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건축정책위원장 승효상에게 한국 건축을 묻다

▲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1월 28일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건축현안에 대한 1:1 토크쇼를 가졌다. 승효상 국건위원장이 진행을 맡은 전진삼 와이드 AR 발행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늘은 개인자격이 아닌 국가건축정책위원장으로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앞으로 15개월 임기 내 우리 사회 건축에 관한 시스템을 좀 더 나은 방법으로 바꾸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하 국건위원장)이 1월 28일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취임 후 공개적으로 건축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서울특별시, (사)서울건축포럼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선 승효상 국건위원장의 건축 현안에 대한 모두 발언 후 1:1 토크쇼 형식을 빌려 한국 건축의 현주소와 국건위의 활동과 계획, 또 최근 일어난 건축계 이슈 및 논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 자리는 특정 집단이나 직능이 아닌 한국건축의 중요한 좌표를 구하는 대표자격으로 책임감과 의무를 구하는 기회였다. 일부 일간지에서 농담을 진담으로 타이틀 삼아서 최초의 국건위원장 대담 가치가 다소 약해진 것은 건축계를 위해서 결코 좋은 방향은 아니다. 모든 게 단번에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진행을 맡은 전진삼 와이드 AR 발행인이 토크쇼를 자처한 이유와 주제에 대해 묻자 그는 건축계의 상호 오해와 왜곡에 대한 해소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를 계기로 소통과 상호 이해의 자리를 가지고 싶었다고 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부총리급의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십년 넘게 유지돼 왔지만, 건축사들을 비롯한 건축계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경험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실제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의 국건위원장은 건축계 전반에 많은 기대를 가지게 했다. 이번 토크쇼 역시 최초의 행사여서 많은 관심을 갖게 했다.

토크쇼에선 민감한 질문이 던져졌다. 토크쇼 진행요청을 받고 자리에 임했다는 전진삼 발행인은 ▲ 국내 건축허가 제도의 문제점 ▲ 총괄건축가, 공공건축가 안착을 위한 정책보완 ▲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이슈 ▲ 생활SOC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지역과 지방의 신진건축사들이 연계돼 좋은 환경으로 자리매김 시킬지 ▲ 출판, 전시 등 건축설계업역 외 분야의 진흥책 ▲ 건축사직능단체통합 등에 대해 물었다. 또 ▲ 서울시총괄건축가 특정 학맥·인맥 독점논란 ▲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에 국건위가 상당부분 개입하고, 심사위원장을 맡은 점 등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질문도 던지며 답을 구했다.

토크쇼를 마치며 승효상 국건위원장은 “내년 이맘때 이런 자리를 한 번 더 만들겠다. 1년간 국건위 활동에 대한 설명의 시간을 갖고 활동을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국건위원장직 책임을 맡기를 번번이 고사했지만, 직을 맡은 이상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 토론이 치열하게 진행되기 어려웠지만, 청중의 어려운 건축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에는 개인 승효상이 아닌 국건위원장 자격으로서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국건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본지는 이날 토크쇼에서 오간 핵심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보도한다.

"각종 제도들 임기 내 다 바꾸진 못한다 하더라도 선진적 제도로 나아가는 단계는 마련할 것
내년 이맘때 국가건축정책위원회 활동에 대한 설명의 자리 갖고 활동 마무리 하겠다"

Q. (전진삼 와이드 AR 발행인) 오늘 토크쇼를 자처한 이유가 궁금하다. 또 월간 건축사 1월호 인터뷰를 보면 “모든 건축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건축하는 사람들에게 있다”라고 단호하게 얘기한다.

A. (승효상 국건위원장) 가끔 SNS를 보면 몇 가지 현상이 있다. 한국 건축 지도부를 향한 많은 공격적 언행들이 등장한다. 틀린 사항들이 꽤 많고, 또 한 번 소통의 자리를 가진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또 제가 모르고 있는 것도 있을 수가 있어서 이런 기회를 만들었다.

