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천문 건축사(신성 종합건축사사무소(주) / 충청북도건축사회)

어느덧 봄이다. 멀리 남쪽에서는 매화가 피었다고 하고 머지않아 곧 거리가 벚꽃 향으로 가득할 때이다. 이 맘 때가 되면 청소년기에 좋아하던 시가 생각난다. 바로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인데, 연애 좀 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읊었을 법 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단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중략)…….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에 누군가에 대한 애심(愛心)을 가질 때 접하던 시이다.

건축을 전공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요즘 같지는 않지만 나름 설계사무소 취업을 걱정하던 터에 ‘설계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멋모르고 지원했다가 그 공고가 보험설계사 모집이었다는 것을 알고 머쓱해 했던 웃지 못 할 경험이 있다. 그 후 설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과 호칭이 정말 다양함에 놀랐다. 기사님, 설계사님, 건축사보님, 소장님 등등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물론, 그 직능 분야에 대한 인식도 일관성이 없음을 많이 느꼈다.

얼마 전 올해부터는 ‘건축문화신문’을 ‘건축사신문’으로 제호를 변경한 것을 보고 참으로 잘 된 방향이라 생각했다. 아울러 기사 중 ‘모든 협회 미 가입 건축사를 협회에 의무 가입하는 것이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과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기사를 접했다. 사회경제적 논리에 비추어 볼 때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물며 국가공인 건축사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건축에 있어 종합적인 판단과 매니징(managing)을 주도하는 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호칭이 일관되게 확립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건축사가 설계사님, 소장님 등으로 불려진다. 누가 약사를 보고 약국에서 일한다고 국장님이라 하고,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를 소장님으로 호칭 하는가? 최근 라디오 광고에서 동네 단골 약사와 감정평가사를 홍보하는 광고를 접한 적이 있다. 협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과 필요성 및 위상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했으면 한다. ‘설계는 건축사에게!!’ 라는 다소 진부한 캠페인을 동원해서라도 말이다. 건축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호칭에 대한 자존성 확립이야 말로 건축계에서 건축사가 하나의 몸짓이 아니라 꽃이 되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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