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태 건축사(종 건축사사무소)가 본지 제호변경을 맞아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축시(祝詩)를 보내왔다.

▲ 우종태 건축사(종 건축사사무소)

 

 

 

 

 

 

언어가 열리는 나무

옥탑에서, 언어가 잠든 숲을 본다

자장가 음률 같은 고요한 숲,
한 발짝 다가서면 실시간 지상파와 풍문
일그러진 언어, 알 수 없는 기호로 소란하다

무한대로 무성한 언어들이 얽히고설킨 숲,
하늘을 향한 언어의 전투영역
매번 열리고 닫힌다
제각각 언어를 주렁주렁 매달고 바람 따라 출렁이는 나무들

풍문도 여과기를 통과하면 잉크냄새 풍기는 활자가 될까
풍문도 독설도 가끔은 뒷골목처럼 통할 때가 있다
언어가 밥이 된 세상이기에
다함께 잔치는 애초부터 없는 걸까
절벽에 붙어 하루를 지탱하는 나무들의 쓸쓸한 외침은,
날이 가면 바위처럼
단단해 질까
언어는 따먹을수록 몸집은 커지는 법,
이제 언어는 선택된 자의 프리미엄이다

지금 서리풀 언덕,
새 문패를 걸고 튼실한 언어의 나무를 가꾸는 사람들,
절벽에서 여기까지 왔다 거기까지 가야한다
삶의 그릇을 빚고 밥을 짓고
광장에 밥상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언어는 생각의 세포로 짜인다는 것 그 일념으로,
촘촘한 언어가 뭉쳐
큰 바위가 될 때까지, 손이 바쁘다
풋풋한 언어의 뿌리가 내일로 번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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