사실 건축에 관한 모든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건축을 이루는 시스템 자체가 우리가 요구해서 만든 제도가 대부분이다. 나쁜 건축의 생산도 결국 일선에서 하는 건축의 행위에 따라 이뤄지니 나쁜 건축을 만드는 사람도 우리일 수밖에 없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우리에게 있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 생각한다.

Q 대학생, 젊은 기업인들, 정관계 인사 들을 대상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 사회공헌 차원에서 끊임없이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역사에서 끌어다 위원장의 현재 위치를 생각해보니, “아웃사 이더 승효상, 아웃사이더 문재인”, 그리고 “아웃사이더 정도전, 아웃사이더 이성계”를 떠올렸다. 일각에서는 위원장의 현재 위치를 읽고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얘기를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를 역임했는데, 뉴시스 1월 1일자를 보면 서울시총괄건축가의 패밀리경영 내지는 학연연고로 대물림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A. 뉴스를 봤다. 그러나 지난 시간 출신대학, 학연에 관해서 그렇게 인식하지 않고 작업했고, 4·3그룹을 결성했을 때에도 학연을 떠난 치열한 논쟁으로 건축발전에 기여했다 생각한다.

건축이라는 게 장기프로젝트가 많다. 서양에서는 총괄건축가가 최소한 5년, 혹은 10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게 온당하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는 시장 러닝메이트로 총괄건축가가 나온다. 서울시정책위원장 3년, 총괄건축가 2년 총 5년 역할을 했다. 총괄건축가 제도로 인식하지 않고, 승효상 개인으로 인식할 위험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임기 내 대두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5년간 이익관계를 떠나야 하니 사무소가 큰 적자를 봤다. 사무소가 존폐위기까지 처한 상황에서 더 이상 역할을 할 수 없으니 저와 같은 시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해야 정책이 지속될 수 있어서 후임에게 넘겼다. 3대째는 모르는 일이다. 같이 일한 적도 없고, 친하지도 않다. 그렇게 엮으면 정말 곤란하다.

젊은 적 읽은 한나 아렌트의 “인간성의 완성이라고 하는 것은 밀실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공공의 광장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투신함으로써 이루어지는 행위다”라는 말이 지금의 나를 움직이게 하고 있다.

Q 공공건축가제도의 전국화를 위한 광폭행보를 하고 있다. 각각 지역마다 다른 성격과 문제가 있었을 텐데 지자체장을 만나며 느꼈던 부분, 또 이것이 안착되기 위해서 정책적 보완·지원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

A. 행정의 결과는 어찌됐든 건축으로 남는다. 서울시 총괄건축가제도는 제도도입을 서울시에 설명해 낳은 결과다. 다른 단체장들도 만나 제도에 대해 설명하면 충분히 이해하고 해결책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건위는 지자체 설명을 통해 건축에 대한 것들을 인식시켜줄 뿐이지 강요하지 못한다. 작금 총괄건축가제도가 국무회의, 총리실에서 거론되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 생각하고 있다.

Q. 총괄건축가, 공공건축가 제도가 인력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자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정책적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의견도 있다.

A. 경상북도 영주시가 이미 해결책을 내놨다. 인구가 작은 도시임에도 가장 먼저 공공건축가제도를 선도적으로 운영했다. 중앙 혹은 전국 각지의 공공건축가들이 모여 작업한 결과 양질의 공공건축이 많이 생겨났다. 설계하는 사람이 어느 지역 출신이 중요하다는 말에는 결단코 동의하지 못한다. 결국 우리가 꿈꿔야 하는 상황은 좋은 건축이 많아지는 세상이다.

Q. 세종시 정부신청사 및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관 심사 관련한 논란이 있었 다. 잠실 5단지 재건축 관련한 조합과 서울시와의 문제, 백사마을 재개발 관련한 문제 등 이런 개별적 사안에 대한 진단과 정책에 대한 의견은.

A. 국건위가 중앙정부에 서울시 총괄건축가제도처럼 일정규모 이상은 건축사의 자문을 받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정착되면 세종시 정부신청사와 같은 논란은 없어질 거라 생각한다. 현행 정부부처, 지자체를 국건위가 강제적으로 관리할 수 없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건위는 권고를 할 뿐이다. 다만 국건위 권고이기 때문에 해당 기관에선 쉽게 흘려보낼 수는 없다.

