·공공건축가가 각 부서 업무를 총괄 조정할 수 있도록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발주기관의 역량을 강화하고, 공공건축물의 외관 개선은 물론 사용 편의성도 높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사업단계별 절차를 혁신해 정책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우수 지역 사례를 토대로 총괄·공공건축가 제도의 전국적 확산을 도모한다. 서울특별시는 이미 총괄건축가와 공공건축가를 도입해 ‘구산동 도서관마을’과 ‘다락옥수’ 등을 조성했다. 도입 시기는 각각 2014년과 2012년이다. 경상북도 영주시도 지난 2009년 총괄건축가를 임명해 노후시설 활용 개선방향을 제시해왔다. 부산광역시도 2015년 공공건축가를 도입한 바 있다.
일부 지역은 최근 들어 총괄·공공건축가 제도를 도입했다. 인천광역시는 올해 2월 건축기본 조례 개정안에 ‘인천총괄건축가’ 조항을 신설했다. 같은 시기 광주광역시도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해 시행 중이다. 이밖에 ▲세종특별자치시 ▲경기도 ▲충청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에서 총괄 또는 공공건축사 제도를 도입·시행 중이다.
소형 공공건축물의 설계공모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설계공모 대상을 설계비 2억 원(공사비 50억 원 규모) 이상에서 1억 원(공사비 23억 원 규모) 이상으로 확대하고, 1억 원 미만 대상도 가격입찰 대신 간이 공모 등을 도입해 참여 폭을 넓히기로 했다. 국내 소형 공공건축물은 전체 공공건축물의 90%에 해당한다.

◆ 노후 공공건축물에 대한
   건축계획 수립 의무화 방안 수립
   제안공모 활성화 위한 세부절차 마련될 듯

사업단계별 변화도 눈에 띈다. 조성계획 수립 단계부터 오래된 공공건축물에 대한 활용 방안을 세우게 된다. 정부는 2025년 노후 공공건축물이 전체 공공건축물 대비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건물을 신축할 때 노후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공공건축 조성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건축기획 단계에서 신축 공공건축물과 노후 공공건축물 등에 대한 건축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수립된다. 특히 사업비 규모가 500억 원 이상인 대형 사업은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 자문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제안공모 방식을 활성화할 수 있는 세부절차를 마련하고, 건축허가 단계에서 지자체가 확인해야 할 관련 규정을 공개해 주관에 따른 심의를 예방한다. 유사 심의는 통합·운영하는 심의 간소화도 추진한다.

◆ 도시재생뉴딜 등
   5개 부처 시범사업 진행
   ‘공공건축 특별법’(가칭) 제정 예고

정부는 ▲도시재생뉴딜(국토부) ▲학교공간혁신사업(교육부) ▲문화체육분야 생활SOC사업(문체부) ▲일반농산어촌개발(농식품부) ▲어촌뉴딜300(해수부)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5개 부처 시범사업을 통해 성공사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가건축정책위원회와 관련 부처 간 ‘공공건축 디자인 시범사업 범정부협의체’를 구성하고 사업 전 과정에 걸친 디자인 개선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한다. 또 ▲지역개발사업별 공공건축가 의무 위촉 ▲지역개발사업 내 개별 건축물은 하청 없이 별도 설계발주 ▲설계비 1억 미만 경우 디자인 능력 고려한 입찰방식 적용 등 각 부처가 공통으로 따라야 할 디자인 개선 절차를 ‘공공부문 건축디자인 업무기준’에 규정할 계획이다. 향후 ‘공공건축 특별법’(가칭)을 제정해 이 같은 절차가 지속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 선발 공정성 시비·역할 제한 등
   제도적 허점 우려
   ‘전문가’ 구성 다양화
   전문가 참여 강화 등 선결 과제 제시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제도적 허점을 우려했다. 정부는 오는 10월 공공건축 혁신을 위한 ‘9대 핵심과제’를 발표하기로 하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 가닥을 잡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제한된 기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선발 공정성 문제는 선결 과제라고 건축사들은 지적했다. 또 공공건축가의 역할이 사실상 건축심의 과정으로 국한되며 제도의 원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 구성에 지역 연고자(건축사)와 무관한 건축사를 혼합하는 방안이나 건축 과정 전반에 전문가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축사는 총괄·공공건축사 제도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기획과 전략의 부재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위험이 높기 때문에 기획 전략에 건축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진행 중인 사업을 수정하는 등의 예산 낭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준비 단계부터 전문가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