Q.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 관련해 전시성 사업이다, 2021년 완공목표로 과속 주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과 지금 우리에게 거대광장이 필요한가라는 질문도 있다. 광화문광장 사업에는 국건위가 상당부분 개입하며, 또 심사위원장 으로서도 참여를 했다.

A. 사실 광화문광장은 제가 대학을 다닐 때부터 이슈화된 공간이다. 갑작스럽게 이슈화된 게 아니다. 2009년 오세훈 시장 때에도 그랬고, 몇 년 동안 굉장히 많이 이슈화됐었다. 서울시에서 공청회, 전문집단의 논의가 상당부분 있었다. 그 분위기는 무르익을 만큼 익었다. 광화문광장은 권력의 위계질서의 축을 시민에게 돌려주자고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그리고 서울시에서는 위원장 자격으로 저를 심사위원에 위촉한 게 아니다. 심사위원장은 심사위원내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그리고 이 안이 백지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제가 광장을 세종문화회관쪽으로 붙여서 일상성을 회복하자고 주장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그 프레임 안에서 공모작들이 제출된 거다. 전체 프레임 안에서 안이 공모됐으니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심사위원장을 했지만 굉장히 투명하고 공정하게 당선작을 뽑았다. 공사도 오래 걸릴 일이 아니다. 당선결과를 놓고 여러 말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당선작은 2021년을 목표로 낸 것도 아니고, 10년 후를 목표로 한 것도 아니다. 또 여러 의견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럴 필요도 있다.

Q. 건축허가 제도 폐지 발언 후 방법을 찾고 계신 것 같은데, 어디까지 진행이 되고 있는지.

A. 건축과정에서 발주, 설계, 시공의 세 단계가 있다. 민간 발주 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관 발주 문제는 제도와 정책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다. 허가제도와 같이 부정부패의 여지를 상당히 많이 내포할 정도로 절차가 복잡한 제도는 세계 어디에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정부부처, 지자체, 기관이 갑질을 한다고 단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어쨌든 이것이 제도상으로 제 임기 내에 다 바꾸지 못한다 하더라도 좀 더 선진적인 제도로 나아가는 단계를 마련하려 한다.

Q. 생활 SOC 관련 어떻게 정책적으로 지역 및 지방의 젊은 건축사들을 연계시킬 수 있는지 의견은.

A. 한 해에 건축 물량이 250조원이 발표되는데 그중 공공건축이 30조원 규모로 설계는 1조 원 정도 된다. 이 부분이 가격 입찰제로 얘기가 됐었다. 사실은 우리가 일상의 행복을 가지려면 랜드마크 건물이 아닌 동네 파출소, 사무소 등 매일매일 가는 곳이 좋아져야 한다.

하지만 그런 건축들이 굉장히 후진 게 현실이다. 그 이유는 설계부터 가격입찰로 설계비가 싼 업체가 선정되기 때문이다. 양적으로는 정부에서 생활SOC를 확대한다고 작년부터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데, 이것이 종래와 같은 방법으로 지어진다면 우리 일상은 더욱더 불행해질 것이다. 그래서 국건위 차원에서 강력하게 양적 확충뿐만 아니라 질적 확충도 같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해서 이 발주하는 시스템을 바꾸고, 설계공모를 하면 관리문제가 생기니 단계별로 하자 해서 현재 2.1억 원을 1억 원 이상(’20년 1월 16일 시행)으로 낮춘 상태다.

Q. 건축설계업 외 분야의 진흥책, 건축 직능단체 통합에 대한 의견은.

A. 국건위가 해야 할 역할인 건축문화창달을 위해선 국민들이 가진 건축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에 대한 문화적 차원의 접근문제, 출판 등 건축 저변의 진흥책, 건축계 상의 권위 문제 등 여러 사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고민하고 있다.

건축직능단체 통합에 대해선 단체별 각자 역할을 하고, 같이 일을 할 때는 연합해서 일을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국건위 차원에서 통합을 이루려고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정리=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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